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후 바로 위기가 찾아왔다. 생일이 있어 가족 식사 자리가 있었고 추석 연휴가 시작됐다. 외식할 때는 샐러드 먼저 먹고 이후에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먹으려 노력했다. 애사비(애플사이다비니거) 탄 물을 식사 전후 20분 내 마시면 혈당이 치솟지 않는다고 해서 열심히 싸서 다녔다. 다이어트 기간 동안 위 크기가 줄었는지 예전만큼 많이 먹지는 못 하게 된 것 같기도 하다. 주말에 과식했다 싶으면 월요일에는 단식 시간을 최대한 늘린 후에 식사 대신 단백질 쉐이크를 먹기도 하고, 24시간 단식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 올라갔던 몸무게가 많이 내려오기도 했다. 책에 나온 내용을 토대로 최대한 나의 일상에 적용한 것이다. 『내몸혁명』에서 나오는 짧은 단식이 주는 긍정적 효과에 대해 알아보자. 우리는 깨어 있는 낮 12시간 동안 활동하고 먹는다. 그런데 아침에 깨어나 활동하면서 음식을 먹지 않으면 피하지방에 비축해 두었던 에너지를 유리지방산 형태로 꺼내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게 된다고 한다. 공복 상태가 길어지면 간은 지방조직에서 방출되는 지방산을 분해해서 '케톤'을 만든다. 케톤은 포도당을 고집하는 뇌에서도 연료로 이용될 수 있어 근육단백을 끄집어내 포도당을 만드는 대사를 줄임으로써 체내 단백질 손실을 보호해 주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단식을 적절히 활용하면 체지방(특히 내장지방)을 줄이면서 근육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한다. 단식하지 않는 날에는 잘 챙겨 먹어야 한다고 박용우 박사는 강조한다. 지속적인 저칼로리 다이어트를 하면 '안정시대사율'이 저하된다. 안정시대사율이란 우리 몸에서 생존을 위해 본능적으로 나타나는 정상적인 반응으로 위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평소 쓰는 에너지를 최대한 줄인다는 것이다. 평소에 음식을 잘 챙겨 먹는 사람이 72시간 이내의 단식을 할 경우에는 안정시대사율 저하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계속 적게 먹으면 몸이 그것에 적응하고 대비해서 에너지 사용 자체를 최저로 돌린다는 것이다. 몸이 알아서 기초대사량을 줄인다고 하니 자동 절전모드가 되는 것과 같다. 결국 잘 먹다가 단식해야 단식효과가 제대로 있다고 하니 먹는 날 스트레스받지 않았고 단식할 때 배고프지 않아서 좋았다. 올라갔던 몸무게가 다시 스르륵 내려오는 것을 보면 잘 되고 있다고 느꼈다. 앞으로 이렇게 적절하게 잘 활용하면 되겠다는 자신감이 생기니 사람들을 만나 음식 먹는 것에 대한 부담이 줄었다.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가장 크게 변화된 것은 운동에 대한 태도다. 이전 글에서도 지겹도록 이야기했지만 운동이 참 싫었다. 스위치온 다이어트를 선택한 이유도 최소한의 운동이면 될 것 같아 보여 서다. 다이어트하는 동안에도 아주 짧은 운동이제는 운동을 스스로 하고 있다. 스트레스받지 않고 자발적으로 하고 있다. 웬만하면 계단을 이용하려고 노력한다. 계단을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이용하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다. 하루에 적어도 한 번씩은 계단으로 집에 온다. 10-15분까지 홈트도 주기적으로 한다. 운동을 하고 나면 뿌듯하고 기분 좋은 느낌이 점점 온다. 아직 그 이상은 늘리지 못하는 단계지만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의 심정을 1/100 정도는 이해하는 것 같다. 운동을 더 많이 해야 근육량이 늘고 다이어트 단계도 한 단계 올라갈 것 같지만 그래도 많은 발전을 한 것 같다. 운동이 점점 재미있고 자꾸 챙겨서 하게 된 이유가 뭘까? 일단 운동의 효과를 느꼈다는 점이다. 그다음은 아까워서다. 고작 3주의 길지 않은 다이어트 기간이었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다이어트했고 소기의 성과도 있었다. 그것이 아까워서 유지하고 싶은 마음에 최소한의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마흔이 되어서나마 운동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게 되어서 기쁘다. 다이어트를 통해 얻은 최고의 수확 중 하나다. 지속적으로 이 마음이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야채찜이 좋다고 해서 집에서 저녁 먹는 날에는 해 먹으려고 프렙까지 해놓았다. 며칠 해 먹고 일이 계속 생겨 아직 준비해 놓은 야채를 소진하지 못했다. 솔직히 소스 없이 먹기엔 좀 맛이 없어서 이런저런 소스(스리랏차, 스리랏차+마요, 땅콩소스 등등)를 먹고 있다. 소스엔 첨가물들이 들어 있겠지만 야채찜을 많이 먹기 위해서 활용하는 것은 박용우 박사님이 괜찮다고 하셔서 맘 놓고 먹기로 했다.
