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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Class of 2020

Boy With Luv, 봄날, Mikrokosmos

Aloha :)


미국에서는 5월 초 기말고사가 끝나는 주의 주말에는 졸업식으로 전국이 들썩입니다. 졸업식 연사들로 누가 온다더라부터 시작해서 학사모 꾸미기 등 모든 관심이 졸업식에 집중됩니다. 졸업식이 하나의 축제처럼 느껴집니다. 졸업생의 가족, 친지, 친구들, 지인들이 모여 인생의 한 챕터의 마무리와 새 출발을 응원하며 축하해 줍니다. 하와이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하와이 대학교의 졸업식에는 조금 더 특별한 것이 있습니다. 졸업식 때 Chant(첸트)라고 하는 하와이 전통 노래를 부르고 훌라춤을 추며 졸업생들을 축하해 줍니다. 그리고 졸업식이 끝나면 졸업생들은 졸업식장을 나가 가족과 친구들에게 Lei (레이) 목걸이와 화관을 받습니다. 미국 졸업식에 하와이 전통이 곁들여진 독특하고 멋진 졸업식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졸업식에서 화려한 궁중 무용이나 한국 전통 무용과 민요로 축하공연을 하고 졸업식이 끝난 후에는 능소화 꽃으로 장식된 장원급제 모자를 쓰는 것과 비슷할 것 같습니다. 생각만 해도 멋지지 않나요? 자신의 뿌리가 되는 전통문화와 예술을 일상생활에서도 잘 녹여내는 하와이안들을 보며 나부터라도 한국의 문화와 예술을 더 사랑하고 외국인들에게 잘 설명해 줘야겠다고 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대학원 도비 시절 꿈꿨던 졸업 이후의 미래와 현재는 많은 부분이 다릅니다. 인생의 묘미는 이런 것일까요? 지금은 비록 삶을 영위하기 위해 전공과 무관한 일을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그림과 전공과 관련된 일로도 충분히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봅니다. 그리고 한국에 방문한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전통문화를 설명하고 한국의 예술을 체험할 수 있도록 강의나 수업을 할 수 있는 미래가 다시 오길 바라봅니다.




미국 대학에서 미술은 석사 학위인 Master of Fine Art (a.k.a. MFA)가 순수 미술이 받을 수 있는 최종 학위입니다. 공부하다 힘들면 3년간 열심히 달려왔다 자부하며 당당히 졸업식장에 서 있는 저의 모습을 그려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20년 초, 코로나로 인해 졸업 전시도 오프닝 리셉션이 끝나고 얼마 안 가서 사회적 거리 규제 때문에 갤러리 문이 굳게 닫혀 버리고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가 자꾸 취소되기 일쑤어서 심리적 압박이 컸습니다. 제발 졸업식만이라도 열리게 해달라고 (불가능하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간절히 기도했으나 역시나 졸업식도 결국 취소가 됐습니다.


취소된 졸업식. 친구가 졸업식 사진은 남겨야 한다며 사진 찍어주겠다고 하자 3년간 고이 간직해 뒀던 선배님에게 물려받은 졸업식 가운과 학사모, 새로 산 MFA hooded (졸업 가운 위에 걸치는 것)와 tassel(학사모에 달린 태슬, 전공별로 색깔이 다름. 미술은 보통 갈색.)과 졸전 오프닝 리셉션에서 받았던 조화 꽃 혹은 리본 레이들로 한껏 치장하고 학교에서 사진들을 찍어봤습니다. 물론 사진을 찍거나 이동할 때는 사회적 거리를 지켰으며 사진을 찍지 않을 때는 마스크를 꼭 꼈었습니다.


미대 안에 있는 대나무 밭
학교 정문에서 한 컷
똑똑... 갤러리 문 좀 열어주세요...... T^T


곧이어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유튜브에서 온라인 졸업식을 해준다니! 세상에 마상에! 화려한 졸업식 연사들의 라인업을 보니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역시 졸업식에 진심인 미국 답다 싶었습니다. 274분의 졸업식 중에서 제일 좋았던 부분을 손꼽아보라 한다면 저는 BTS가 졸업연설하고 축하공연을 해주는 온라인 졸업식 마지막 부분이 제일 감동이었습니다. 해외에서 한국어로 하는 졸업식 연설을 들을 수 있고 한국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꿈만 같았습니다. 그리고 방탄소년단이 영상을 찍은 장소가 제 인생의 뮤즈인 국립중앙박물관이라니......! 비록 학사모를 쓰고 졸업식장에 서 보진 못했지만 BTS와 국중박이 유튜브 졸업식에 나와 졸업을 축하해 줬다는 사실 만으로도 큰 위안이 됐던 시간이었습니다.


지금 다시 봐도 BTS와 국립중앙박물관의 Dear Class of 2020 영상은 믿기지가 않습니다. 이상하고 아름다운 섬 생활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게 해 준 BTS와 국중박에게 이 글을 빌려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그리고 3년간 무사히 공부를 마칠 수 있었던 것은 가족, 친구들, 지인들, 그리고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절대 저 혼자서는 3년 과정을 완주할 수 없었습니다. 저를 도와주셨던 많은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그리고 이 글을 통해 다시 한번 어머니, 아버지, 동생에게 큰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항상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Mahalo!



온라인 갤러리에 오신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


클릭! 졸업전시 한눈에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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