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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 번 더 안아주기 Mar 16. 2023

Bucket List - 엄마랑 여행 (준비 편)

엄마와 나의 우주를 연결할 수 있는 웜홀이 되기를

엄마랑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엄마랑 둘이 가는 해외여행은 2013년 싱가포르가 마지막이었으니 딱 10년 만이다. 그 사이 나는 아이 둘의 엄마가 되었고, 엄마는 칠순이 되셨다. '그래. 더 늦기 전에, 엄마도 나도 시간과 체력이 있을 때 가자!'


그렇다면 누구랑? 이게 제일 고민이었다. 우리 둘만 가면 아빠가 서운해하시지 않을까 걱정도 되고 아이들도 눈에 밟혀 호텔 예약 사이트에서 family room도 여러 번 클릭해 보았다. 하지만 가족이라 해도 취향이 서로 다르기에 모두의 needs를 다 만족시키려다 보면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여행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고맙게도 이해해 준 가족들 덕분에 이번에는 조촐하게 엄마랑 둘이 떠나게 되었다.  


어디가 좋을까? 처음에는 3-4일 정도 동남아를 다녀올까 싶었다. 엄마는 연세에 비해 체력이 좋은 편이시지만 그래도 올해 칠순이시니 원거리 & 장기간 여행은 힘들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엄마가 생각보다 (나보다도 훨씬) 다양한 동남아 여러 나라들을 이미 다녀오신 게 아닌가? 다시 곰곰이 생각하다 엄마께 딸이랑 가시고 싶은 나라가 있는지 여쭈어 보니 "스위스 아니면 크로아티아?"라고 하셨다. 맞다. 엄마는 예전부터 스위스를 가보고 싶다고 하셨었다. 언어적인 불편함이나 체력적인 부담을 생각하면 '딸과 함께' '지금' 떠나기 완벽한 여행지였다. 그래. 가자 스위스!


스위스는 나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나라이다. 유튜브에서 여행후기를 살펴보고, 여행사를 컨택해서 일정 및 비용에 대한 상담을 했다. 스위스 여행 준비에서 가장 큰 뼈대가 되는 항공, 호텔, 스위스패스 구입을 위해 며칠 밤낮을 찾아보고 서점에 가서 여행책을 샀다. 친구랑 간다면 '어? 여기가 아니네?' 하고 돌아가면 되지만 어른을 모시고 가는 여행이다 보니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고 깔끔하고 여유 있는 여행이 되어야 한다는 부담이 느껴져서 최종 일정을 확정하기까지는 꽤 긴 시간, 고도의 집중력과 에너지가 필요했다


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낄 수 있었던 지난 주말, 김창옥 강사의 소통 강의(https://www.youtube.com/watch?v=jC5S-FjFF3o&t=2274s)를 들으면서 오랜만에 한강 산책을 하고 있던 중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추억은 우주에 있는 웜홀(wormhole) 같은 거라고. 부모가 자식을 낳으면 처음에는 매우 가까운 거리의 행성이지만 자식이 점점 팽창하기 시작해서 부모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한다고. 그래서 어느 날 보면, 서로 만나기 어려울 만큼 멀어져 있다고. 이 간격을 매우 짧은 시간에 이어 줄 수 있는 것이 웜홀인데, 추억이 바로 인간을 만나게 해주는 웜홀이라는 이야기였다. 어느 날 라디오에서 엄마가 자주 흥얼거리시던 노래가 나오면 그것이 엄청한 웜홀이 되어 내 온 영혼이 그 시절로 돌아가서 그때 덮고 자던 이불에 있던 무늬도 생각나고, 엄마의 화장품 냄새도 맡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SF 영화에서 웜홀을 통과할 때 중력의 7-8배의 눌림이 있듯이 추억을 쌓기 위해서는 돈과 시간도 필요하고 어색함도 견뎌내야 하겠지만,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웜홀을 많이 만들어 두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듣는데 내 안에서 감사함이 올라왔다. 


그래, 이번 여행을 통해서 엄마와 나 사이를 연결해 주는 웜홀을 만들 수 있겠구나. 가기로 한 것 참 잘했다. 이렇게 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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