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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 Way Dec 30. 2024

아빠 교육 3 : 무관심? NO. 존재감!

과학고 생활(10)

자녀 교육과 관련된 속설 중에 "할아버지의 재력,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이 자녀 교육의 성공 조건, 혹은 아이 교육에 필요한 3가지라는 이야기, 아마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 같다. 

나도, 아이가 과학고에 입학하고 나서, "우리나라 교육 여건 상 이 3박자가 잘 맞아떨어져야 자녀의 입시가 성공한다."는 이야길 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직접 경험한 바에 따르면, 이 속설은 그냥 속설일 뿐, 일반화시키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일단, 아이가 카이스트에 입학했으니, 입시가 성공(?)했다 치고, 우리 집을 기준으로 본다면, 엄마의 정보력과 할아버지의 재력이 없다. 나는 정보력을 갖추어보려고 열심히 노력하긴 했으나, 남들보다 나은 정보력을 갖고 있다고 할 순 없을 것 같다. 아이의 할아버지들은 양가 모두 평범하니, 패스. 


마지막 남은 "아빠의 무관심".

아이 아빠는 충분히 무관심했다고 말하면서, "할아버지의 재력,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 중 한 가지는 갖추었다고 했지만, 내가 봤을 때는 무관심이 아니라 존재감이 뿜뿜이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아이가 과학고등학교 입시를 치를 때, 아빠의 도움이 얼마나 컸는지는 이미 언급(제15화 참조)했던 바와 같다. 


과학고 입시에 성공한 후에도 아이 아빠는 아이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사교육을 받을 것이냐, 자기주도학습을 할 것이냐의 갈림길(제20화 참조)에서 아빠의 도움이 없었다면, 아마 이도저도 해내지 못했을 것 같다.


과학고등학교 입학 전 겨울방학 때, 아이가 사교육 받기를 포기하고 집에서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학교 수학 숙제 문제들을 선별하는 작업부터 다시 시작한 것도 아빠의 조언 덕분이었다. 

비슷한 문제들을 모으고, 개념서(실력 정석)를 통해 먼저 개념 문제를 풀어보고, 수학 문제를 풀어보는 방식으로 숙제를 해보라는 제안도 아빠가 해준 것이었다. 

또한, 답만 있고 풀이과정이 없어, 선행이 안된 아이가 이해하기 힘들었던 수학 숙제 문제들(100문제 이상)을 일일이 풀어, 풀이과정 노트를 만들어준 것도 아빠였으며, 저녁에 퇴근하면 수학 숙제 무덤에서 허우적거리는 아이 옆에서, 풀이과정조차도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어떤 개념을 적용해 문제 풀이를 한 것인지 차근차근 가르쳐 주었던 것도 아빠였다.


아빠의 이런 노력 덕분에, 아이는 차츰 고등학교 수학에 대한 개념이 머릿속에 자리 잡아갔고, 비록 선행은 아니었지만, 학교에서 내준 숙제 덕분에 어느 정도 수학 예습이 되어서였는지, 학교 공부를 따라가는 데에도 큰 어려움이 없었다.


아이가 과학고등학교에 적응하고 난 이후에는 직접적인 학습 케어를 해주지 않아도 아이 스스로 자기주도학습이 됨에 따라, "체력관리, 시간관리, 멘탈관리(제24화 참조)"를 하라는 조언을 통해 아이의 마인드 컨트롤을 돕는데 더 주력했던 것 같다. 


그리고, 아이가 방황을 하거나 흔들릴 때면, 시간을 두고 지켜보다 따끔한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어떨 때는 아이가 상처를 받진 않을까 싶을 정도로 악역을 자처해 정신이 번쩍 들만한 쓴소리도 해주곤 했는데, 남자 아이라 그런 건지, 아니면 울 아들이 단단한 아이라 그런 건지, 아빠의 그런 조언도 대담하게 받아들였고, 느리긴 해도 매번 태도가 달라지고 변화가 생겨 아이가 과학고라는 큰 산을 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 같다.


