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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의 비밀]

by 우영이 Mar 10. 2025

    둔탁하고 목구멍에 무엇인가 걸린 느낌으로 쉰 듯한 소리가 이어진다. 하루에 몇 시간 소리를 지르는 직업은 병을 의심하게 할 정도다. 또랑또랑하고 다른 사람의 귀를 사로잡는 목소리우상의 대상이 된다. 소리 자체가 자랑이요 자신이 내세우는 강점이 되는 이들이 부럽기만 하다.
    자신의 말에 집중하게 만드는 목소리는 어떻게 가능할까. 평생 학습관 프로그램을 살펴보다가 빠른 손가락 동작으로 신청을 하는데 나보다 먼저 움직인 사람들이 많아 대기자로 남는다. 아쉬움에 행여나 하면서 담당자의 전화를 기다리는데 반가운 소식이다. 다음 주 월요일부터 교육에 참여하면 된다는 공공기관 직원의 전화다.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한 내용이다. 낮아진 자존감이 달라지는 계기가 될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강좌가 기다려진다.
    일주일에 오전에만 두 번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참여자는 이십여 명에 두 세 명만이 남성일뿐이다. 강사 소개에 이어 각자 참여하게 된 동기를 이야기한다. 삼십 대부터 칠십 대의 연령층이 모였다. 강의가 진행되면서 말하기의 기본과 자기소개 요령이 나에게 가깝게 와닿는다.
    스피치에서 말과 행동의 순서는 말이 우선이다. 두 가지가 동시에 행해지면 소리 전달이 어색해진다. 명확한 전달이 되기 어렵고 무슨 말인지 분별이 잘 안 된다. 강좌가 거듭될수록 이론보다는 실습 비중이 늘어난다. 목소리 다듬기에 관심을 가졌는데 오히려 말하기 중심이다. 주어진 주제를 중심으로 자유 발언이 이어진다. 3분, 5분, 10분 말하기다.
    강의실 연단 앞으로 나온 사람들이 제각기 삶의 여정을 보여 준다. 일상에서 부부와 자식에 이어 여러 사람과의 관계에서 벌어진 사건이 나온다. 시니어 모델로 활동하는 이야기, 쌍둥이를 키우면서 경험하는 육아의 모습, 남 앞에 나서서 쭈뼛쭈뼛 말하는 것이 두려운 중년, 상담을 전공한 이의 사람들과 접근하는 요령 등 사연이 이어진다. 결혼 후 삼십 년 가까이 전업 주부로 지내다 시작한 공부가 좋아 며칠 전 대학원 진학까지 이룬 여성도 이야기를 들려준다.
    웃음과 눈물, 공감하고 가슴이 저미는 사연도 있다. 나의 전원생활에서 손수 집 고치기 하는 장면에는 탄성을 보낸다. 개인적인 일로 3회 연속으로 수업에 참여하지 못했다. 출석 날 반가운 목소리로 강사의 질문이 이어진다. 몇 회 나오지 않길래 포기한 줄 알았다면서 프로그램에 함께 이어가기를 요청한다.
    전체 강좌 시간 중 절반을 넘겼다. 시 낭독과 동화 구연까지 이어진다. 처음 기대한 목소리 다듬기는 멀어진 느낌이다. 혼자 되뇐다. 내가 생각한 목소리 수련과는 다르다. 나머지 이후의 과정을 어떻게 할지 이리저리 머리를 동원한다. 반복되는 주제별 말하기는 듣는 재미를 던져 주지만 나의 관심과는 멀어진다.
    강좌 신청 당시의 기대와 달리 내일 참석이 저어 된다. “내가 무슨 말을 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상대방이 무슨 말을 들었느냐가 중요하다”라고 피터 드러거가 일렀다. 무슨 말을 들었는가를 떠올리며 남은 강좌 참여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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