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 플리트비체, 신비로운 물 빛에 취하다

4th 국가: 크로아티아 7th 여정: 플리트비체 2017.4.6-4.8

by GTS

현재까지의 여정

한국 → 러시아 블라디보스톡(베리아 횡단 열차) → 러시아 모스크바 → 우크라이나 키이우 → 그리스 아테네 → 그리스 산토리니 → 그리스 고린토스 → 알바니아 티라나 → 몬테네그로 포드코리차 →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 크로아티아 플리트비체 →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사십춘기 방랑기 D+28일(2017.4.6) 플리트비체 첫째날, 발칸 종주 5일


정거장이 너무 쌩둥맞은 곳에 있었다. 아무도 없이 혼자서 기다리는 동안, 과연 버스가 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지만, 버스는 그 말도 안되는 환승 정거장으로 와서 나를 태웠다.

'아바타'를 촬영시, 원경은 중국의 '장가계'에서 근경은 '플리트비체'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는 이야기를 읽은 기억이 있었다. 어떤 곳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독일까지 육로로 올라가는 동선 상에 있는 곳이기도 하여서 플리트비체를 여정을 결정했다. 버스비는 280쿠나(대략 37,000원 정도) 크로아티아 남부 두브로브니크에서 중북부 플리트비체로 가는 길은 거의 10시간이 소요되었다. 중간에 여권검사가 있었다. 세르비아 헤르체고비나 국경을 아주 살짝 걸쳐 지나기 때문이다. 크로아티아-세르비아 헤르체코비나, 그리고 다시 크로아티아다. 스플리트라는 곳에 도착했을 때, 함께 탑승했던 이들이 대거 내리고, 그만큼 새로운 사람들이 탄다. 나는 동일한 버스를 계속 타고 있다. 그렇게 이동을 하던 중, 어떤 휴게소에 차를 세우더니, 기사가 와서 환승을 해야 된다고 내리라고 한다. 버스 정거장도 아니고, 일반 휴게소에서 환승하라고 하니 당황스러웠다. 그곳에서 환승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버스기사는 파란색 버스가 와서 멈추면, 꼭 그거 타야된다고 한다. 15분 정도 기다리며 될 거라고... "굳럭"이라고 응원한다. 그렇게 알 수 없는 곳에 혼자 남겨졌다. 15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도 파란버스는 안왔다. 대범한척 사진을 찍었지만, 솔직히 조금 쫄렸다. 어떻게 해야 하나, 30분 정도가 지날 무렵에 진짜 파란 버스가 왔다. '플리트비체'라고 하며, 표를 보여주니, 타라고 한다. 이런 환승도 있구나. 플리트비체 인근의 숙소에 오후 5시가 넘어 도착했고, 쓰러듯이 잠들었다.




사십춘기 방랑기 D+29일(2017.4.7) 플리트비체 둘째날, 발칸 종주 6일


10시에 체크아웃을 하고 숙소를 나섰다. 플리트비체행 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정거장으로 향한다. 이제 로컬 버스타는 것에 떨림이 덜해졌다. 10시 30분에 버스는 왔고, 대략 20분 정도를 달려서 플리트비체 입구에 도착했다. 짐꾸러미가 3개이다보니, 이걸 들고서 공원을 둘러볼 수는 없는 일이다. 주위를 둘러보니, 나처럼 짐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을 따라가니, 자연스럽게 짐맡기는 곳을 알게 되었다. 공원에서 운영하는 짐보관소는 그다지 안전할 거 같지 않았지만, 무료였다. 나머지 2개의 짐은 맡기고, 중요한 지갑과 전자기기 등을 담은 가방 하나만 챙겨서 플리트비체에 입장했다. 입장료는 비수기여서 110쿠나(15,000원?)였다. 학생은 더 할인이 되었지만, 나는 학생이 아니니 패스. 그렇게 입장한지 딱 5분 만에 감탄사가 나왔다. 와... 플리트비체 미쳤다.

플리트비체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광경. 처음부터 탄성이 나온다. 사진이 실제를 담아내지 못한다.



물빛이 너무 신비롭다. 초록색 물. 너무 맑아서 그 안의 물고기들이 전부 다 보인다. 이 무슨 광경인지.

