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실시설계(인테리어) 미팅
미팅 시간이 다가오면 포치에 나가 소장님이 언제 오시는지 기웃기웃하곤 하는데, 이날은 차에서 내리시는데 뭔가가 엄청 많이 들려있다. 아니 가만 보니 뭔가가 엄청 많이 들려있는 게 아니라 아예 리어카 같은 걸 끌고 오시네. 부리나케 신발을 신고 뛰어내려 갔더니만 정말 한 짐이다. 가만, 이거 내가 다 끌고 올라갈 수는 있는 걸까?
잔뜩 끌려온 짐은 대부분이 샘플이었다- 벽지 샘플, 타일 샘플, 목재 샘플, 기타 등등 샘플. 벽에는 페인트를 칠할지 벽지를 바를지, 욕실 타일은 무슨 색으로 할지, 주방 가구는 또 어쩔지 등등 집에 색과 패턴을 입혀가는 시간. 모든 샘플이 다 놀라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놀라웠던건 벽지다(평소 벽지가 예쁘다고 느꼈던 적이 없던 터라).
'유럽에서 바라보는 아시아'라는 일종의 편향된 시각에서 제작된 제품임에도 이 정도면 보편적인 아름다움을 충분히 잘 담았다 싶고, 질감까지 고려하면 정말 비현실적인 수준. 집에 창은 많아도 벽은 많지 않은데, 예쁜 걸 보고 있자니 갑작스레 벽 욕심이 나기 시작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역시 가격. 그렇기 때문에 국산 벽지 중에서도 괜찮은 게 있으면 좋을 텐데…. 유럽 못지않게 우리도 벽지를 많이 쓰는데 어째서 이렇게까지 차이가 나는 걸까.
2022.01.14. 세 번째 실시설계(인테리어) 미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