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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 물정은 모를래요

by 송유성 Feb 01. 2025

언젠가 아버지가 너는 돈 많은 남자에게 시집가고 싶다든지 하는 생각은 없냐. 라고 물으셨다. 나는 이십 대에도 그런 것을 바라지 않았고 언니들이 너도 삼십 대 돼 봐 랬는데, 나는 서른 중반인데도 그런 것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애인과 갑자기 생긴 휴일에 새벽 두 시에 훌쩍 출발해 지리산의 붉은 일출을 보러 간 일이 있고 억새를 보러 억새 명소인 산을 찾아간 적이 있고 허름한 시골집을 빌려 마당에서 별이 가득한 하늘을 보며 조개구이를 해 먹은 일이 있고 붕어빵을 사 먹기 전에 칼로리를 소모해야 한다며 밤 산책을 두 시간이나 한 일이 있고 사천 앞바다에서 급하게 빌린 캠핑 장비를 들고 하이볼을 마시며 노을을 구경한 일이 있고 아무 책이나 펼쳐서 어떤 한 문장으로 세 시간을 떠들어 본 일이 있고 일본 여행을 가서 애인이 시를 지으면 일본어를 잘하는 내가 번역한 시를 종이에 적어 료칸 주인에게 건넨 일은 있지만 돈이 많았던 애인은 없다.     

아마도 앞으로도 나는 세상 물정을 모르고 사랑을 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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