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회사 생활을 마치고, 이제 창업자가 되었다. 조직 안에서 보호만 받았던 내가 한 조직의 보호자가 된 셈이다. 아이를 처음 안았을 때 아빠로서 느꼈던 책임의 무게가 다시 떠올랐다. 아빠의 책임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6명 조직의 경영자로서 짊어져야 할 책임의 무게 역시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육아와 경영이 서로 달라 보이지만, 본질적으로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훌륭한 부모는 애정과 관심으로 아이를 지켜보며, 아이의 성장과 발달에 필요한 것들을 채워준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말이다. 훌륭한 경영자도 마찬가지다. 조직을 세심하게 관찰하며, 조직의 성장에 필요한 점들을 채워준다. 보호자로서 경계해야 할 점도 유사하다. 부모와 경영자는 자신의 욕심이나 관심을 앞세우기보다는, 돌봄의 대상을 위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아이가 부모의 꿈을 실현하는 수단이 아니듯, 회사 역시 경영자의 꿈을 실현하는 수단이 아니어야 한다.
창업을 시작하며 다짐한 내용은 육아를 시작할 때와 다르지 않다. "회사(아이)가 가진 잠재력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도록 불필요한 것들을 걷어내자"는 다짐이다. 이 다짐은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조각가 미켈란젤로에서 영감을 얻었다. 누군가 그에게 다비드 조각상을 어떻게 만들었냐고 묻자, 그는 "다비드는 이미 돌 안에 있었다. 나는 불필요한 부분을 걷어냈을 뿐이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내 아이를 향한 나의 관점이, 경영자로서 관점을 형성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앞으로 나와 함께 하게 될 동료들은 회사에 자신을 끼워 맞추기보다는, 자신이 가장 잘하는 방식으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물론 구성원들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도전하고 싶은 목표를 부여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일은 모두 경영자로서 내가 맡아야 할 역할이다. 미켈란젤로는 돌덩이를 두고 오랫동안 관찰하며 다비드의 모습을 그려냈을 것이다. 아이든, 직원이든 대상을 향한 세심한 관찰이야말로 그 대상의 잠재력을 발견하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