입구를 통과하자마자 20미터 정도 가서 보이는 장면, 폭포가 너무도 운치있게 떨어지고 있는데... 그 밑에 보이는 물들은 멀리서 봐도 맑았다. 주변의 색감하며, 진짜 그림 같았다. 나는 올라가면서 경치를 관람하는 C코스를 선택하고, 길을 따라걸었는데, 바로 옆에서 본 물은 내가 생각한 거 보다 더 맑았다. 묘한 초록빛(에멜라드빛이라고 하나)을 띤 물 웅덩이에 물고기들이 노닐고 있는 모습이 다 비친다.

플리트비체는 결국 여러 폭포의 집결체이다. 공원 안의 산책길을 걸으면서 원없이 온갖 폭포를 볼 수 있다.

그렇게 폭포와 물웅덩이 사이로 난 길을 계속해서 걷는다.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다. 예전에 몽골에 갔을 때, 차타고 가다가 내려서 들판을 찍으면, 윈도우 바탕화면이라고 했었는데... 여기서는 그냥 아무 카메라로 찍어도 아바타였다. 유명한 곳은 잘 안가려고 하는 청개구리 성격이지만, 유명하다는 것은 그만큼 매력적인 요소가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플리트비체는 유럽에 온다면 꼭 한번 가볼 만한 가치가 있다.

17457508_141771926354283_1957169626858633828_n.jpg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다.


플리트비체를 돌아보고 밖으로 나오고 나서야, 휴대폰을 어디선가 분실한 것을 알게 되었다. 이 큰 공원에서 이 휴대폰을 다시 찾을 엄두도 안나고, 공원 관계자 앞에서 휴대폰을 잃어버린 과정을 영어로 설명하는 것도 엄두가 안났다. 다행히 이 휴대폰은 배터리가 자주 방전되는 통에 당장 버리고 싶은 아이여서, 별 미련은 없지만 문제는 지금 당장 지도가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 출발 전에 싼 가격에 준비한 화웨이 예비폰이 있었다. 근처 식당에서 햄버거를 먹으면서 와이파이를 동냥하여 오늘 묵어야 할 대략적인 숙소 위치를 확인하고, 주소를 종이에 적은 후에 자그레브행 버스를 기다렸다.


정거장에서 자그레브행 버스를 기다렸다. 30분이 지나도 버스가 오지 않는다. 그런데 버스 정거장 앞에서 히치하이킹을 하고 있는 남자가 보였다. 그는 흰색 추리닝에 목도리를 하고, 검은색 코트를 입고, 무지개색 우산을 검도 칼처럼 뒤에 꽂은 누가봐도 튀는 모습이었다. 검은 007가방처럼 생긴 물건을 도로위에 올려놓고 히치하이킹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때 버스를 기다리면서, 사하라사막 마라톤을 대비하고 위해, 줄넘기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를 쳐다 봤고, 서로에게서 똘끼를 느꼈다.

티도르는 저런 모습으로 자그레브까지 히치하이킹을 하고 있었다. 과연 누가 태워줄 수 있을까?


난 그 친구에게 다가가서 뭐하냐고 물었다. 그는 자그레브까지 히치하이킹으로 가겠다고 한다. 자그레브에서 올 때도 히치하이킹으로 왔다며, 성공률이 높다고 으스되었지만, 그후로 한참동안 지나가는 차에게 외면을 당했다. 그도 그럴것이 플리트비체에서 자크레브까지는 2시간 30분 정도가 걸린다. 제법 긴 거리인데, 낯선이를 태우는 게 망성여지는 것은 당연하다.


나는 버스가 안오고., 그는 히치를 계속 실패하고, 그러다보니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었다. 그의 이름은 티도르이고, 크로아티아 사람이다. 키도 크고 똘끼가 있어서 그렇지 잘 생겼다. 그러나 그와의 대화는 반전의 연속이다.


여행지에서 뜻하지 않게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재밌는 일이다. 플리트비체는 내게 재밌는 여행지였다.

티도르: 너 왜 줄넘기를 하고 있었어?

나: 사하라사막 마라톤이 다가오고 있어서, 체력훈련 하느라구.

티도르: 오 신체를 단련하는구나. 좋네. 나 10년 이상 카포에라를 했어.

나: 카포에라면, 철권이라는 게임에서 '에디'라는 캐릭터가 하는 거 아닌가?

티도르: 맞아, 맞아. 그 캐릭터 나도 알아.

나: 나 철권 좋아해.

티도르: 난 싫어

나: 왜?

티도르: 버튼을 눌러서 상대방을 가격하는 행위가 실망스러워.

나: -_-;;


내가 유도부 동아리티를 입고 있었다.


