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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랄경쾌, 기쁨을 토하는 법

저렴 버전 예술 감성 에세이 #11

by 서안

"으허헝~"

친구가 웃는다.


몸무게가 세 자리가 넘는 내 친구

2m가 살짝 부족한 키

300mm도 신을 수 있는 발

등까지 자란 털

보통 사람 허벅지보다 굵은 팔뚝

그럼에도 커 보이는 머리


그런 내 친구가 웃는다.

기쁨에 겨워 발랄하게 웃는다.

정제되지 않은 웃음이 발산한다.

기쁨을 그대로 표현해주어 나도 덩달아 기쁘다.


곰 같은 그는 환하게 잘 웃는다.

곰처럼 단 것을 좋아하고,

가끔은 곰처럼 사나워지지만,

다들 그를 좋아한다.

그는 기쁨을 표현할 줄 알기에,

모두 그를 좋아한다.


Dance of the Haymakers | William Sidney Mount | 1845


볕 좋은 가을날,

춤의 대결을 펼치는 두 남자,

바이올린의 선율과 문의 박자.

수확의 기쁨이 한 껏 느껴진다.


풍족함을 맞이하는 그들의 기쁨이 느껴진다.

지켜보는 이들과,

춤을 추는 이들,

연주하는 이들,

바닥에 배를 깔고 누운 강아지까지,

기쁨의 볕은 모두에게 아낌없이 뿌려진다.


기쁨은 터져 나와야 한다.

발랄하고, 상큼하게, 경쾌하게,

가감 없이, 꾸밈없이 솟구쳐 나와야 한다.




음악의 시인 쇼팽의 왈츠다.

발랄하거나 서정적인 음악이라면 쇼팽이다.

꼬리를 잡기 위해 뛰어노는 연인의 강아지를 보고 얻은 영감을 얻었고,

그 영감으로 시공을 이겨 낸 이 곡을 썼다.

그는 천재다.


짧은 순간 발랄하고 경쾌하게 확 피었다가,

사그라지는 음악 속에 감미로운 선율을 녹여냈다.

짧아서 아쉽고, 아쉬움 속에 발랄함과 경쾌함이 피어난다.

짧지만 왈츠 본연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

터지는 웃음처럼,

날아오를 듯 가벼운 발걸음처럼,

쇼팽의 왈츠는 마음을 춤추게 한다.


https://youtu.be/qCZ7yFJ5yxY?t=7


날 좋은 가을날,

잠시 사무실을 벗어나자.

길을 걸어도 좋고, 볕 좋은 벤치에 앉아도 좋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잠깐 눈을 감고 왈츠를 들으며

마음속으로 춤을 춰보자.


고작 2분이다.

2분만이라도 발랄하게 기쁨을 쏟아내 보자.

오늘 하루 주어진 1440분 중 딱 2분만 경쾌하게 기분을 내 보자.

볕 좋은 가을날이니.



#01 달빛 교교한 밤을 보내는 방법

#02 분노에 삼켜지는 시간

#03 오늘은 깊이 잠들 수 있을 것 같다.

#04 당신의 삶은 우아해야 한다.

#05 출근길, 사자기운 충전법

#06 사무치는 추위에 치여버린 날

#07 이제 자러 갈 시간이에요

#08 날듯이 사뿐하게

#09 다시 돌아갈래?

#10 당당하게, 거침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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