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20일째, 민성이 D+269
내일(21일)이면 민성이가 생후 270일, 10개월 차에 접어든다. 육아휴직을 쓴 지도 20일, 시간이 참 빠르다. 개월 수가 바뀔 때마다, 그 달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찬찬히 정리해보려고 한다.
지난 1일, 육아휴직에 들어가면서 브런치 연재를 시작했다(아빠 육아휴직, 2년의 기록). 내 나이 35살, 직장생활 10년 차, 그리고 민성이 생후 250일 되는 날이었다.
사흘 뒤, 와이프는 복직을 했다. 아이를 낳고 8개월 만이었다(엄마 복직 첫날, 민성이는 울지 않았다). 엄마가 복직하면 아이는 운다는 게 우리의 통념이었나 보다. 이 날 올린 글이 내 브런치 중에 가장 많이 읽혔다.
혼자 민성이를 보며 여러 생각을 했다. 온 집안을 쓸고 다니는 아이를 다시 끌고 와야 하는지(매트 밖 민성이 다시 데리고 와야 할까), 부자 둘 다 행복하려면 어찌해야 하는지(아이만 행복하면, 진짜 괜찮은 걸까?) 고민했다.
어린이날엔 아이 안전사고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게 됐고(아이 머리 위로 거울이 쓰러지고 있었다), 아내와 둘째 이야기도 나눴다(아이는 엄마만 낳을 수 있다). 하나같이 의미 있는 순간이었다.
아내의 복직 직전 쓰러지셨던 장인어른은 결국 세 딸이 지켜보는 가운데 돌아가셨고(장인어른이 운명하셨다, 주무시듯 편안하게) 3일장을 치른 뒤, 조화가 만개한 수목장 숲에 그를 모셨다.
아내는 정신을 차려보니 복직해있었고, 정신을 차려보니 아버님 무덤 앞이었다고 회고했다. 세 딸 중 맏이로서, 그녀는 아버님 관련 일을 전부 처리해야 했다. 폭풍 같은 한 달이었다.
그러는 사이, 민성이는 악어에서 미어캣이 돼있었다. 휴직을 시작할 때만 해도 열심히 기어 다니던 아이는 어느새 앉고(어제는 못하던 걸, 오늘은 해낼 때) 어느새 섰다(섰다! 강민성). 9개월, 아이의 가장 큰 변화였다.
10개월 정산을 할 때, 민성이는 미어캣에서 무엇이 돼있을까. 103호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나는 아이를 보면서 어떤 생각들을 하게 될까. 그간 쌓인 민성이 사진만큼이나 추억이, 보람이, 행복감이 쌓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