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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카오 May 08. 2018

영화 속의 AI, 공존과 대결

칼럼니스트 김태훈

한 번에 몰아보기




들어가며


카카오스쿨 첫날 2교시의 주제는 ‘미래’였습니다. 인공지능을 바라보는 시선에 기대와 걱정이 묘하게 어우러지는 이유는 바로 미래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인공지능이 우리 삶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칠 것’ 정도입니다. 그리고 이를 전제로 다양한 미래를 상상해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영화’입니다. 


영화는 꽤 오랫동안 인공지능을 품어 왔습니다. 음악과 영화를 이야기하는 김태훈 컬럼니스트는 바로 이 영화와 인공지능의 오랜 공존을 주제로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첫 이야기는 “좋은 영화는 극장문을 나서면서 시작된다”는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영화가 그 자체로 단순히 즐기고 끝나는 게 아니라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여러가지 답을 계속해서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영화 ‘메트로폴리스’ 이후 인공지능은 영화에 무수히 많이 등장합니다. 영화 속 인공지능은 사람에게 희망을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어두운 디스토피아적 상상을 하기도 합니다."



해석이 어떤 방향이든 미래를 언급할 때
인공지능은 빠지지 않는 장치입니다. 


아마도 미래를 주제로 삼은 영화 중에서 인공지능과 관련된 무엇인가가 나오지 않는 예를 찾는 게 더 어려울 겁니다. SF의 고전 스타워즈의 R2D2부터 지금 우리 현실을 배경으로 삼은 아이언맨의 자비스까지 인공지능은 다양한 방법, 다양한 모양으로 사람 곁에 있으리라는 생각은 영화가 출발하는 기본 전제조건입니다. 그래서 영화가 이 인공지능을 어떻게 표현하느냐를 돌아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이 기술의 역할과 방향성을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에 영혼이 있을까


김태훈 컬럼니스트가 풀어놓은 첫 번째 영화는 A.I.입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2001년 영화죠. 이 영화는 난치병에 걸린 아이를 치료하지 못하자 냉동인간으로 만들기로 결정합니다. 그리고 아이를 대신해서 데이빗이라는 인공지능 로봇을 자식 삼아서 살아갑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아이를 치료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자 데이빗은 하루 아침에 버려집니다. 그 과정에서 데이빗의 인공지능이 스스로의 가치와 존재를 고민하는 내용이 담깁니다. 



“우리가 전자제품 등 쓰던 기기를 쉽게 버릴 수 있는 것은 그 안에 공감할 영혼이 없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애완동물을 바라볼 때는 감정이 통하게 마련입니다. 동물도 우리처럼 영혼이 있다고 생각하죠. 인공지능 데이빗이 슬픔과 아픔을 겪고 있을 때 영화는 우리에게 영혼의 존재에 대해서 고민을 던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인간의 출발을 ‘신이 빚었다’고 믿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종교가 출발하는 당위성이지요. 신은 스스로의 모양을 본따 인간을 만들었고, 그 인간은 다시 스스로를 닮은 인공지능을 만듭니다. 우리가 살아있다고 느끼는 것은 단순히 심장이 뛰는 것 뿐 아니라 영혼이 있기 때문이라고 믿는 데에 있습니다. 인공지능에도 우리가 영혼이라고 생각하는 무엇인가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 이 영화의 메시지입니다.


영혼은 과연 어디에 있고, 고도화된 인공지능에
영혼이 없다고 누가 장담하겠습니까

김태훈 컬럼니스트의 말은 단순히 기계의 공감을 넘어 인공지능의 가능성이 어디까지 ‘인간다운’ 기술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지 호기심을 일으켰습니다. 


영화 이야기는 계속 됩니다. 두 번째 영화는 ‘허(Her)’입니다. 이 영화는 주인공 테오도르가 ‘사만다’라는 이름의 인공지능 기반 운영체제, 즉 소프트웨어와 사랑에 빠지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지금도 인공지능 어시스턴트가 사람과 비슷하게 대화를 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인공지능에게 감정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고 하지요. 


