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hinstory Dec 14. 2023

이게 왜 서운해?

문화차이는 가끔 부부사이의 오해를 부르기도 한다

연애초기에 나와 아내는 이런 대화를 했었다. 


"나는 좀 자유로운 것을 좋아해서 저녁약속 있을 때에도 막 시간별로 연락해야 하고 집에 들어가는 거 확인하고 이러는 건 별로야, 연락을 안 한다는 건 아니지만 구속? 같은 건 없으면 좋겠어"
"나도 그래. 너무 선 넘으면서 서로 관여하고 그러진 말자"


그리고 다행히 (?) 연애하면서 실제로도 그랬다. 

내가 친구들을 만날 때에도 전혀 '집에 언제 들어가냐' 등 이런 전화를 받거나 하지 않았다.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알아서 문자로 남겨두기만 하였다. 연락이 '의무'는 아니었다. 아내가 친구들을 만나서 놀거나 할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나도 크게 신경 쓰는 편은 아니어서 서로의 생활을 존중하며 편하게 약속을 잡고 했었다. 이런 부분은 가끔 여자친구가 있는 친구들이 부러워하기도 했었다. 


결혼 후에도 변함없이 그럴 줄... 로만 알았다. 


표정이 왜 안 좋아? 

나는 자주 친구들과 술을 마시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끔 술자리를 가지기는 한다. 

결혼 후 어느 날, 친구들에게 저녁 (술)을 먹자고 연락이 와서 집에 들어와 아내에게 친구들을 만나러 가겠다고 말을 했다. 이 말을 들은 아내의 표정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아 물어봤다. 

"왜...? 내가 친구 만나러 나가는 거 별로야?"
"아니..."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그리고 아내는 솔직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왜 나는 같이 안 가?"
"어딜?"
"친구들 만나는 자리에"
"응...? 내 친구들 만나는 자리에...? 왜... 가...?

알고 보니, 러시아에서는 부부는 거의 항상 같이 이런 자리에 나간다고 한다. 부부동반이 기본인 것이다. 연애 중이어도 이미 정식으로 소개를 했거나 결혼을 앞둔 진지한 만남을 하고 있다면 항상 커플끼리 같이 다닌다고 한다. 그런데 남편이 결혼을 하고 나서도 혼자서만 친구 만나러 다니니 아내는 조금 서운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실제로 장모님께서도 아내에게 "네 서방은 왜 혼자 가니? 너랑 같이 안 다녀?"라고 물어봤을 때 내게 많이 서운했다고 한다. 


아... 그래서 표정이 안 좋았구나...


생각해 보면 할리우드에서의 영화제나 큰 행사가 있는 날이면 배우들 역시 본인의 배우자 혹은 파트너와 함께 참석하는 경우가 많고, 내가 유학시절 고등학교 때에 경험한 프롬 행사를 생각하더라도 우리나라에는 없는 '남녀 파트너와 함께'의 문화가 서양문화에서는 있다는 것이 생각났다. 


그리고 나는 '한국에서는 부부동반모임이라고 지정하거나 가족행사이거나 하지 않는다면 부부가 같이 친구들을 만나고 하지는 않아' 라며 말을 했고 우린 이렇게 또 다른 새로운 서로의 문화를 알게 되었다.


내가 거길 왜 가?

러시아에서 아내의 친구 부부가 한국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원래 여행을 좋아하는 친구인데 한국에는 처음 방문하는 것이라고 하며 함께 저녁을 먹기로 했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그냥 '아 그래~? 재밌겠네~'라고 하며 이런저런 대화를 이어갔다. 


그리고 어느 날 아내는 내게 '러시아 친구들 오면 우리 그날 뭐 먹지?'라고 물어봤고 나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그때 남편 몇 시에 끝나? 어디서 만날까?" (아내는 나를 한국말로 부를 때는 남편이라고 부른다)
"나? 그날 저녁에 러시아에서 온 친구들이랑 약속 있다며"
"응 그래서 일 늦게 끝나면 내가 먼저 만나고 있거나 아니면 남편 일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같이 가려고"
"나? 나도 가는 거였어...?" 

이미 러시아에서 방문한 친구는 너무도 당연하게 나와 함께 만나는 것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번 아내가 설명해 준 문화에 대해서 생각이 나면서 '아차' 싶었다. 다행히 그날 나는 개인적인 일정이 없었어서 함께 갈 수 있었다. 


아내가 한국에서 만난 벨라루스 출신 친구 중 우리보다 먼저 한국남자와 결혼한 친구가 있다. 아내는 친구를 우리 결혼식에 초대했고, 친구는 그의 남편에게 우리 결혼식에 대해 말했다. 그리고 남편의 반응은 '너 친구 결혼식에 내가 왜 가?' 였다고 한다. 


그리고 아내와 아내 친구는 이런 우리 문화에 대해서 서로 얘기하며 서로 웃었다. 물론 아내의 친구는 당연히 남편과 함께 결혼식에 오겠다고 했다. 


문화의 다름을 존중하고 항상 먼저 배려하는 아내에게 정말 감사하다. 나도 더 잘할게.



Note

러시아 여성과의 결혼생활 시리즈

결혼생활 속에서 겪은 많은 에피소드 들을 글로 담아보고 있습니다. 


이전글 보기

1. 나는 러시아 여자와 결혼했다.

2. 러시아 여성이라는 타이틀

3. 푸틴... 그리고 전쟁... 우리도 몰라요

4. 이야~ 이제 산도 글로벌 하네!

5. 외국인 아내를 둔 책임감

6. 저희 유튜브 안 해요 (아직은...)

7. 대화가 안 통하는 러시아 처갓집

8. 장인어른이 소련군 대령이었다

9. 아기 낳으면 혼혈이라 너무 이쁘겠다

10. 집에서 3개 국어를 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집에서 3개 국어를 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