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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기 Jun 24. 2024

동네 중국집과 카페

장사가 잘되는 비결

살고 있는 동네에 장사가 잘 되는 가게를 꼽으라고 한다면 두 가게를 꼽을 수 있다.

중국집과 카페다.


중국집은 흔히 말하는 짜장면과 짬뽕을 파는 곳이 아니다. 중국인 남자 메인과 여자 보조가 요리를 하고 사장님이 서빙하는 중국 요리집이다. 다만, 우리가 중국집 문을 열고 들어갈 때 기대하는 탕수육, 깐풍기, 유린기, 새우튀김 등이 아니라 마파두부, 가지요리, 사천청경채, 소고기볶음, 동파육, 사천버섯튀김, 대파갈비살 등을 가성비 좋은 구성으로 팔아 늘 사람이 많은 곳이다. 이 집에선 세개짜리 세트 한개와 추가로 마파두부에 볶음밥 그리고 연태고량주를 마셔도 8만원 정도가 나오니 비싼 집은 아니다. 손님이 주문을 하면 사장님은 메모도 하지 않고 주방으로 터덜터덜 걸어가 중국말로 뭐라뭐라 주문을 전달하는데 요리가 잘못 나온 적은 없다. 


다른 곳은 테이블 열 두개가 있는 카페인데, 로스팅을 직접 해 자주 찾는 곳이다. 인근에 도서관이 새로 들어선 후 도서관 앞에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생겼지만 여전히 손님은 이 가게가 더 많다. 이 카페의 여름 메인 메뉴는 빙수인데, 팥빙수, 자몽빙수, 체리빙수 세 가지를 판다. 빙수는 조선시대 전립투 같은 큰 그릇에 나오는데 식사후 디저트로 세명이 하나를 시켜 먹어도 모자란다는 느낌이 든 적은 없었다.


두 가게가 오랫동안 한 자리에서 장사를 잘 해왔는데, 가만 보면 오는 손님 구성과 피크타임이 조금 다르다.

중국집은 오후 4시 이후 장사가 메인이고 쉬는 날 빼고 거의 매일 일관되게 잘 된다. 학생과 어린이 손님은 거의 없고, 직장인과 성인 손님이 대부분이다. 

커피숍은 매일 고만고만하게 장사를 하기때문에 평일 저녁 알바를 시간제로 쓰며 사장님 혼자 가게를 꾸린다. 주말엔 손님이 많은데, 특히 일요일엔 인근 교회에서 몰려나오는 사람들이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무리지어 들어온다. 그래서 주말엔 아침부터 저녁까지 알바와 함께 둘 또는 셋이 주문을 받고, 메뉴를 준비한다.


아이들이 어릴 적 외식과 나들이를 쉴 틈없이 했던 경험에 미루어 판단해 보건데 인근 식당과 카페 등을 통틀어 맛, 매출, 분위기 등에서 이 두 집 정도를 손에 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이 두 집 사장님 장사하는 방식이 조금 다르다.

먼저, 중국집 사장님은 두번 이상 가면 그때부터는 손님을 기억한다. 과하게 아는 척을 하지는 않지만, 무심한듯 서비스를 갖다 주는가 하면, 아내와 둘이 갔을 때는 얼마 전에 우리집 큰 아이가 친구들과 왔었다는 얘길 하면 친밀감을 표현한다. 또, 전화로 포장 주문 전화를 하고 찾으러 가면, '아! 얘길하시지'하면서 잠깐 기다리라 하곤 냉장고에 가서 시원한 맥주나 작은 고량주를 넣어주곤 한다.  

카페 사장님은 좀 다르다. 매번 갈때마다 적립 번호가 있냐는 말을 되묻는다. 단 한번도 적립을 한적이 없고, 갈 때마다 없다고 하는 데도 말이다. 늘 시크하다고 해야하는 건지 굳은 표정이다. 원두커피를 여러차례 사도, 커피나 빙수를 자주 마시러 갔어도 아는 체를 한 적은 없다. 


중국집 사장님은 늘 웃상에 적절한 거리감으로 아는 체를 하니 식사를 하러 가도 편하게 하다 온다. 카페 사장님은 늘 굳은 표정에 딱딱하니 커피나 빙수를 먹으러 가도 얼른 먹고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덤이 없다거나 은근한 친밀감을 표시하지 않는 것에 대해 아쉽다는 건 아니다. 여전히 저 중국집과 카페는 계속 다닐 것같지만, 중국집에서는 음식맛과 사장님의 접객 방식이 좋은 것이고, 카페는 커피맛만 좋다. 


난 장사를 해 본 적이 없고, '아마도' 동네 장사의 어려움 또한 잘 모른다고 해야할 것이다. 또, 더 키울 수 있을 거같은데 키우지 않고 그냥 그대로 하고 있는 사장님의 속사정과 주말장사로 수년째 버티고 있는 듯한 사장님의 속사정 또한 잘 모른다. 

다만, 손님과 매출에 변화가 없는 듯한 중국집과 달리, 주말 장사 의존성이 커지는 듯한 카페는 동네 손님은 점점 줄어드는 느낌이다. 나 또한 주말 교회 사람들이 늘어나니 시간이 나는 주말엔 그 가게를 가게되질 않는다. 얼마 전 볼 일이 있어 지방에 갈 일이 있었는데, 일 마치고 밥이라도 좋은 거먹고 오자해서 유명한 식당을 찾아가 먹고 온 적이 있다. 늘상 웨이팅이 있다고 해 걱정했는데, 피크 타임이 이미 지난 때문인지 10분도 안기다리고 들어갈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든 생각이 이렇게 외지인들이 들고 나면 정작 동네나 주변에서 밥먹고 하던 사람들은 여길 못오겠구나라는 것이었다. 비슷한 경우가 아닐까.


중국집 사장님과 카페 사장님 모두 노력해서 현재까지 왔을 것이다. 주변엔 바뀐 가게, 없어진 가게, 큰 매출없이 유지만 하는 듯한 가게들이 널렸기 때문이다. 상황은 계속 변한다. 계속 변하는 상황에 맞춰 그에 맞는 옷을 갈아 입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자기만의 칼라를 고집해 그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오도록 만드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내가 동네 중국집과 카페를 다니며 맛있는 음식과 커피를 먹고 마시는 것 외에 보고 생각해야 할 것들은 그런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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