스스로 자신의 이름을 짓는 인공지능 'Samantha'


김태훈 컬럼니스트는 이 영화의 의미를 ‘이름’에서 찾았습니다. 이 인공지능 운영체제는 처음에 이름을 갖지 않았지만 테오도르와 인사를 하며 스스로 적절한 이름을 짓습니다. 스스로의 성격과 존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테오도르의 직업은 남들의 연애 편지를 대신 써 주는 대필작가입니다. 남의 삶을 대신 살고 있는 사람과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인공지능 사이의 묘한 공기는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가장 큰 대비이기도 합니다. 


“‘허’는 두 주인공 사이의 표면적인 사랑, 혹은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하는 문제를 넘어 누가 더 인간처럼 살고, 누가 더 인공지능처럼 살고 있느냐에 대한 고민을 던집니다. 우리는 얼마나 스스로 삶을 결정하고 자기 자신을 위해서 살고 있을까요? 오히려 인공지능처럼 남들의 삶을 위해 내 삶을 지우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다소 무거운 해석입니다. 요즘 이야기되는 ‘워라벨(Work-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의 묘한 경계와도 연결지을 수 있을 듯 합니다. 


인공지능, 그리고 두려움


알파고와 머신러닝으로 인공지능이 우리 앞에 다가온 현실이 되긴 했지만 오랫동안 인공지능은 상상 속에서만 존재했던 기술입니다. 특히 그 상당 부분은 두려움을 표현하는 데 쓰였지요. 좋은 의도로 시작했지만 잘못 이용하면 사람을 위협할 것이라는 해석입니다. 

 

이 문제를 고민한 가장 대표적인 영화가 바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지요. 영화의 배경은 우주선입니다. 그 안에서 아마 역사상 가장 유명할 인공지능이 등장합니다. ‘HAL9000’입니다. 당시 가장 잘 나가는 컴퓨터 기업이었던 IBM의 이름을 한 글자씩 뒤로 더해서 만든 이름입니다. 이 인공지능이 사람들을 하나씩 내쫒고 우주선을 점령해 나갑니다. 그리고 남은 사람들이 이 형체도 없는 인공지능과 싸우는 내용이지요. 인공지능의 반역은 가장 단골 메뉴 중 하나일 겁니다. 


“결국 인간들이 HAL9000의 작동을 멈추면서 컴퓨터의 오작동을 의심합니다. 그때 HAL6000은 ‘나는 오류를 낸 적이 없다, 모든 잘못은 인간에게서 시작됐다’고 말합니다. 영화는 인간의 잘못을 지적합니다. 사람과 싸우는 터미네이터가 오락영화인 이유는 인간을 비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인간이 인공지능을 잘못 쓰는 데에서
모든 문제가 시작된다고 말합니다.


다소 섬찟한 장면이지요. 사람들은 컴퓨터가 생각하는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하지만 버그도, 오작동도 결국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고, 컴퓨터는 그 명령을 그대로 따릅니다. 특히 인공지능은 예상에서 벗어난 학습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구글 포토가 흑인 여성을 침팬지라고 해석한 사례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챗봇이 세상에 공개된지 불과 몇 시간만에 욕설과 인종차별 등의 말을 자연스럽게 꺼내놓게 되는 것도 결국 사람이 그렇게 만들었고, 그렇게 학습시켰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매트릭스’도 인간과 인공지능의 투쟁을 담고 있습니다. 이 영화 속 인공지능은 인간을 에너지원처럼 씁니다. 김태훈 컬럼니스트는 적으로 등장하는 스미스 요원이 주인공 네오에게 던지는 말에 주목합니다.



“세상의 어떤 생명체도 자기 터전을 파괴하지 않습니다. 사람, 그리고 바이러스가 그 일을 합니다. 지구, 그리고 학습에 따라 움직이는 인공지능은 인간을 바이러스로 인식하지 않을까요?” 


조금 더 현실적으로 있음직한 영화도 등장합니다. ‘엑스 마키나’입니다. 이 영화는 인공지능의 우수성을 실험하는 이른바 ‘튜링 테스트’를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인공지능 과학자입니다. 연구소에서 인공지능과 생활하면서 얼마나 인공지능을 사람처럼 느끼는지 실험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이 영화 속 인공지능은 파괴와 함께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됩니다. 그리고 인공지능 스스로도 파괴와 재탄생의 과정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주인공에게 감정으로 호소합니다. 