걱정했던 간식은 정말 많이 줄었다. 아예 끊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예전보다 양 자체가 줄었다. 예를 들어 에이스 3-4 봉지 먹던 것을 1-2 봉지로 줄였다. 약과 1-2개 먹던 것을 미니약과 1-2로 줄였다. 예전에는 과자를 뜯으면 남기기에 애매해서 더 먹고 새로 산 빵이 맛이 없어도 아까워서 다 먹었다. 이제는 과감하게 남겨서 밀봉해서 보관하기도 하고 먹어보니 맛없는 빵은 버리기도 한다. 와우, 간식을 먹다가 남기거나 버리다니 놀라운 일이다. TV에서 보던 소식좌가 된 느낌이다. 감질나게 저렇게 먹는다고? 그때 받았던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놀랐는데 이제는 감질나게 먹는 것이 목표다. 간식을 포만감 있게 먹었을 때 생기는 만족감보다 애써 한 다이어트가 물거품이 될까 하는 걱정이 더 커진 것 같다. 그리고 적게 먹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늘 배가 찢어질 듯이 먹어놓고 더부룩한 느낌에 오히려 식사 만족도가 떨어졌던 기억이 난다. 부족한 듯하게 먹으면 불쾌하게 속이 가득 찬 느낌도 없고 소화도 잘 되는 것 같다. 화가 나는 것은 참으면서 줄인 것도 아니고 몇 번 덜 먹는 것의 장점을 경험하고 보니 알아서 적게 먹는다. 건강과 체중도 지키면서 먹고 싶은 과자들을 한두 입 먹을 수 있으니 더 좋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 틀림없다. 어느 쪽으로 해도 적응할 수 있다면 이왕이면 좋은 쪽으로 바꾸어 적응시켜야겠다.
다이어트를 시작했던 결정적인 이유는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였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내리고 싶었던 것이 궁극의 목표였다. 피검사를 했는데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7월에 한 건강검진이라 다이어트에 의한 결과라고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 여하튼 총 콜레스테롤, 안 좋은 콜레스테롤이라는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랐다. 오히려 좋은 콜레스테롤 수치는 내려갔다. 다만 중성지방 수치가 많이 개선되었다. 같은 병원에서 받은 결과는 아니지만 나중에 피검사를 한 병원에서 자세히 상담을 받았다. 의사 선생님은 중성지방 수치는 식사에 의해 영향받는 것이라고 하셨다. 총 콜레스테롤과 LDL 콜레스테롤의 경우 식사나 운동에 의해 조절되는 것이 아니라고 하셨다. 내 몸이 가진 체질이 마흔이 되며 나타난 것일 수 있다고 한다. 성인병이 발현될 만한 시기가 이제야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동안은 그 수치가 나쁘지 않았을 수 있다고 한다. 작년 수치와도 비교해 보았다. 건강검진 결과지를 이렇게 자세히 들여다본 것은 처음이다. 놀라운 수치 변화를 확인하고 스위치온 다이어트에 대한 효과를 확신하고 싶은 소망은 이뤄지지 못했다. 사람들이 붓기 빠진 내 모습을 알아봐 주고 먹고 싶은 음식을 먹으면서 효과적으로 체중을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낸 것이 기쁘다. 내 몸에 관심을 갖고 식단과 운동을 꾸준히 할 수 있을 것 같아 설렌다. 이제 막 건강 관리를 첫걸음을 뗐다. 걸음마를 시작해서 신나는 아이의 마음으로 뛰어다닐 수 있을 때까지 꾸준히 연습하고 노력해야겠다.
스위치온 다이어트 3주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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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치온 다이어트 2주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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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치온 다이어트 1주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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