코로나 시기, 집에서 수업을 해내고, 비대면 대학 입시를 준비할 때도, 물론 학교의 도움이 있었지만, 아빠의 지지와 아빠만의 노하우가 담긴 입시 컨설팅이 아이에게 많은 힘이 되었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아이 아빠의 육아 및 교육은 나와는 다른 차원의 것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가 자라는 동안 아이의 근자감을 경계하고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 아이의 자존감을 건드렸고, "인생은 실전이지(제10화 참조)"를 외치면서, 아이의 자존심을 자극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이 또한 아빠의 큰 크림이 아니었을까 싶다. 


20대가 된 울 아들에게 아빠는 어떤 존재일까?

내가 보기에, 아이 아빠는 아들에게 좋은 스승이자 조언자, 그리고 시대를 앞서 살아간, 인생을 먼저 경험한 남자 어른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 주고 있는 것 같다. 두 남자 모두 애정을 겉으로 드러내는 다정다감한 스타일은 아니지만, 남자 대 남자의 끈끈한 의리와 존경심이 뒤섞인 관계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생활 상의 사소한 어려움이 있을 때는 나에게 전화하던 아이가, 꼭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고, 고민이 생기면 아빠에게 전화를 해 조언을 구하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에 아이는, 특히 남자아이는 아빠의 말과 행동에 영향을 받고, 아빠의 인생관이나 가치관에 믿음과 신뢰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아빠와 아들이 좋은 관계일 때 말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울 아들과 아이 아빠와의 관계는 좋은 것 같다. 


가지고 태어난 성향이 다르고, 자라온 환경이 다르니 완전히 똑같지는 않겠지만, 아빠가 걸어온 길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볼 때마다 참 많이 뿌듯하다. 

이젠 키도 훌쩍 자라 아빠와 거의 비슷해졌고, 마른 체형이던 몸매도 어깨가 벌어지며 다부진 모습으로 변해가는 것이 "이제 다 컸구나!" 싶어 한편으론 아쉽다. 


이 글을 구상하고 쓰기 시작하면서, 이 글 속에 "아빠 교육" 부분을 넣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이 아빠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 있다. 


"당신은 OO이에게 어떤 아빠이고 싶었어?"

"나는 OO이보다 항상 앞서가는 아빠가 되고 싶었어. 눈길에 내가 큰 발자국을 먼저 남기면, OO이가 내 뒤를 따라 그 발자국을 밟으며 안전하게 오길 바랐지. 지금까지는 그래 왔는데, 이젠 생각이 바뀌었어."

"어떻게?"

"이젠, OO이 뒤에서 OO이를 든든하게 받쳐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 이젠 성인이니 혼자 세상을 헤쳐 나가야 할 텐데, 네 뒤에 항상 아빠가 서 있을 테니 겁먹지 말고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 보라고 가르쳐 주고 싶어."

"오~. 멋진데?"


아이가 스무 살이 되어도, 아무리 키가 나보다 훨씬 커져도 아직 내 눈엔 여전히 아이 같은데, 아이 아빠는 아이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는지 성인 대우를 해주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가끔 초짜 성인인 아이에게 과도한 책임이나 의무를 부과하기도 해, 나 나름 둘 사이를 오가며 중간다리 역할을 하려고 노력 중이다. 

하지만, 어쩌면 이런 내 노력이 쓸데없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소한 문제들쯤은 그냥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두 남자 사이에는 있는 것 같아서다.  


대구일과학고등학교를 2년 만에 졸업해 만 17세에 카이스트에 입학한 아이는 또래보다 어렸지만, 그런 티 나지 않게 학교생활을 잘해왔고, 어느덧 시간이 흘러 대학 졸업반이 되었다. 

이제는 우리 손을 떠난 아이가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무엇이든 아이의 모든 삶을 응원한다.


I'm always rooting for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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