인공지능의 사고능력을 평가하는 튜링테스트


“주인공은 눈 앞의 이 사람처럼 생긴 기계가 영혼을 가진 생명체인지 고민하게 됩니다. 왜 이 영화 속 인공지능은 사람처럼 생겼을까요? 인터스텔라처럼 다리 네 개짜리 로봇도 괜찮을텐데 사람을 닮은 인공지능을 고집할까요?”



우리는 왜 우리를 닮은 인공지능을 꿈꾸나


‘인터스텔라’에는 각진 로봇 형태의 인공지능 기기, ‘타스'가 등장합니다. 김태훈 컬럼니스트는 엑스 마키나와 타스를 연결지어 봅니다. 인공지능, 그리고 로봇은 왜 사람의 모습과 닮아야 할까요. 로봇에게 직립 보행은 오히려 이동에 불편을 줄 뿐입니다. 만약 알파고가 사람의 모습을 하고 직접 바둑판 앞에 앉았다면 세상의 공포는 몇 배가 됐을 겁니다. 김태훈 컬럼니스트는 그 이유를 사람의 근본적인 욕망에서 찾습니다. 



우리가 인간과 비슷한
인공지능을 만들고자 하는 것은
우리가 신이 되고자 하는 욕망 때문이 아닐까요.


그가 꺼내놓은 마지막 영화는 블레이드 러너입니다. 이 영화는 인간을 닮은 복제 인간과 이를 물리치는 인간의 갈등을 다룹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스스로를 인간으로 생각하는 복제 인간이 자신을 희생해 실제 인간을 구해냅니다.


“영화는 묻습니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것은 무엇일까? 완벽한 것은 과연 무엇인가요? 계산이 완벽한 것, 때로는 충동적이고 감정에 휩싸이고 때로는 누군가를 위해 스스로를 던지는 무모함이 오히려 더 완벽한 것은 아닐까요?” 


김태훈 컬럼니스트가 꺼내 놓은 영화 속의 인공지능들은 이 개념이 막 자리잡던 시절부터 기술과 정 반대편에 서서 우리에게 사회적, 윤리적, 인문학적 숙제를 던져 왔습니다. 이 외에도 인공지능이 등장하는 영화는 셀 수 없이 많습니다. 그 수 많은 인공지능들이 때로는 두려움을, 때로는 기대감을 주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 걱정과 기대가 지금의 기술과 결합해 합리적인 인공지능 기술을 다져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태훈 컬럼니스트는 영화 속 인공지능이 던지는 고민들을 잘 생각해보면 인공지능을 바라보는 세상의 걱정들이 모두 ‘틀린’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원론적인 이야기를 한번 돌아봤으면 좋겠습니다. 영화 속에서, 또 현실에서 우리는 왜 인공지능을 계속 상상하고 있을까요? 바로 더 나은 삶을 위해서입니다. 사람은 스스로의 한계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도구를 만들었고, 그 과정이 인류 문화를 천천히 만들어 왔습니다. 그의 마지막 이야기는 인공지능의 ‘도구’로서의 의미로 이어집니다.


“AI는 우리가 만들어내는 겁니다. 과학자 톰 그루버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AI를 향상시키는 것은 바로 우리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라고 말이지요.”



글 : IT컬럼리스트 최호섭 (work.hs.choi@gmail.com)



김태훈


영화부터 음악까지 인간 백과사전.

칼럼니스트 겸 작가이자, 인터뷰어이며, 보고, 듣고, 읽고, 인간에 대해 생각한다.


카카오스쿨 AI학기 목차

Intro
- 안녕! 카카오스쿨
- 인공지능과 함께 사는 방법, 사람다움

1주차. 사회 영역
- 인공지능 시대의 창의성 / 김영하 소설가
- AI 시대의 직업, 그리고 교육 / 라이언

2주차. 말하기 듣기 영역
- AI 시대, 언어를 알면 인간이 보인다 / 조승연 작가
- AI 시대에 컴퓨터와 대화하는 방법 / 조디악

3주차. 인간 생활 영역
- AI와 인간의 연결 / 김경일 교수
- AI와 생활의 연결 / 클로드

4주차. 미래 영역
- 영화속의 AI, 공존과 대결 / 김태훈
- AI로 할 수 있는 것들, 그리고 가능해질 것들 / 커티스

Outro
- 우리는 어떤 인공지능과 살아갈까
- 카카오스쿨 비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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