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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 번 더 안아주기 Jul 31. 2023

Bucket List - 기타 배우기

디더긴 하지만 언젠가는 는다는 믿음

취미로 연주할 수 있는 악기가 하나 있었으면 했다. 


내가 어릴 적에는 동네의 거의 모든 여자 아이들이 피아노 학원을 다녔다. 나 역시 그중에 하나였고, 딱히 원해서 간 건 아니었지만 또 딱히 싫지도 않았기에 체르니 30번까지 무사히 끝냈다. 알만한 대학에 들어가고,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둘 낳고 나면 드디어 사촌에 팔촌 정도 되는 주변 어른들의 잔소리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처럼 체르니 30번이 딱 그 정도인 것 같다. 피아노를 더 배우라는 압력도 없고, 부족하다는 소리도 듣지 않는.. 그렇다 보니 성인이 되고 나서는 피아노 의자 앞에 앉는 일이 거의 없었다. 지금 악기를 배운다면 피아노를 더 잘 치게 되는 것보다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새로운 악기를 배우는 것이 훨씬 마음이 끌렸다.  


Classic 한 느낌의 바이올린이나 첼로는 내겐 too much 고상해 보였다. Casual 한 기타나 드럼에 조금 더 마음이 갔다. 이왕이면 내가 원할 때 원하는 장소에서 연주가 가능하면 좋을 것 같았다. 마침 아이가 합창음악회와 기악합주에서 연주할 악기를 고민하고 있던 참이라 함께 배우면 괜찮겠다 싶었다.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거쳐 Acoustic Guitar(흔히 '통기타'라 불림. 울림통을 이용해서 소리를 내는 기타)를 배우게 되었다. 캘린더를 보니 그게 벌써 7개월 전이다. 


어느 날 기타 선생님으로부터 "기타는 취미로 어떤 것 같아요? 재미가 없거나 너무 더디게 든다거나 그렇지는 않아요? 누가 기타 배운다고 하면 추천하실 건가요?"라는 질문을 받고 곰곰이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내 대답은 기타는 꽤 괜찮은 취미이고 다른 사람이 기타를 배우겠다고 하면 적극 추천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웨이트와 식단을 tight 하게 하면 수개월 후 근육을 만들 수는 있지만, 그것에 만족하며 느슨해지는 순간 갈라지던 근육은 금세 '있었는데 없었습니다.'가 된다. 하지만, 기타는 적어도 그렇지는 않을 것 같았다. 속도는 아~~~~주 느리더라도 천천히 천천히 실력은 늘 것이고, 그것은 내 것으로 남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코드를 배우고 가장 먼저 연습한 곡은 <나비야> 였지만, 7개월이 지난 지금은 <Falling Slowly>을 연습하고 있다.


직장 복귀를 앞두고... 아무리 바빠도 한 달에 두 번 이상은 '시간을 내어' 레슨을 받겠다는 생각으로 선생님과 일정을 조율하면서 10초 설렜다. 그리고, 왼쪽 손가락의 굳은살을 볼 때마다 연습량과 상관없는 뿌듯함이 느껴진다. 


어느 새 기타가 나에게 '좋은 쉼' 중 하나가 되었구나. '좋은 쉼'을 발견해서, 그리고 계속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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