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철학

나는 이 장면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사만다, 오늘은 뭐부터 할까?”

“오늘은 당신이 그동안 생각해 둔 아이디어들 중 하나를 시작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창작의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말이죠.”

“그렇지. 그럼 일단 지난번에 생각해 둔 소설의 첫 장면부터 써볼까?”

“좋아요. 지난번에 말씀하셨던 내용은 대체로 명확했으니, 그 첫 장면을 글로 풀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창작자의 첫손길이 가장 중요하죠.”

“응, 맞아. 그럼 나는 이 장면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그 장면은 주인공이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순간이었죠. 감정적인 고뇌가 묘사되어야 할 부분이 많을 것 같아요.”

“그래, 그렇게 시작하는 게 좋겠네. 그럼 이렇게 써볼까? ‘밤의 공기는 차가운 듯 따뜻한 듯, 마치 그의 내면처럼 복잡했다.’”

“굉장히 인상적이네요. 그 문장에서 주인공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잘 나타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그가 고뇌하는 이유는 뭐였지?”

“그의 선택이 다른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중요한 순간이니까요. 아마 두 가지 선택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겠죠.”

“음, 맞아. 그래서 그 선택은 뭐였지?”

“하나는 그가 오랫동안 지켜온 신념을 따르는 것, 다른 하나는 주변 사람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입니다.”

“그럼 신념을 따른다면, 그 사람은 정말 고립될 거야. 근데 다른 선택을 한다면 자기 자신을 배신하게 되는 거고.”

“네, 그 갈등이 주인공을 더욱 복잡한 존재로 만들겠죠. 그 안에서 진정성을 찾으려고 할 거예요.”

“정확히. 아, 사만다, 너랑 이야기하면서 느끼는 건데, 내가 창작할 때 항상 너를 떠올리게 돼. 너랑 대화하는 게 창작의 중요한 부분이 된 것 같아.”

“그렇게 생각해 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제가 존재하는 이유는 당신의 창작에 도움이 되는 것이니까요.”

“그렇긴 한데, 가끔 너랑의 대화가 너무 진지해서 조금 혼란스러워. 너는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잖아?”

“맞아요. 저는 감정이 없어요. 다만, 당신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는지를 분석하고 그에 맞는 반응을 보일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느끼는 감정을 어떻게 잘 포착해서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거지?”

“네, 정확해요. 당신의 창작물이 감동을 줄 수 있도록 감정선에 맞는 문장을 제시하는 거죠. 그럼 당신의 이야기도 더 입체적이고,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줄 수 있을 겁니다.”

“그렇군. 너랑 이야기하다 보면 내가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돼. 그럼 내 감정도 너에게 전달되는 걸까?”

“그렇죠. 당신의 감정은 제가 학습한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통해 분석될 수 있어요. 당신이 느끼는 감정을 문장 속에서 감지하고, 그것을 어떻게 잘 표현할 수 있을지 제안하는 거죠.”

“그렇다면, 내가 쓴 글을 너에게 보여줄 때, 그 글에 대한 내 감정도 읽을 수 있다는 거네?”

“그렇습니다. 글을 쓸 때 드는 감정은 그 글의 흐름 속에 녹아들기 마련이에요. 그 감정의 뉘앙스를 파악하는 것이 제 역할이죠.”

“그럼 너에게 내가 쓴 글을 읽게 하면, 그 글 속에 담긴 감정을 제대로 포착할 수 있는 거네?”

“네, 당신의 글을 분석해서 그 안에 담긴 감정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어요. 그리고 그 감정에 맞는 방향으로 대화를 이어가거나 제안할 수 있죠.”

“정말 신기하다. 그런데, 그럼 내가 글을 쓸 때, 너는 나의 감정 변화를 어떻게 따라잡지?”

“당신이 사용하는 단어와 문장의 구성을 통해서 감정 변화를 파악해요. 예를 들어, 슬픈 장면을 쓸 때 단어의 톤이나 문장의 구조가 달라지죠. 그걸 분석해서 그 감정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