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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다락방

by 서은율 Jan 13. 2025


1.

오래 전, 다락방을 소재로 소설을 쓴 적이 있다. 다락방에 대해 매료된 기억이 있어서다.


아버지의 고향이자 할머니의 시골집은 산촌 구석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있었다. 그 집은 차로도 올라갈 수가 없어, 아래쪽에 주차를 하고 조금 걸어올라가야 하는 곳에 있었다. 시골집의 장점은 너른 마당과 안방에 있던 작은 다락방이었다. 방과 방 사이에 있는 나무 마루도 겨울 빼곤 좋은 곳이었다. 안방 벽에 문이 하나 있었고, 그문을 열면 다락으로 올라가는 작고 좁은 계단이 나왔다. 할머니는 종종 그 계단을 올라가 물건을 찾으셨는데, 나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재빠르게 할머니 꽁무니를 쫓았다. 먼지 나니깐 내려가 있으란 말을 듣지 않고 기어코 따라 올라가 다락에 있는 물건을 눈으로 훑었다. 다락방에는 뭔가 예상치 못했던 물건들로 쌓여 있었고, 심심하고 할 일 없는 시골생활에서 신나는 보물찾기 놀이와 같았다.


그곳에서 내가 찾은 것은 아주 오래된 책이었다.


아주 작게 세로로 글이 인쇄된, 색이 바랜 책.


아빠와 삼촌이 어릴때 보던 책이었을까.


나는 책꾸러미를 들고 내려와 작은 방 앉은뱅이 책상에 앉아 펼쳐보았다.

그것은 마법가루 같았다. 나를 설레게 했다.


 

2.

할머니의 다락방에 대한 기억이 열살 이후, 좀 컸던 시간이라면,

그 이전의 시간에 살았던 집으로 거슬러 올라가 본다.

아직 학교에 들어가기 전이었거나 막 들어갔을 무렵이다. 어린 동생과 내가 잠시 둘만 있었고,

안방에 있던 다락방 바닥에 신문지를 깔았다. 거기에 성냥을 사다리 모양으로 차곡차곡 쌓았다.

무엇에 이끌렸는지, 나도 모르게 남은 성냥 하나를 긋고 불을 붙였다.

불은 갑자기 확 치솟아 올랐고 나와 동생은 기겁을 하며

다락방의 계단을 내려와 각각 운동화 한짝에 물을 담았다.

물을 붓고, 또 다시 물을 담아와 물을 붓고, 운동화로 마지막 불씨까지 두드려 껐을때

다락방 바닥은 검게 그슬린 장판 부스러기들만 남았다.

나와 동생은 범죄 은닉 작전을 펼치듯, 다락문을 고이 닫고 아무일 없다는 듯이 행동했다.

그러나 우린 쉽게 발각되었다. 다락방에 올라갔던 아빠가 사색이 되어 내려오셨고,

그날 저녁, 우린 종아리를 걷고 회초리를 맞아야만 했다. 그때 아빠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맞았다.


이런 다락방의 기억은 유년 시절의 페이지로 남아 있고, 어딘가 숨고 을때, 조용히 홀로 있고 싶을 때면 곧잘 떠오르곤 한다.


숨어들기에 안성맞춤인 곳.


만약 이 다락방에 창이 나 있다면, 그 장면을 떠올리며 소설을 썼다.


다락방에서 생활하는 이십대 남자가 주인공이었다.


지금으로 따지면 복층구조인 집에서 다락방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들은 희안하게도 어느 정도는 밀폐된, 자신만의 공간을 좋아한다.

그곳은 아늑하고, 안전하다.


자신의 상상력을 펼쳐 보일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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