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구례 구례구역 앞 섬진강을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 좋은 곳에 자리잡은 남창식당은 참게탕을 비롯한 매운탕 맛집으로 이름난 곳이다. '3대를 이어온 70년 전통 맛집'이라는 큼지막한 간판이 가장 먼저 달려나와 여행객들을 반겨주는 유서 깊은 맛집이기도 하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 허름한 외관만 보고 그냥 지나치기 일쑤인데, 사실 이곳은 한 번 다녀간 사람들은 그 맛을 잊지 못해 기어코 다시 찾게 만들고야 마는 마성을 가진 식당. 밥 시간이면 어디선가 손님들이 스물스물 몰려들기 시작해 오래지 않아 좌석을 꽉꽉 채운 뒤 웨이팅까지 걸리게 만들곤 한다.
덕분에 가장 인기있는 좌석인 섬진강 뷰 창가 자리는 자못 경쟁이 아주 매우 많이 치열한 편인데, 한 가지 특징적인 건 그렇게 식당 안을 꽉 채운 손님들 면면을 돌아보면 40~50대 가족 단위 손님이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것.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어 맛집 여행에 관심 많은 사람들이 가족들과 함께 즐겨찾는 집이라는 의미쯤 될 거다.
찾는 이에 따라 취향은 다를 수 있겠지만 내가 꼽는 이곳 남창식당 시그니처 메뉴는 참게탕이다. 사람에 따라선 참게매운탕이라 부르는 이들도 있는데, 깨끗한 섬진강 물에서 잡아올린 자연산 참게를 주재료로 얼큰칼칼하게 끓여내는 국물맛이 정말 일품이다.
한 숟가락 떠먹는 순간 그 국물맛이 어찌나 강렬하게 훅 치고 들어오는지 저절로 소주 한 잔이 확 땡길 지경. 맛있는 음식, 특히 매운탕 류의 얼큰칼칼한 국물요리가 앞에 놓이면 술 한 잔 생각나는 게 대한민국 술꾼들의 국룰이라 핑계 김에 실제로 낮술 한 잔씩 때리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게 이곳 식당 안 풍경이다. 매운탕이 소주를 유혹한 건지, 소주가 매운탕을 꼬신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만 그렇게 생각한 건지는 몰라도 재밌는 건 사실 이 식당 메뉴판에서 '참게탕 소짜 5만원'이라는 가격표를 처음 봤을 땐 '이 집 이거 뜨내기 손님들 많은 역세권 식당이라고 바가지 씌우는 거 아냣?'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거다. 다른 동네에서 매운탕 좀 먹어본 내 경험에 따르면 소짜 정도는 3~4만원이면 된단 계산이 박혀 있어서였다.
그러나 의심 어린 눈초리로 참게탕을 받아든 뒤 국자로 한 번 휘저어 본 순간 '어랏, 이게 실화라굿?' 하는 걸로 계산이 확 바뀌고 말았다. 살짝 과장되게 표현하면 강에서 건져낸 영덕대게 같은 큼지막한 자연산 참게 한 마리에 그보다 좀 작은 놈들 두세 마리가 매운탕 냄비 안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어서다.
참게에 대해 별로 아는 바는 없지만, 그 정도 실한 녀석들이라면 재료값만 해도 상당하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그런데 그 1초 영덕대게 필 나는 실한 녀석들을 실컷 먹었단 느낌이 들 만큼 잔뜩 넣어주셨으니, 먹다가 먹다가 나중엔 혜자로운 식당 사장님에게 감사하단 마음이 다 들 지경이었다.
구례 남창식당(구례구역 앞에 있어 통칭 이렇게 부르긴 하지만 행정구역상 주소는 순천시 황전면으로 돼 있어 순천 남창식당이라 함이 정확할 거긴 하지만)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저녁 8시까지 문을 연다. 식당 안팎 어디에도 따로 표시가 없는 걸로 봐서 브레이크타임은 없는 걸로 판단되며, 주차장은 본관 앞 5~6대, 바로 옆 별관 쪽에도 꽤 여러 대를 댈 수 있어 비교적 넉넉한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