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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 번 더 안아주기 Jul 07. 2023

Bucket List - 트레바리 (독서클럽)

소심한 내게 무엇이든 시도해 보라고 등 떠밀어 주는 귀한 모임

트레바리에 첫 발을 들인 건 2019년이었다. 이른바 '마흔 앓이'(마흔 즈음에 찾아온다는 또 한 번의 질풍노도의 시기) 때문이었는지, 어느새 무거워진 직급으로 회사에서는 (그들도 나도) 더 이상 편안한 대화가 힘들다 판단했기 때문인지 정확히 분류해 내긴 어렵지만 여러 가지 내외부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던 것 같다. 첫째 날, 트레바리 멤버들의 대화의 깊이를 보고 들으면서 이과생인 나는 잔뜩 쫄아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일해 온 분야와 전혀 다른 곳에 터를 두고 있는 사람들이 가지는 다양한 관심사와 생각을 나누고 듣는 것이 즐거워서 빠지지 않고 모임에 나갔었다.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치던 세상의 이슈나 주변의 사람들의 연결성이 보이기 시작했고, 회사에서 적용해 보면 참 좋겠다 싶은 아이디어도 하나둘씩 쌓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 안에 들어와 발효된 생각들을 조금씩 나의 일상과 내가 속한 조직에 적용해 보려던 찰나, 해외 발령으로 인해 트레바리 활동은 자연스럽게 다시 내 삶에서 멀어졌었다. 


포스터 @ 트레바리 아지트: 트레바리가 지향하는 독서토론의 색깔에 대해 잘 표현된 문구들이고 내 맘에도 쏙 든다.


트레바리 독서클럽을 다시 시작한 건 2023년 3월이다. 휴직 초기에 시작했던 몇 가지 일들이 노력과 시간을 가장 많이 요하는 peak 시점을 지나면서 시간적인 여유가 조금 생기기도 했었고, 언제나 내게 영감을 많이 주시는 더랩에이치 김호 대표님이 클럽장이 되어 '소심클럽'을 오픈한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4개월 동안 소심클럽은 내게 친구이자 멘토이자 동반자였다. 전력질주에 지쳐 잠시 쉬는 시간을 갖고 있었던 내게, 앞으로 나의 인생을 무엇으로 채울지 고민이 많던 내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생각해보게 하는 시간이었다. 그동안 소심클럽에서 읽었던 책들과 내게 다가와 안착했던 문구들을 간단히 정리해 본다. 


<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 허지원 

-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완벽주의는 긍정적인 정서 경험과 결합할 때 가장 좋은 성과를 낸다. 완벽을 기하려는 자기 모습에 즐거워하고, 완벽 '비스무레'한 상황에 즐거워하고, 완벽하지 못한 결과에 남 일인 듯 깔깔댈 때 완벽주의는 '최적의 결과'를 가져온다. 


<나는 왜 나를 함부로 대할까> 문요한

- 그대로 두기 letting be: 투명한 컵에 흙이 담긴 물을 흔들면 물이 잔뜩 흐려진다. 흐려진 물컵을 가만히 두고 바라보면 흙은 가라앉고 물은 다시 맑아진다. 마음도 그러하다. 불쾌한 생각과 감정이라도 하더라도 이를 가만히 두고 바라보고 있으면 생각과 감정은 가라앉기 시작한다. 

- 오티움otium(내 영혼을 기쁘게 하는 능동적 휴식)이 자기 돌봄의 핵심이다. Burnout은 일을 많이 해서 오는 것이 아니라 일'만' 해서 오는 것이다.


<나는 왜 도와달라는 말을 못 할까> 웨인 베이커

- 주고받음의 법칙: 1) 아무런 조건 없이 베풀어라. 2) 마음껏 베풀되 자신의 한계를 파악하라. 3) 도움이 필요할 때는 주저 없이 부탁하되 도움에 너무 의지하지는 마라. 4) 장기적으로 생각하라. 


<나는 이제 싫다고 말하기로 했다> 김호

- 지아지앙의 거절 100일 프로젝트: 100일에 걸쳐 100번의 거절을 당하기 위한 프로젝트. 거절이 기본값이 되면 생각보다 그렇게 크게 상처받지 않는다.

- 거절과 외면은 성공의 필수 조건이다. 거절당하는 것이 두려워 시도하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성공을 시도하지 않는 것과 같은 말이다. 거절을 접하는 순간 우리는 성공에 더 가까워져 있는 것이다. 거절은 성공의 디폴트default이다.


소심클럽에 이어 7월부터 시작한 환승클럽의 첫 모임이 바로 어제 있었다. 역시나 어제도 3시간 40분이라는 시간이 34분처럼 느껴질 정도로 참 좋은 시간이었다.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김호

- 10년 뒤 나는 직업적으로 너무나 만족스러운 상태를 맞이했다. 어떤 모습이 상상되는가? 그 상태를 만들기 위해 10년 전인 오늘 나는 어떤 변화를 시작했는가? 구체화시키는 것이 key.

- 직업을 만들기 위해 혼자만의 시간 하루 2시간(8%)을 투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 Plan Less, Experiment More!


오늘 아침 나는 음양탕(뜨거운 물 반 컵에 찬 물 반 컵을 부어 미지근하게 마시는 물)을 마시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해서 구본형 작가님의 책 한 권을 주문했다. 그리고 어제 캘린더에 블록해 둔 '혼자만의 시간 하루 2시간'을 활용해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쓴다. 소심클럽에서 환승클럽으로 이어진 독서모임은 이미 내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음을 다시 한번 느낀다. Instagram 피드를 보고 우연히 등록한 클럽이 내게 새로운 것에 도전할 용기를 준 것처럼 앞으로도 더 많은 실험experiment을 해보고 싶다. 


Plan Less, Experiment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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