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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하게, 거침없이

저렴 버전 예술 감성 에세이 #10

by 서안

여기는

생전에 어머니 자연이

그에게 정복될까

두려워 떨게 만든

라파엘로의 무덤이다.

이제 그가 죽었으니

그와 함께 자연 또한

죽을까 두려워하노라.

- 판테온, 그의 묘비에 적힌 글



The School of Athens_Raffaello.PNG The School of Athens | Raffaello Santi | 1509~1510


관념과 경험,

이상과 현실,

스승과 제자,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은 이데아가 있는 하늘을,

아리스토텔레스는 경험의 지면을 가리키며,

그렇게 당당하고, 거침없이

두 거장은 들어선다.


두 거장을 둘러싼 52명의 인물들

우열을 가리기 힘든 쟁쟁함

그러나 가려지지 않는 두 거장의 위압


20세가 되기 전 대가의 반열에 올라선 라파엘로

젊은 천재성은 대철학자들을 모아 살려냈다.

철학의 발걸음을 벽면에 담았다.

철학이 걸을 수 있다면, 그의 그림이었으리라.




폭군의 치하에 신음하는 나라를 구하기 위한 에그몬트 백작

그를 사랑하는 이는 그를 구하려다 죽음을 맞이하고, 그녀의 영혼은 그를 찾아온다.

나라와 사랑하는 이를 잃은 백작은 결국 비극적인 일생을 마치게 된다.

그의 죽음으로 분연히 일어선 민중들은 10여 년의 투쟁 끝에 독립을 쟁취해낸다.


괴테와 베토벤

문학과 음악

두 거장의 위엄이다.

당당하고 거침없이

그들의 작품엔 기개가 살아있다.

압도적인 기개가.


에그몬트 백작,

그의 기개와 용기가 장대하게 그려진다.

비장하고 장대한 시작,

폭발하는 마지막

처음부터 끝까지 당당하고 거침없이 흘러간다.


https://youtu.be/kJ-CehMCB9U?t=13


씁쓸한 맥주 한 잔이 좋겠다.

홉의 쓴 맛 가득한 IPA를 한 모금 물고,

에그먼트 백작의 기개를 느껴본다.

거칠 것 없이 당당하게 나아가는,

죽음 앞에서도 굴하지 않는 기개로,

그렇게 자신감을 가득 채워 넣고 듣는 것이다.


거침없이, 당당하게!



#01 달빛 교교한 밤을 보내는 방법

#02 분노에 삼켜지는 시간

#03 오늘은 깊이 잠들 수 있을 것 같다.

#04 당신의 삶은 우아해야 한다.

#05 출근길, 사자기운 충전법

#06 사무치는 추위에 치여버린 날

#07 이제 자러 갈 시간이에요

#08 날듯이 사뿐하게

#09 다시 돌아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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