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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카오 May 02. 2018

AI와 인간의 연결 : 육감의 심리학

김경일 교수

한 번에 몰아보기




들어가며


세상의 무엇인가를 감각으로 느낀다는 것은 생명체와 기계를 나누는 중요한 기준입니다. 그런데 과연 이 감각이 동물, 혹은 사람만의 것일까요? 최근의 센서 기술들은 바로 인간의 전유물로 꼽히던 감각을 데이터로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사진 속의 이야기를 읽기도 하고, 소리도 듣습니다. 가속도나 기울기를 알아채는 것은 이미 스마트폰의 기본 역할이기도 합니다. 심지어 냄새로 무엇인가를 찾는 로봇 코도 개발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결국 기계도 사람처럼 감각을 통해 사물을 읽어들이고 있다는 겁니다. 물론 우리같은 동물적 감각은 아니겠지만 ‘오감’이라고 부르는 것들을 수치로, 데이터로 만들어내는 것이지요.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김경일 교수는 바로 이 감각을 가운데에 두고 인간과 인공지능의 연결고리를 찾습니다.


사람은, 명확하다고 여겨지는
이 오감 안에서조차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을 만들어냅니다.


우리는 사물을 그대로 받아들일까? 


김경일 교수의 이야기는 바로 오감, 그리고 동물적 감각인 육감에서 시작합니다. 육감은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분명 우리는 느끼고 있는 감각일 겁니다. 그리고 이 육감은 사람들이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사람뿐 아니라 동물은 사물의 정보를 받아들일 때 오감을 이용합니다. 시각, 청각, 촉감각, 후각, 미각 등입니다. 그런데 김경일 교수는 우리가 과연 정보를 감각 그대로 받아들이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집니다. 감각을 통한 정보가 머릿속으로 받아들여지는 과정에는 상당히 많은 변수들이 영향을 끼칩니다. 무엇보다 그 변수들은 정확한 해석을 해치기도 하고 세상을 왜곡하기도 합니다. 김경일 교수는 굴렁쇠 사진을 꺼냅니다.


“굴렁쇠는 동그란 모양입니다. 하지만 이를 사진이나 비디오 등을 통해서 볼 때는 찌그러진 타원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굴렁쇠를 둥글다고 생각합니다. 분명 망막으로는 2차원의 찌그러진 원으로 보일 겁니다. 둥근 굴렁쇠는 우리가 머릿속에서 만들어내는 것이지요. 우리 방식대로 해석하는 겁니다.” 

우리는 찌그러진 원을 온전히 동그랗다고 받아들입니다. 사물이 주는 정보를 다르게 이해하는 것이지요. 사람이 사진 속 굴렁쇠를 동그랗다고 받아들이는 것은 눈으로 들어오는 이미지를 한번 다시 해석하기 때문입니다. 경험과 기대, 가정, 믿음 등 복잡한 사람만의 처리 방법을 더해 머릿속에서 이 2차원 이미지를 3차원으로 만듭니다. 이를 이용하는 것이 바로 ‘착시효과’지요. 


인간이 정보를 끊임없이 해석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착시’입니다.
우리의 경험이 시각적으로 들어오는
2차원적인 데이터를 다시 가공하는 것입니다.


착각이나 착시는 우리가 정보를 받아들인 뒤 다양한 주변 상황과 함께 묶어서 해석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인공지능은 아주 오랜 학습을 통해서야 비슷하게 흉내를 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센서 기술은 급격히 발달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사람처럼 특정 조건에 따라 아주 세밀하게 움직일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 센서가 사람의 오감을 데이터로 만들고, 사람의 입장에서 받아들일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인공지능’이라는 이름을 달고 알아서 뭔가를 해주는 기기들이 만족스럽지 않지요. 아직도 인공지능은 사람이 오감을 해석하는 능력만큼 예민하지 못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럼 사람이 감각에 기대어 판단하는 것은 정확할까요? 그건 아닐 겁니다. 인간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몇 가지 요인에 손을 대면 판단에 혼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김경일 교수의 감각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 이어집니다. 


정확하지 않은 감각과 틀린 판단의 역설, ‘인간다움’ 


“인간은 세상의 다양한 장면과 상태를 내 몸의 상태로 표현합니다. 그래서 그 상태를 역으로 변화하면 생각이 바뀌는 경우도 일어납니다. 면접관들에게 따뜻한 음료와 차가운 음료를 나누어주면 컵의 온도에 따라 우호적이거나 냉정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리적 온도가 따뜻하면 스스로가 더 따뜻한 사람처럼 느끼고, 차가워진 사람은 마음도 차가워졌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이런 실험 결과를 학계에서도 믿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오랜 세월 실험이 반복되면서 이 역시 사람의 한 특성으로 받아들여지게 됐다고 합니다. 바로 ‘사람이 감각을 이용해 생각을 바꾼다’는 것이지요. 흥미로운 실험 결과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자세에 따른 행동 변화입니다. 김경일 교수는 피실험자의 성격과 관계 없이 당당한 자세를 취하게 한 사람과 소극적인 자세를 했던 사람 사이의 행동이 다르다는 실험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자세에 따라서 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결정을 내리기도 하고, 반대로 위축되고 소극적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합니다. 


자세가 바뀌면, 생각이 바뀐다


“누군가는 인간이 오감을 통해서 또 다른 감각과 판단을 내린다는 것을 알고 이용하기도 합니다. 오감은 여섯번째 생각과 판단을 만들내는 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바로 이 부분이 우리가 컴퓨터와 다르다는 결론으로 이어집니다.” 


