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영하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대부분은 컴퓨터가 인간을 닮는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 시작됩니다. 궁극적으로 내 일자리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특히 컴퓨터가 프로그램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세상의 지식과 경험들을 배울 수 있게 되면서 그 두려움은 더 커졌습니다.
물론 여전히 인공지능 전문가들은 컴퓨터가 사람처럼 생각하는 인공지능을 만드는 것은 아주 먼 미래의 이야기라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머신러닝은 사람처럼 무엇인가를 새로 배우는 것은 물론이고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속도나 결과물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알파고가 바둑을 배우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한 두 달입니다.
물론 여전히 컴퓨터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0과 1의 연산만을 처리할 뿐이지만 그 안에는 사람들이 의미와 새로움이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의미를 가진 ‘창의성’의 영역까지 넘보고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시나 음악을 짓거나 뉴스 기사를 쓰기도 합니다. 컴퓨터가 ‘인간성’의 영역에 들어오고 있다고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겁니다. 김영하 작가의 이야기는 바로 이 컴퓨터가 만들어내는 새로움과 인간성의 경계를 담고 있습니다. 바로 지금 우리의 이야기지요.
인간성 부분에서 가장 빠르게 ‘침범’을 당하는 영역이 바로 글입니다. 이미 로봇 기자가 스포츠 경기 결과를 뉴스로 쓰고, 인공지능 시인이 시를 짓습니다. 소설이라고 못 쓸까요? 그 아슬아슬한 현장을 김영하 작가는 ‘인공지능 시대의 창의성’이라는 이야기로 내다 봅니다.
과연 우리 모두가 창의적이어야만 할까요?
창의성은 과연 좋기만 한 것일까요?
우리는 그 어느때보다 ‘창의성’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시대가 열리면 사람과 컴퓨터의 구분이 창의성에서만 일어날 것이라고 믿는 분위기도 한 몫을 합니다. 김영하 작가는 창의성이 긍정적인 부분만 너무 강조되면서 사람들을 억누른다고 설명합니다.
"창의성이라고 하면 틀에 갇히지 않고, 기존의 관습을 깨고, 참신하면서 비범하다는 생각만 떠올립니다. 그렇게 나온 창의성이 과연 긍정적인 부분만 있을까요? 도둑들도, 범죄자들도 창의적입니다."
창의성은 물론 사람의 가장 큰 강점입니다. 이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이렇게 빨리 만들 수 있는 동물은 없습니다. 그래서 창의성이 곧 인간성이라고 연결되던 것이 아닐까요? 창의성이 필요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구분할 수 있는 분위기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뇌의 인지적 자원을 많이 소모하는 것이 창의성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한번에 많은 에너지를 쓰지 않기 위해서 일을 습관이라는 것으로 묶어버립니다. 사람이 특별히 고민하지 않아도 대부분의 일을 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그러다가 떠오르는 것이 창의력입니다."
사람의 두뇌는 반복적인 것을 좋아합니다.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아도 습관적으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창의적인 생각에 익숙하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때문에 규칙이나 습관이 정해지면 사람들은 그대로 따릅니다. 다른 변화에 거부감을 일으키기도 하지요. 사실 기존의 생각을 깨는 것이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창의성의 시작이기도 하지요.
‘창의적인 생각’은 곧 ‘이상한 생각’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 김영하 작가의 설명입니다. 새로운 것을 요구하지만 우리 세상은 과연 그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을까요? 사실 그렇지 않은 것 같다는 것이 김영하 작가의 이야기입니다.
“갈릴레오는 지동설 이야기를 꺼냈다가 목숨을 잃을 뻔했습니다. 적서 차별이 부당하다고 이야기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했습니다. 다른 생각을 했을 뿐인데 사람들은 그 생각을, 또 그 생각을 한 사람을 미워해 왔습니다. 하지만 지난 100년은 조금 다릅니다. 기술 발전을 통해서 창의성을 가진 사람들이 돈을 벌고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이는 환경이 된 것이지요."
지나고 나서 보면 우스운 상황이지만 당시에는 지구가 움직인다는 생각 자체가 불경한 생각이었습니다. 혹시라도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들이 있겠지만 사회 생활을 위해, 관습을 위해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김영하 작가는 창의성이라는 부분이 우리 생활에서 지나치게 강조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곤 “인간은 과연 창의적인 존재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꺼내 놓았습니다.
"소방관이나 군대는 창의성을 맨 앞에 꺼내 놓을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현장에서는 창의성보다도 정해진 매뉴얼을 정확히 따르는 것이 더 낫습니다. 사회의 모든 분야가 창의적이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인간은 창의성의 스위치를 끄고 사는 존재입니다. 가끔 켜야 할 때가 있지요."
우리 사회는 모두에게 지나칠 정도로 창의성을 요구합니다. 어떻게 보면 획일화된 능력을 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와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창의성이라는 것이 나오라고 해서 툭 튀어나오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막연히 새로운 것을 찾는다면 오히려 기계가 더 잘 할 수 있다
"사람은 글을 쓰면서도 여러가지 생각을 합니다.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이게 과연 새로울까’ 하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돕니다. 기계는 더 기괴하고 파격적인 것들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더 이상한 글을 쓰라고 하면 써냅니다."
