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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카오 Apr 26. 2018

AI 시대, 언어를 알면 인간이 보인다

작가 조승연

한 번에 몰아보기




들어가며


80~90년대 공상 과학 소설은 당시로서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들이 많이 담겼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들을 보면 상당 부분이 지금 우리 삶에 들어와 있습니다. 얇은 평판 TV나, 태블릿, 누구나 하나씩 들고 다니는 휴대전화, 그리고 더 나아가 혼자 목적지를 향해 달리는 자동차와 언어 장벽을 허물어주는 만능 통역기입니다. 


기술의 종류도 제각각이지만 일단 현실화될 것이라는 기대조차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에 대한 고민도 아예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기술들이 우리에게 성큼 다가와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기술들이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서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언어와 인문학으로 유명한 조승연 작가는 바로 이 인공지능과 언어 사이의 관계를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언어가 파괴되면 생각이 발전한다 


언어의 장벽을 깨는 것은 컴퓨터 업계의 오랜 숙제 중 하나였습니다. 많은 데이터와 빠른 연산 처리를 바탕으로 언어의 구조를 집어넣으면 컴퓨터가 전 세계 어느 말이든지 알아듣고, 또 다른 언어로 바꾸어줄 수 있을 것으로 모두가 믿었습니다. 하지만 이 번역기는 점차 시간이 흐를수록 그 한계를 드러내게 됩니다. 잘 번역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언어, 그리고 사람의 언어 활용 능력을 너무 우습게 봤던 것은 아닐까요. 


구어체를 완벽히 번역하지 못하는 현재의 기술


그 장벽이 허물어지는 것은 한 순간이었습니다. 머신러닝이라고 부르는 인공지능의 한 기술이 도입되면서부터입니다. 한 번역 프로그램이 쏟아낸 문학 번역에 행사를 진행하던 통역사가 넋을 놓으면서 ‘뭔가 한 단계의 계단을 올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승연 작가도 컴퓨터가 바로 이 언어를 이해하게 되는 상황에 집중합니다. 외국어를 장기로 삼던 사람들은 컴퓨터의 번역 기술 발전을 위기로 받아들인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조승연 작가는 그 기술에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말합니다. 의외로 인공지능 기술의 한계점을 ‘언어 파괴’에서 찾았습니다. 언어를 망가뜨리고 있다는 언어 파괴가 오히려 인공지능에 맞서는 인간 지능의 주 무기라니 이 얼마나 역설적인 이야기인가요. 



자연어 기술이 발전하고 있지만 그만큼 언어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언어파괴의 역사는 우리가 언어를 쓰면서부터 이어져 온 현상입니다. 놀랍게도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언어 파괴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언어는 생각의 호흡’이라는 조승연 작가의 설명도 흥미롭습니다. 사람의 말을 담는 것이 언어의 역할이었기 때문에 인간의 호흡과 말하는 호흡은 똑같았습니다. 그런데 글을 쓸 수 있게 되면서 호흡이나 운율을 맞출 필요가 사라졌습니다. 오히려 섬세한 감정이나 지식이 논리속에 담기는 것이 더 중요하게 됐습니다.” 


머신러닝 기반의 자연어 처리 전문가들도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글로 쓰여진 문어체와 입으로 나오는 구어체의 문장 구조나 흐름이 전혀 다르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조승연 작가는 이 글들이 나오면서 사람의 언어와 생각, 철학, 지식, 사고 등 모든 환경이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글로 남기는 기록을 소중하게 생각하지만 항상 당시의 언어가 기록되는 방법과 그 시대적 의미를 두고 언제나 갈등을 겪어왔습니다. 


“지금은 영어를 공부할 때 셰익스피어의 글을 읽고, 그 작품을 통해 지역과 공간에 관계 없이 생각과 그 사상이 공유되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당시 셰익스피어가 살던 시대에는 사람들이 셰익스피어의 글을 읽느라 공부를 게을리하고, 언어가 파괴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언어는 규칙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는 인식과 늘 부딪치게 마련입니다."



'스웨그(SWAG)'라는 말을 제일 처음 만든 사람, 셰익스피어


요즘 유행하는 ‘스웨그(SWAG)’라는 말도 셰익스피어가 만든 말이라는 것, 알고 계셨나요? 셰익스피어는 당시에도 논란이 될 만큼 신조어와 언어파괴를 이끌던(?) 작가입니다. 하지만 지금 그의 글은 영어의 유연성과 표현력 등을 이끄는 가장 혁신적인 ‘언어의 마술사’로 꼽힙니다. 조승연 작가가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은 바로 이 언어의 유연성과 적응력을 반영하는 부분입니다. 


