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성이 아빠 Aug 30. 2021

24개월 정산; 마지막 정산

휴직 487일째, 민성이 D+736

'저예요, 바로 저. 군산에서 제일 예쁜 애!' / 2021.8.28. 군산 롯데몰


지난주 민성이가 두 돌을 맞으면서 그는 생후 2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내가 처음으로 매달 육아 정산을 시작한 게 9개월 때였으니(9개월 정산; 악어 → 미어캣), 어느새 16번째 정산 글이다.


그리고 아마도 이번 정산이 마지막이 될 것이다. 나는 예정보다 복직을 앞당기게 되었고, 브런치도 육아휴직 500일을 끝으로 마무리할 예정이다(대장정의 끝).


이번 달은 민성이의 여름휴가로 시작했다. 당초 아이 두 돌 기념 겸 제주도 고급 호텔에서 보낼 예정이었지만 코로나는 복직 직전까지 내 발목을 잡았고, 결국 눈물을 머금고 행선지를 바꿔야 했다.


그래도 급하게 구한 것치곤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하필 또 비 예보가 있었는데, 거짓말처럼 우리가 놀러 간 곳만 비가 내리지 않았다. 민성이의 첫 계곡 나들이이기도 했다(민성이의 여름휴가(1),(2)).


이번 달, 또 하나의 큰 변화는 애 키우는 엄빠들과의 연대였다. 난 우연한 기회에 그들과 연락이 닿았고, 매주 한 번 육아 대화방에 참석해 양껏 육아 수다를 떨 수 있게 되었다(육아 공동 전선(1),(2)). 


만약 이런 기회가 더 일찍 찾아왔더라면, 난 확실히 덜 외로웠을 것이다. 육아휴직이 거의 끝나가는 시점에 이들을 만나 그저 분하고 원통할 따름이다.


민성이는 확실히 전보다 말이 늘었다(터질듯 터지지 않는 말문). 내가 근래 정말 공을 많이 들였던 '아빠, 주세요.'는 이제 꽤 그럴싸하게 말한다. 수다쟁이의 강림이 얼마 남지 않았단 느낌이 든다.


복직과 서울 이사가 가시권 안에 들어오면서 나도, 아내도 많이 바빠졌다(아빠는 정리 중). 복직하는 꿈까지 꾸는 걸 보면(복직하는 꿈을 꿨다), 정말 휴직 생활이 끝나가고 있긴 한가보다. 


악어처럼 기어 다니던 민성이가 미어캣처럼 무릎을 꿇고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는 게 첫 정산 글이었다. 그랬던 민성이가 지금 얼마나 컸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저 밝고 건강하게 자란 민성이가 고맙고, 또 고마울 뿐이다. ###

매거진의 이전글 생애 두 번째 생일 파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