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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young Oct 18. 2024

여권 없는 계절도 아름답다.

청주 된내기골 메밀밭, 한강



 주말에 급히 생긴 자리 때움으로 생애 두 번째의 메밀밭 구경을 다.

이 작은 나라 땅덩어리에 무슨 을 숨겼길래 이리 철마다 각양각색의 꽃무리를 지천에

피워 사람들을 불러내는지 신기할 지경이다.

  "어떤 계절이 좋았니?"

 밥을 먹다 이 진부한 물음을 새삼 스러이 화두로 올린다.

살아가면서도 없이 바뀌던 그 숱한 감정, 취향들을 누구에게 정하란 말인가

한 계절 날리던 꽃잎을, 낙엽그리고 쏟아지는 여름비를 보았던 그 시간들이 모여

한 순간 인생이 되어 있었다

부모였고 오랜 직업에도 전념한 교사였지만 그 이전에 나 자신인 것도 잊지 못했다. 그래서 행복했고

불행했을 지도 모른. 이제 남은 시간 무엇을 하게 될까 묻는 시점이다.


 오늘만 사는  같이 바쁘젊은 날엔 틈이 나면 나라  여행으로 보상하려 했고 낯선 문화대한

호기심도 다. 명사들이 남긴 흔적이나 다른 문화를 접하 감동은 은밀 자산이 되었지만

코로나를 겪으며 알게 된 내 나라의 계절감엔 필수 영양소 같은 맛이 있다.

그래서 옛 어른들이 때 되면 꽃놀이를 챙겼던 것인가

 나는 여전히 못 가본 지구촌 여행길을 또 되겠지만 때 되면 우리 산자락을 물들이는

형형색색의 꽃무리나 숨은 섬들이 내는 밥상에도 부지런할 이다.


 


 평창 메밀에만 익숙한 우리에게 매우 정겨운 우리말 지명을 가진 충청도 '된내기골'은

청주시 추정리위치한 신생 메밀밭이다.  근래 예능이나 드라마의 배경이 되면서 핫플이 되었다는데

원래 메밀을 얻기 위한 밭이 아니라 꿀벌의 먹이가 될 밀원얻으려는 사유지로 봄에는 유채를

가을이면 메밀산을 덮으 노력단다.

 한 벌꿀 장인의 고생이 더불어 충청도의 멋진 관광명소를 하나 만들었으 두고두고 자랑스러운

일이  듯...

 버스 주차장에서 15분 정도를 걸어 산 입구까지 가는데 길목에서부터 가을가을하여

모두들 눈 둘 곳이 바쁘다. 한창인 코스모스 무리탐스럽게 영근 사과나무 울타리를  집들이며

곳곳에 벌들이 잉잉대는 게 시골 사는 맛이 눈으로 느껴동네다.


 경사진 길을 걷느라 좀 힘들었지만 그다음 시야에 전개되 풍경은 눈부심 그 자체다.

평지인 평창과 달리 산허리를 휘감으며 끝없이  채워진 메밀밭 아래서 바라보는 시선이나 위에서 보는

전망 모두 탄성이 나온다.  사이로 젊은 데이트족과 웨딩촬영을 하러 온 부부들이 많아

요즘 핫한 여행지 맞네 싶었다.

 "10월엔  같은 꽃더미가  땅을 또 한 순번 지나가 구나" 인지하며 양봉상자 위에 잠시 걸터 쉬었더니

분주한 사진작가들의 컷 속에 더불어 잡히고 다.

꿀벌의 거주지답게 1개 5천 원씩이나 하는 꿀 젤라토 아이스크림이 곁에서 불티나게 팔린다.


 청주시내로 들어와 가성비 좋은 식당을 갔는데 요즘 물가에 수도권에서는 먹을 수 없을

신선하고 풍성음식들이 차려져 놀랐다. 직접 가꾼 농작물을 아낌없이 쓰시는 듯...

맛이 살아있는 호박죽을 감탄하며 먹었다.


 이 가을에 여린 소녀 같던 작가 한강이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되었단다.

책장에서 잊고 있던 그녀의 시집을 찾아 다시 머리맡에 놓는다. 10여 년 전 나의 밑줄들은

너무 차고 강렬한 부분들이어서 어리둥절하기 조차 하다. 아! 맞다. 나 이제 할머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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