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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듯이 사뿐하게

저렴 버전 예술 감성 에세이 #08

by 서안
“아무리 사나운 육식동물이라도 지쳐 잠든 먹이를 덮치는 것은 망설인다.”


조울증이 아닌가 싶다.

마냥 기분이 좋은 날이다.

이유가 무엇인지 몰라도 좋다.

그저 이 기분을 만끽하고 싶을 뿐


날듯이 사뿐하게

그렇게 오늘의 문을 닫는다.

달이 떠오르고, 하늘이 남빛으로 물들 때

기분을 한껏 띄어보고 싶다.



The Sleeping Gypsy | Henri Rousseau | 1897


조용히 잠든 집시,

그녀를 흘끗 곁눈질하는 듯한 사자

휘황한 보름달

황량한 사막

공포스러워야 할 상황이 고요하기만 하다.


원근법은 느껴지지 않는,

섬세하지만 단순한 구성,

의도적 서투름이 오히려 사실적이다.

그래서 신비롭다.

루소의 그림은 신비롭다.


그는 사실, 그 자체보다

환상과 전설을 그렸고

형태와 구성을 그렸다.

있는 그대로가 아닌 그의 상상 속의 것을 그렸다.


사막의 사자와 잠든 집시가 신비로운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약관의 브람스는 헝가리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레메니와 함께 길을 떠난다.

천재는 어디에서나 영감을 얻는 법

여행길에 길동무들에게서 얻은 헝가리의 정취를 음악에 녹여낸다.


16년간 모은 헝가리 음악을 브람스의 시선으로 풀어낸다.

브람스의 시선에 녹아든 헝가리 음악의 진수!

헝가리안 댄스 5번


현란한 싱커페이션,

내리 꽂히는 듯한 조바꿈,

빠르고 흥겨운 리듬,

그러나 이 속에 묻혀있는 집시들의 애환


집시들은 배척당했지만,

그들의 음악은 추종당했다.


애환을 품고 떠도는 그들처럼

그들의 음악도 사뿐하게 세상을 떠돈다.



https://youtu.be/Nzo3atXtm54?t=16


날아갈 듯

가볍고, 사뿐하게 느껴야 한다.

홀가분하게 떠날 듯

그렇게 받아들여야 한다.


시원한 콜라 한 잔 옆에 두고,

흥얼거리며,

그렇게 가볍게, 익숙하게


진지한 브람스가 아닌,

흥겨운 브람스를 기억하자.

곡의 뒷면에 숨겨져 언뜻 보이는 슬픔과

눈을 마주치지 말고,

바깥의 흥겨움만 느껴보자.


밤이 몰려오는 매직 아워의 쪽빛이 깔릴 무렵,

하늘을 바라보며, 막 떠오르는 손톱만 한 달을 바라보며,

막 모닥불을 피우고 야영을 준비하는 집시의 기분으로

날듯이 사뿐히,

그렇게 느껴본다.


사막의 사자도, 휘황한 보름달도 없지만

상념 속에서 음악을 느껴보자.

오늘 하루, 날듯이 사뿐했던 집시가 된 듯...



#01 달빛 교교한 밤을 보내는 방법

#02 분노에 삼켜지는 시간

#03 오늘은 깊이 잠들 수 있을 것 같다.

#04 당신의 삶은 우아해야 한다.

#05 출근길, 사자기운 충전법

#06 사무치는 추위에 치여버린 날

#07 이제 자러 갈 시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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