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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이번 생에 휴직은 처음이라 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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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 번 더 안아주기 Jun 20. 2023

Bucket List - 엄마랑 여행 (실행 편)

여행은 깨면서 꾸는 꿈

벌써 한 달 반이 흘렀다. 엄마랑 스위스 여행을 다녀온 지. 몇 년 전 '여행은 깨면서 꾸는 꿈'이라는 표현을 보고 공감했던 적이 있는데, 이번 여행을 떠올리면 정말 꿈을 꾼 것 같은 느낌이다. 그만큼 스위스는 날씨가 맑으면 맑은 대로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멋진 풍경과 분위기를 선물해 주었고, 사진을 찍으면 바로 엽서로 만들 수 있을 만큼 모든 도시가 멋스러웠다.

취리히로 in 해서 제네바로 out 하는 항공 일정을 기반으로 이번 여행의 main이었던 그린델발트(피르스트, 융프라우)와 체르마트(마테호른)에 시간과 비용을 집중했는데 이건 정말 잘한 일 같다.

아이거 북벽을 보면서 잠들고 눈 뜰 수 있었던 그린델발트 - 피르스트와 융프라우를 가려는 사람들이 머무르면 좋은 곳

마테호른 - 체르마트에 머무르는 내내 날씨가 환상이었다. Thanks to 날씨요정!

여행 일정은 비교적 여유로웠다. 꼭 가야 할 곳 몇 군데를 정하고 비는 날을 만들어 두었기 때문이다. 패키지여행 같은 빠듯한 일정을 원래도 싫어하지만 오래 걸어야 하는 유럽여행의 특성과 엄마의 체력 안배를 위한 결정이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계획하지 않은 곳을 덤으로 가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여행의 설렘과 즐거움은 배가 되었다. 예를 들어, 갑자기 하루 종일 비가 오는 날에는 베른을 가서 시내 구경을 했고, 리기산을 갔다가 오는 길에 즉흥적으로 슈토스를 다녀왔다. 계획했던 일정을 모두 소화하고도 full one day의 시간 여유가 생겨 라보지구를 둘러본 것이 특히 좋았다. 몽트뢰 기차역에 내려 레만호수를 따라 프레드머큐리 동상까지 가는 길에 펼쳐진 하늘과 호수, 꽃들과 마을 분위기는 비현실적일 정도로 아름다웠고, 쉐브헤에서 히바까지 하이킹 코스도 초록초록 평화로웠다. 다음에 또 스위스를 갈 기회가 있다면 몽트뢰에서 1박을 하면서 라보지구에서 시간을 조금 더 보내고 싶다.

기차역에서 내려 레만호숫가에 도착한 순간 반해버렸던 몽트뢰의 꿈같은 풍경

내가 엄마랑 여행을 간다고 했을 때 측근들이 “괜찮겠어?”라고 걱정 어린 농담을 건넨 것처럼 성인인 딸이 엄마와 8박 10일 24시간 함께 하는 것은 꽤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고 현지에서 서로의 여행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불편함도 있었다. 하지만, 싸우지 않고 다치지 않고 여행을 마쳤으니 이만하면 만족스러운, 되돌아봐도 아쉬울 게 없는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