 

언어, 가장 사람다운 수단


이 이야기의 핵심은 결국 언어의 유연성이 곧 사람다움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집니다. 기계보다 인간이 우월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정해진 규칙이 있지만 소통할 수 있는 한도 안에서 사람들은 언어를 묘하게 고치고, 또 그 결과를 받아들입니다. 규칙이 변하는 게 아니라 말, 그 자체가 사람을 통해서 변합니다. 


“언어는 매우 유연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그 유연성이 어디에서 오는지 잘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컴퓨터가 그 유연한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겁니다. 사람은 애매모호한 존재입니다. 정확한 감정으로 소통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어가 묘한 겁니다.” 



흔히 우리말의 우수성을 일컫는 이야기로 색 표현을 꼽습니다. 신호등의 보행자 신호는 초록색인데 ‘파란불’이라고 해도 모두가 알아듣습니다. 초록색의 강산도 푸르다고 합니다. 조승연 작가가 이야기한 바로 그 ‘모호함’이 바로 이 색 표현에 모두 녹아 있습니다. 뒤따르는 “인간은 정확한 것보다 애매모호한 것을 알아듣는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감정도 언어에 포함됩니다. 


“같은 돌다리를 보고 프랑스 사람들은 ‘탄탄하다’는 인상을, 독일 사람들은 ‘우아하다’는 인상을 갖고 있습니다. 그 이유에는 언어가 있습니다. 유럽어는 단어에 성별을 구분하는데 프랑스어의 다리는 남성, 독일어의 다리는 여성 명사입니다. 이 때문에 말을 하다보면 성에 대한 선입견이 사물에 전해집니다. 사람은 뭔가 배울 때마다 뇌의 모양이 바뀌는 존재입니다.” 



언어는 단순히 말과 글자로만 설명할 수 없는 묘한 힘을 갖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이야기는 언제 나오냐고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조승연 작가가 꺼내 놓은 ‘우리가 언어를 받아들이는 방법’ 그 자체가 바로 사람과 인공지능의 가장 큰 차별점 중 하나입니다. 살아있는 언어와 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성입니다.  


그 동안 컴퓨터가 언어를 번역하기 어려웠던 것 자체도 바로 이 언어의 묘한 특징에 이유가 있습니다. 머신러닝은 그 어느 때보다 막대한 데이터를 통해 사람의 말을 흉내내고 있지만 여전히 기계와 소통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언어는 단순히 글자 그대로의 의미만을 담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언어를 배울 때 문화를 함께 배워야 한다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겁니다. 언어 속에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이지요. 



조승연 작가는 인간이 주관적이고 정확하지 않은 존재라고 설명합니다. 편견과 고집도 있고 모든 정보를 받아들이기 전에 결론을 내 버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실제보다 그렇지 않은 것을 더 잘 알아듣는 것이 사람이라는 겁니다. 결국 그 모호함이 우리의 언어이고, 생각 체계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것은 데이터가 아니라 스토리”이며, “글자가 아니라 스토리를 말하는 것이 또 하나의 ‘사람다움’”라고 그는 이 복잡한 이야기를 정리했습니다.


“데카르트는 인간이 생각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존재라고 말했습니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바로 사고하고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흉내내는 인공지능에 두려움을 느끼는 겁니다. 우리보다 더 많은 것을 기억하고, 빠르게 활용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배우고, 생각하기 위한
기계가 아닙니다.
스토리텔링, 이야기하는 존재입니다.



글 : IT컬럼리스트 최호섭 (work.hs.choi@gmail.com)



조승연


7개 국어를 구사하는 언어 천재이자 커뮤니케이션의 달인. 현재 오마이스쿨 대표강사로 다양한 자리에서 언어와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카카오스쿨 AI학기 목차

Intro
- 안녕! 카카오스쿨
- 인공지능과 함께 사는 방법, 사람다움

1주차. 사회 영역
- 인공지능 시대의 창의성 / 김영하 소설가
- AI 시대의 직업, 그리고 교육 / 라이언

2주차. 말하기 듣기 영역
- AI 시대, 언어를 알면 인간이 보인다 / 조승연 작가
- AI 시대에 컴퓨터와 대화하는 방법 / 조디악

3주차. 인간 생활 영역
- AI와 인간의 연결 / 김경일 교수
- AI와 생활의 연결 / 클로드

4주차. 미래 영역
- 영화속의 AI, 공존과 대결 / 김태훈
- AI로 할 수 있는 것들, 그리고 가능해질 것들 / 커티스

Outro
- 우리는 어떤 인공지능과 살아갈까
- 카카오스쿨 비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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