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손쓸 수 없이 목숨을 잃게 된다면 내게 무슨 말을 할 거 같은가. 뭘 떠올리게 될까. 그동안 수고 많았다고 할 거 같았다. 과거에는 서러운 것도 많았고 억울한 것도 많았고 자책한 것도 많았었기에 원래의 내가 했을 말은 그게 아니었다. 내가 못 했던 것들, 하고 싶었지만 뒤로 밀어둔 것들, 하려고 시도조차 못 했던 것에 대한 한탄이었고 가장 하고 싶은 걸 마지막에 하다가 가고 싶었다. 내가 그걸 이뤘기 때문에 답이 바뀐 건 아니다. 하고 있는 중이고 할 엄두가 안 나서 도중에 놔두고 있는 것도 많았다. 그렇지만 언제나 쉬는 틈이 나든 어떤 순간이든 그걸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와 그런 재료들을 계속해서 모으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가 참 많다. 하고 싶어서 멈추고 있는 와중에도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들이나 방법들과 아름다운 순간들을 계속해서 기록해두고 있는 거였다. 사진으로 찍어서. 핸드폰으로 저장해서. 글로 기록해서. 계속해서 하고 있었다. 아직 완성시키지 못한 것들이 많았으나 계속해서 몰두하며 거기에만 골몰하며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나는 이것도 아직 하지 못했어라고 후회하지 않아도 됐던 거였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고 싶어서 자신에게 격려의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계속 노력했지만 사실상 나는 겨우 이 정도밖에 못한다고 한탄하고 날선 시선을 보냈었던 사람이었다. 남한테 하는 정도만 나한테 그럴 수 있으면 사는 게 조금은 편하고 그렇게 서럽지도 않을 텐데 하는 생각도 했었지만 어쩌면 그조차도 내가 부족한 사람이라고 깎아내리는 시선이었을 지도 모른다. 내 안에 있던 자아들은 서로를 깎아내리기 바빴고 서로 요만큼만도 인정해 주는 게 어려웠다. 그래서 노력했다. 상처를 주고 힐난을 하면 반드시 상대도 혼자서 울면서 끝내고 싶지 않으니까 울음을 삼키고 분노로 치환해서 더 상처되는 말을 야멸차게 내뱉는다. 상처받은 사람은 어떻게 해야 상대가 상처받는지 알고 있으니까. 차갑게 서로를 경멸하면서 서로의 탓을 하면서 상처를 덮는 행위가 끝나지가 않는데. 나는 그걸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을 했을 뿐인 내 마음에 들지 않았거나 다른 사람에 마음에 들지 않아서 들은 소리를 고스란히 내 일부분에게 들려주고 네가 이렇게 부족하다고 그런 말 들어도 싸다고만 했다. 그래서 서러움이 내 몸 가득 찬 수분처럼 내 머리까지 꽉 차있었구나 하는 걸 느낀다. 억울함이 한가득이었던 이유가 마찬가지다. 지금에 와서 그게 보이게 된 것도 답이 변한 것도 상황이 말도 안 되게 좋아져서가 아니었다. 상황도 같고 나도 같았지만 내가 하는 것들을 조금 유하게 쳐다보게 된 탓이 크다. 날선 시선이나 못마땅한 태도로 봤던 것이 좋은 면을 보려고 하게 되고 조금 괜찮게 보이기 시작했던 게 원인이었다. 그리고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다시 질문하게 되었다. 아무 조짐도 없이 문득 내가 지금 당장 곧 끝장나버린다면 내가 마지막으로 무슨 말을 하고 싶을지 뭘 마지막으로 떠올리게 될지. 고민도 할 거 없이 1초 만에 답이 나왔다. 계속 살아남으려면 여기서 더 강해져야지 하던 것도 이런 걸로 우쭐거리면 안 되지 하던 것도 전부 내리눌러지면서 곧 사라지는데 뭐 어때? 하면서 그동안 수고 많았고 네가 고생한 걸 내가 제일 잘 안다고 격려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었으니까 이제 푹 쉬라고 할 생각이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드니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제는 내가 생각보다 나를 더 이상은 싫어하지 않게됐구나, 였다. 이제라도 내가 받아들인 것처럼 스스로가 하고 있는 걸 응원하고 있다는 걸 인식하고 자체적으로 격려하고 지금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면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나가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