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상으로
1년의 휴직 기간이 화살같이 지나고, 회사에 복귀했다. 내가 주재원으로 일 한 2년. 그리고 휴직을 했던 1년. 이렇게 총 3년이라는 기간 동안 회사에는 꽤 많은 변화가 있었음이 피부로 느껴졌다. 그 덕에 아직은 더 정리되어야 하는 부분이 있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라 믿는다.
지난 여름 <번아웃 리커버리 프로젝트> 북토크에 참석했을 때 저자인 이항심 교수님은 두 가지를 강조하셨다. 첫 번째는 '향유하기'. 즉, 생활 속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것 못지않게 긍정적인 경험을 잘 음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일상 속 지침 방지턱'이다. 하루에 10분, 15분이라도 잠시 멈추어 내 상황에 맞는 쉼을 가지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 무척 공감이 되는 말이었다.
업무 복귀 후 나는 배운 것을 다양한 형태로 일상에 적용하면서 실험을 하고 있다. 우선 동료나 가족에게 좋은 일이 있으면 이를 넘기지 않고 (Yes/No로 답할 수 있는 닫힌 질문이 아닌) 열린 질문을 한다. '향유하기'의 가장 좋은 방법은 주인공이 긍정적인 경험을 하기까지의 여정을 떠올리며 이를 다시 한번 즐기고 넘어갈 수 있도록 질문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상의 지침 방지턱'도 곳곳에 만들어 두었는데 1주일에 한 번 꾸준히 받고 있는 기타 레슨, 주 3~4회 1시간 이상 걷거나 뛰기, 햇볕 좋은 날의 광합성, 시간 날 때마다 사람들을 만나고 연결성을 유지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언젠가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날이 있었는데, 그날 내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빨리 집에 가서 기타 연습 하고 싶다.
아마도 나도 모르게 내 몸이, 내 마음이 지침방지턱을 찾아 헤매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아직은 복귀한 지 오래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쉬면서 비축해 둔 에너지가 여유 있게 남아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직장에서 주어진 역할을 해내려다 보면, 가정에서 부모 역할을 잘하려다 보면 언젠가 또 고비가 올 것이란 걸 안다. 그때마다, 휴직 기간을 통해 배우고 깨닫고 실험한 것을 잘 적용해 볼 생각이다. 열정을 가지고 집중력 있게 빠르게 달릴 때는 속도를 내어서 달리고, 잠시 멈추고 방향을 확인해야 할 때에는 속도를 늦추거나 필요하다면 잠시 정차하는 것. 일상 속 지침방지턱을 통해 더 다양한 속도의 삶을 연습하면서 건강하게 안전하게 주행해 볼 생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처럼 '멈춤' 보다는 '달리기'에 익숙한 삶을 살고 있는 다른 사람들과 나의 배움, 깨달음, 실험 결과를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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