티도르: 유도라는 운동할 줄 알아?

나: 응, 나 유도 사범이야.

티도르: (잠시 칭찬하다가) 신체를 단련하는 건 멋지지만, 그래도 상대방을 넘기는 행위는 실망스러워.

나: -_-;;


나: 껌 씹을래?

티도르: 난 껌을 안 좋아해. 나는 물고기와 달걀만 먹어.

나: 뭐, 약한 책식주의자 같은 거야?

티도르: 그렇지. (그러면서 한참동안 채식에 대한 예찬을 헸다. 나는 거의 이해를 못했지만)

나: 멋지다. (엄지척)

티도르: 어디까지 가?

나: 자그레브

티도르: 나도 자그레브까지 가는데, 같이 히치하이킹을 할래?

나: 고마워. 너랑 같이 히치하이킹을 할게. 다만 버스가 먼저오면 그냥 버스타고 갈게.

티도르: 멋지다. (엄지척)


티도르: 왜 안경알이 없냐?

나: 그냥 스타일을 위해서.

티도르: 무슨 스타일이 그래?

나: 40세 스타일이야.

티도르: 진짜 40세가 맞아? 그렇게 안보여. 완전 동안이네.

나: 동안이라는 이야기 태어나서 처음 들어. ㅋㅋㅋ 40세 남자를 놀리지 마.

티도르: 아무리 양보해도 30살까지가 한계야. 40세는 말도 안된다구.


참, 서양인들은 동양인 얼굴을 구분하지 못하는 거 같다. 이 삭은 얼굴이 어려보인다니, 살다보니 이런 날도 오는구나. 이렇게 이야기를 하던 중, 버스가 먼저 왔다.


나: 버스 왔네. 나 갈게.

티도르: (놀라지도 않으며) 멋진 친구 잘가


버스를 타며 자연스럽게 그와 헤어 졌다. 다음부터는 나도 스케치북을 준비해서 히치하이킹을 한 번 해볼까 싶다. 자그레브 숙소에 도착하자. 접수를 받는 언니가 혼숙 도미토리임을 일러주며, 내 룸메이트가 한국 사람이라고 말했다. 6인실 숙소의 침대 사이사이는 생각보다 가까웠다. 놀랍게도 한국인 여자 1명이 있었고, 아주 예쁜 크로아티아 여자 1명, 그리고 나, 밤에 늦게 들어온 크로아티아 남자 2명 이렇게 5명이서 머물게 되었다. 여행지의 만남은 설레는 일. 내일 한국 여자분과 이야기를 나눠보는 기대감을 가졌건만, 사하라사막 마라톤을 위해 콜라 대신에 모처럼 먹었던 유유가 탈이 났다. 아픈 배를 부여잡고, 계속 참았지만, 새벽에 화장실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는데, 비둘기가 열심히 퍼덕였다. 화장실 환풍기를 틀었으니, 밖에서는 안들렸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자리에 돌아와서 잠을 청하다가, 크로아티아 남자에가 화장실에서 소변 보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아주... 우렁차게... 세세하게 다 들렸다. 나는 망했다. 아침에 한국인 여자애랑, 크로아티아 여자애랑 일어나서 짐을 챙기는데, 계속 자는 척을 했다. 얼굴을 마주칠 엄두가 안났다. 그래서 그녀들이 출발하고 난후, 그제사야 짐을 챙겼다. 여행지의 낭만적인 만남같은 건 개나 주라고 해.


아.. 최초로 한국 여행객과 같은 방을 썼던 숙소였는데, 아무 일도 일어날 수 없었다. 나는 왜 새벽에 그런 소리를 냈어야 하는 것인가.




[사직서 쓰고, 사십춘기 방랑기] 이 전의 글들


# 1. 7년 전, 사직서를 썼다

https://brunch.co.kr/@b355e3bd564c4ea/2


# 2.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다

https://brunch.co.kr/@b355e3bd564c4ea/3


# 3. 모스크바에서 제자를 만나다

https://brunch.co.kr/@b355e3bd564c4ea/4


# 4. 미인을 찾아서 우크라이나

https://brunch.co.kr/@b355e3bd564c4ea/5


# 5. 아크로폴리스가 멋진 아테네

https://brunch.co.kr/@b355e3bd564c4ea/8


# 6. - 산토리니, 신혼여행지 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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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 발칸 반도, 친절한 남자

https://brunch.co.kr/@b355e3bd564c4ea/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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