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축하를 받다
휴직 전 마지막 근무일. 날짜가 다가올수록 시간이 참 안 간다 싶었는데 드디어 그날이 왔다.
아침 일찍부터 회의가 있어서 이른 시간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Grab을 타면 거의 딱 맞게 도착하겠다 싶었지만 오늘은 특히 마지막 날이라서 그런지 단 1분도 늦지 않고 싶은 마음에 나도 모르게 자꾸 핸드폰 시계를 들여다봤던 것 같다.
마지막 날이었지만 유난스럽지 않게 보통 때와 다름없이 빼곡한 일정을 보냈다. (심지어 마지막 2시간은 내년을 위한 workshop이었다. 하하하)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고 전철을 타고 집에 오는 길엔 기분이 참 이상했다. 이직을 하거나 해외 파견근무를 시작할 때의 느낌과 비슷하다고 할까? 기대와 설렘 그리고 걱정과 불안이 섞인 뭔가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아리송한 마음으로 드디어 집에 도착해서 문을 여는데, 거실에 아이들의 동화책이 하트 모양으로 세워져 있는 게 아닌가? 신발도 벗기 전에 아이들이 꽃가루를 뿌리면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Happy Birthday to You 멜로디에 맞추어)
휴직 축하합니다~ 휴직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엄마의 휴직 축하합니다~ Yeah!!!
노래가 끝나고 둘째가 하트 모양으로 세워진 동화책을 살짝 건드리니 도미노처럼 하트 모양이 만들어진다. 오후에 딸아이에게서 엄마가 몇 시에 오는지 확인하는 문자메시지가 왔었는데 언제 이런 이벤트를 기획했을까? 참 예쁜 아이들이다. 점심때부터 거실에 책으로 하트 도미노를 만들고 엄마가 오면 어떻게 이벤트를 해줄까 고민했을 그 모습이 참 고맙다. 오늘이 나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축제가 되어 기뻤다.
일 년 후 내가 무엇을 하고 있을지, 현시점에서의 쉼이 나의 career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시 한번 현재에 집중하기로 다짐을 한다. 돈 부자는 아니지만 시간 부자가 되어, 사랑하는 사람들을 추앙하며, 나 자신에게 너그러운 일 년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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