예술을 창의성이라는 부분만으로 보면 이걸 사람이 더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창의성은 곧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말합니다. 그게 꼭 좋은 결과로만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늘 새로운 것을 원하지만 그게 정말 필요해서인지, 아니면 새로워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꺼내놓으려는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고민이 깊어질수록 새로운 것은 더 찾아내기 어려워지는 법입니다. 오히려 새롭다는 의미로서의 창의성은 기계를 이용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로 연결됩니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만이 인간의 역할과 가치를 설명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예술은 창의성의 아웃소싱입니다."
생소하지만 놀라운 이야기가 여기에서 시작됩니다. 김영하 작가는 예술과 창의성 사이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했습니다. 예술에서 창의성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영화를 보는 내내 이야기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해하고, 또 상상합니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다 맞으면 좋을까요? 이는 미술을 비롯한 다른 예술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은 평소에 떠올리지 못했던 생각으로 나를 놀라게 해주기를 바랍니다. 김영하 작가는 사람들이 예술에 지갑을 여는 이유가 그 놀라움에 있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예술 속에 담긴 이야기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겪거나 생각해보지 않은 상황들을 만들고 풀어갑니다. 그래서 이야기로 경험한 것들은 쉽게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 경험이 감정으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김영하 작가는 예술의 완성도가 꼭 기대하지 못했던 새로움, 즉 창의적으로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새롭다’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오히려 로봇이 새롭고 예측하지 못한 상황들을 더 많이 만들 수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이야기지요.
"예술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공감과 소통, 감정을 통한 학습입니다. 이야기를 통해서 장애인의 입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주인공 입장에서 경험하면 그것은 쉽게 잊혀지지 않습니다. 감정을 통해서 어떤 것을 경험하면 쉽게 잊혀지지 않습니다. 타인과 소통하고 공감, 소통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겁니다."
우리는 ‘사회성’, ‘인간성’이라는 이름으로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는 방법과 소통, 신뢰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도, 만나보지 못한 사람의 상황이 마음으로 다가오게 되는 이유입니다. 그 공감은 기계가 하지도, 만들어내지도 못합니다. 그리고 예술은 그 공감의 과정이자 결과물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인공지능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기계와 사람은 공감할 수 없습니다. 인공지능에는 사람들의 지식과 경험이 담기긴 하지만 기계가 쏟아내는 이야기가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설령 그게 감동적이라고 해도 ‘컴퓨터가 썼다’고 하면 김이 빠지는 느낌이 들 겁니다.
김영하 작가도 “기계에는 마음이 없다”고 말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인공지능을 만나면서 더 사람다운 무엇인가를 찾고 있는 것 같습니다. ‘차별점’이라는 관점에서지요.
"인간이 가장 잘하는 것은 창의성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인공지능이, 기계가 더 새롭고 창의적인 결과물들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소통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들은
여전히 인간이 해야 할 일입니다.
인류는 이제껏 문학과 예술을 통해서 그 인간다움을 확인하고 깨닫는 과정을 반복해 왔습니다. 인공지능이 추구하는 것은 단순한 반복 작업을 돕는 도구일 뿐 사람의 감정 영역을 대신하는 것은 아니라는 IT 기업들의 이야기도 굳이 비틀어보기만 할 필요가 없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인공지능보다도 숨가쁘게 흐르는 현대의 삶 속에서 공감할 여유를 빼앗기고 있는 우리 스스로의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문학과 예술의 의미를 감수성에 두는 김영하 작가의 마지막 말에 어떻게 공감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별 것 아닌 것처럼 입에 올렸던 ‘인간답다’는 말이 그 어느때보다 묵직하게 느껴지지 않나요?
글 : IT컬럼리스트 최호섭 (work.hs.choi@gmail.com)
현실과 허구를 넘나드는 상상초월 스펙트럼의 스토리텔러. 저서로는, <오직 두 사람>, <살인자의 기억법>, <너의 목소리가 들려>, <퀴즈쇼>, <오빠가 돌아왔다>, <빛의 제국>, <검은 꽃>,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등이 있다.
카카오스쿨 AI학기 목차
Intro
- 안녕! 카카오스쿨
- 인공지능과 함께 사는 방법, 사람다움
1주차. 사회 영역
- 인공지능 시대의 창의성 / 김영하 소설가
- AI 시대의 직업, 그리고 교육 / 라이언
2주차. 말하기 듣기 영역
- AI 시대, 언어를 알면 인간이 보인다 / 조승연 작가
- AI 시대에 컴퓨터와 대화하는 방법 / 조디악
3주차. 인간 생활 영역
- AI와 인간의 연결 / 김경일 교수
- AI와 생활의 연결 / 클로드
4주차. 미래 영역
- 영화속의 AI, 공존과 대결 / 김태훈
- AI로 할 수 있는 것들, 그리고 가능해질 것들 / 커티스
Outro
- 우리는 어떤 인공지능과 살아갈까
- 카카오스쿨 비긴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