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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희숙 Oct 24. 2024

성인 오락실, PC방, BAR, 만화방

 정말 다양한, 전에 보지 못한 유형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 공간이다. 대학교수, 시인, 기자부터 시작해서 정말 힘든 와중에도 도박이나 게임에 빠져 집을 날렸다는 사람도 보고 이혼당했다는 사람도 보았다. 여자 남자 할 것 없었다.


 하루종일 일 하지 않고 PC방, 만화방에서 내가 출근해서 끝날 때까지 만화나 게임을 하는 사람도 많았고, 성인 오락실에서는 게임이나 도박을 하다 돈을 잃자 오락기를 조작했다고 의자로 깨 부숴 경찰이 오기도 했다.


 어두운 사회의 일면을 보는 것은 나름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세상은 그저 아름답게만 흘러가지 않는다는 사실은 다치고 분노했던 마음을 조금 누그러뜨렸다. 그저 ‘저러한 사람이 있는 거구나. 사람을 만날 때 정신 차려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달까.


 이렇게 하나씩 내 나름의 교훈을 얻어갔다. 사람을 볼 때 마냥 믿음만으로 보지 않았다. 엄마가 늘 말하던 남들 눈에 ‘착하고 바른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고민도 버렸다. 그렇게 믿음 안에서 멀어져 갔고, 중간중간 깨달을 때마다 마음은 무너졌지만 믿음을 회복하기엔 너무 멀리 왔다고 생각했다.


  해와 달의 같은 움직임이 반복되어 감에 따라 감정과 상황도 제 자리를 찾아갔다. 그러다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된 것이다.


처음 인사 나누던 날, 입은 하얀 도복은 깨끗했고, 단정했다. 처음 사적으로 만나던 날, 공적으로 인사하던 때와는 다르게 내 앞에서 눈도 잘 못 마주치고 어쩔 줄 몰라하던 태도는 나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던 다른 친구들과는 사뭇 느낌이 달랐다.


 가정환경이 비슷했으나 사람과 가족을 대하는 태도는 달랐고, 노란 봉고차를 몰고 다니면서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어딜 가도 남들이 입을 달던 잘생긴 얼굴은 꾸미지 않아 흙 속에 진주 같았고, 아무렇게나 막 입는 옷차림은 바꿔가는 재미가 있었다. ‘문화생활을 어떻게 저렇게도 모를 수 있을까.’동질감이 일어 ‘같이 알아 가보자.’ 하는 마음이 들 지경이었다.


 포장된 것들이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그래서 반감이 들 정도였다고나 할까. 하물며 똥 싸는 것까지도 시시콜콜 말하고 내가 먹 다 흘린 것까지 아무렇지 않게 주워 먹고, 같이 있는 동안 방귀를 못 뀌어 배가 아픈 날 보고 그냥 편하게 뀌라고 했다.


체면치레에 남자 앞에서 립글로스 하나 못 바르던 나에게 가까이 다가와 이게 뭐가 끼어있는지 아닌지 직접 확인해주고 씹던 껌까지도 괜찮다며 받아먹었다. 그렇게 그를 대함에 점점 편해지는 나의 모습을 보며 이런 모습도 매일 다른 나라서 이쁘다고 말해주었다.

어디서든 잘 정리된 모습만을 보여주려 애쓰던 나에게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냐며 그런 마음이 나를 고장 나게 한다고 있는 그대로가 제일 이쁘다고 말해주던 사람.


 나를 갈고 갈아 나와 함께 함에 만족을 주려 노력하고 나를 혹시나 오해할까 전전긍긍, 말 한마디 떼 내기가 쉽지 않고, 잘 보이고 싶어 못난 부분을 감추려 있는 체, 잘난 체하는 그런 속임수가 계속되는 만남에서 작은 것 하나 실없는 소리에도 반응하고 우리 너무 비슷하다며 나의 행동과 소소한 이야기 하나에도 공감받는 그런 다정함으로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그렇게 사람으로 인해 빠르게 치유되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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