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두려움과 용기
이번 생에 처음으로 휴직을 한다.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을 퇴사를 하고 '다음'을 결정하기 전에 몇 개월 쉬어본 적은 있지만 한 번도 휴직을 생각해 본 적은 없었고, 출산휴가 3개월을 마치고 복귀할 때에도 더 쉬고 싶은 생각보다는 얼른 복귀해서 '엄마인 나'보다는 그냥 '나'로 지내고 싶었다.
그런 내가 언젠가부터 휴직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쉬는 시간 없이 계속 달리기만 했더니 에너지 레벨이 점점 줄어드는 느낌이 들었고, 일 때문에 몸과 마음의 여유가 없다 보니 온화한 미소로 여유 있게 아이들이 품어지지가 않았다. 주어진 상황과 끊임없이 밀려오는 일들이 나를 주도하는 게 아니라, 내가 가치를 두는 것들을 중심으로 나의 시간표를 다시 setting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이 모이고 쌓여 내린 결정이다.
육아휴직 제도를 활용하면 회사를 그만두지 않아도 1년은 휴직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휴직을 결정함에 있어 위험 부담을 확연히 줄여주는 요소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휴직이 나의 커리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동료들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걱정과 두려움이 있었다. 휴직. 쉽지 않은 결정이란 건 알았지만 생각보다도 더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결정이었구나.. 그동안 육아휴직을 신청했던 용기 있는 그들의 얼굴이 하나하나 머릿속을 스쳐간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조직에서 '휴직을 하기 좋은 시기'란 결코 오지 않을 거라는 것을. 매해 나와 나의 팀이 해내야 하는 중요한 목표가 있고, 하나를 이루면 또 다른 중요한 녀석이 몰려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론을 내렸다.
그래. 이쯤에서 잠깐 쉬어가는 것도 좋겠다.
Direct Manager에게 처음 이야기하는 날은 긴장모드였다. 차라도 한잔 하면서 이야기하면 맥락을 전달하기가 낫겠다 싶어서 tea time을 제안했었는데 그분이 갑자기 COVID test 양성반응이 나오는 바람에 결국 TEAMS 상으로 이야기를 해야 했다. 목소리가 조금 떨리긴 했지만 차근차근 이런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내 생각의 흐름을 이야기했고, 다행히 내 결정을 존중해 주셨다.
가족들과 친구들도 정말 잘 한 결정이라고, 그동안 애썼다고 이야기해주었다. 역시 측근이 제일이다. 주변의 반응에 따라 내 결정이 바뀔 것은 아니었지만, 내 주변에 나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내 편'이 있다는 것은 정말로 든든한 힘이 된다.
1년 후에 무엇을 할 것인지 묻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나는 지금 그 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번 생에 처음 하는 휴직. 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니까, 지금 이 순간은 내게 주어진 이 소중한 1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에만 집중하고 싶다. 쉬어가는 1년이 앞으로의 10년, 20년을 위한 에너지 보관함에 에너지를 가득 채우는 시간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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