다섯가지 감각은 인간이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오감이 합쳐지면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여섯번째 감각이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동시에 특정 감각을 제어하는 것으로 정확한 판단력을 잃기도 합니다. 김경일 교수는 인간이 감각을 통해서 명확하게 짚어야 할 역할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바로 인간의 존재 이유로 연결됩니다. 



“인간과 인공지능이 기본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일은 세상에 대한 분석입니다. 하지만 사람은 정보를 정확하게 분석해야 하는 것 자체가 존재의 이유가 아닙니다."


오감을 통해 세상에서
어떤 것을 느끼고, 결정할 지 정하는 것이
바로 사람의 역할이자 존재의 이유입니다.
바로 여섯번째의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지요.


인간의 역할, ‘여섯번째 감각’ 


많은 전문가들이 인공지능과 경쟁을 두고 인간 고유의 역할과 의미를 찾곤 합니다. 공감과 판단, 그리고 결정이 주로 꼽히지요. 김경일 교수의 설명도 그 뿌리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가 그 동안 결정을 이끌어내는 판단으로 흘러가는 과정을 감각과 묶으니 쉽게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바로 우리가 그 동안 ‘동물적 감각’이라고 말하던 ‘육감’인 셈입니다. 요즘 말로는 ‘느낌적 느낌’일까요? 


이제 상대적으로 컴퓨터와 인공지능의 역할은 더 뚜렷해집니다. 정확한 정보의 수집과 분석입니다. 컴퓨터의 탄생과 존재 이유 자체가 데이터를 정확히 처리하는 데에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기대하는 그 역할은 딱 거기까지라는 것이 김경일 교수의 이야기입니다. 


“사람들은 어설프게 인간을 흉내내는 인공지능을 싫어합니다. 일본의 한 무인 호텔은 1층에서 3가지 로봇이 투숙객을 맞이합니다. 전형적인 로봇, 공룡 모양의 로봇, 그리고 사람을 쏙 빼닮은 로봇입니다. 역할은 똑같지만 사람들은 대체로 공룡 모양의 로봇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사람을 닮은 로봇을 가장 멀리했습니다. 사람들은 분석보다 느끼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에 인간의 모습을 하고 다섯가지 감각을 분석만 하는 인공지능을 불편하게 생각합니다.” 


인간과 닮은 로봇은 친숙함을 기대했겠지만 오히려 어설픈 인간 흉내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사람의 형체에 기대했던 행동과 다른 무엇인가가 묘한 거부감을 만들어내는 것이지요. ‘불편함의 골짜기(uncanny valley)’라는 이론으로 연결되는 감정이기도 합니다. 인공지능이, 로봇이 사람과 더 비슷할수록 사람과 닮지 않은 부분이 더 쉽게 드러난다는 이야기입니다. 대신 사람과 전혀 다른 형태의 인공지능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줄어들고, ‘나를 돕기 위한 기술’이라는 점에 집중하게 됩니다. 


물론 인공지능의 어색한 부분들은 서서히 줄어들게 되고, 더 정교한 사람 수준의 무엇인가가 만들어질 겁니다. 하지만 과연 인간의 생각까지 데이터로 만들 수 있을까요? 

“인공지능이 인간의 생각처럼 이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수준으로 발전할까요? 새로운 것에 대한 출발은 욕구에 있습니다. 반면 기계는 어떤 것이라도 명령에 따라 움직이게 마련입니다. 바둑 대결이 끝난 뒤 커제 9단과 알파고는 각각 무엇을 했을까요.” 


인공지능의 역할은 특정 상황에서 특정 행위를 사람과 비슷하게 처리하도록 하는 데에 있습니다. 그래서 앞에서 보이는 행동은 비록 사람과 비슷할 수 있지만 그 다음의 행동은 다를 겁니다. 김경일 교수는 그 욕구를 데이터로, 함수로 풀어내는 것이 어렵다고 이야기합니다. 지금까지 1%도 진행되지 못했다고 합니다. 세상의 많은 일들은 그 욕구를 어떻게 건드려주고, 조정하느냐에 따라 갈등과 소통이 결정된다는 설명도 흥미롭습니다. 결국 김경일 교수는 인공지능의 역할을 두고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까지 도움을 주는 것이고, 그 욕구 자체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라는 결론으로 정리합니다. 



“인공지능은 앞으로 우리가 느끼는 오감을 통해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하기 직전에 현재 상태를 확인해주고, 어떤 결정들을 내릴 수 있다는 지표를 안내해주는 데에 머물 겁니다."


결정과 판단 직전까지의 안내자이고,
그 나머지는 인간의 몫입니다.
그래서 그 영역은 영원히 인간의 역할로
남게 될 겁니다.


‘인공’화 할 수 없는 사람의 본성과 그 역할에 대한 가치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로 읽으면 될까요. 인간의 몫을 두려워할 이유는 없습니다. 한번쯤 인간의 불확실성과 욕심에 대해 우쭐해 보는 건 어떨까요. 그게 우리 인류의 역사를 만들었고, 앞으로도 우리를 지켜줄테니까요.



글 : IT컬럼리스트 최호섭 (work.hs.choi@gmail.com)



김경일


메타인지를 통해 인간을 연구하는 인지심리학자. 현재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카카오스쿨 AI학기 목차

Intro
- 안녕! 카카오스쿨
- 인공지능과 함께 사는 방법, 사람다움

1주차. 사회 영역
- 인공지능 시대의 창의성 / 김영하 소설가
- AI 시대의 직업, 그리고 교육 / 라이언

2주차. 말하기 듣기 영역
- AI 시대, 언어를 알면 인간이 보인다 / 조승연 작가
- AI 시대에 컴퓨터와 대화하는 방법 / 조디악

3주차. 인간 생활 영역
- AI와 인간의 연결 / 김경일 교수
- AI와 생활의 연결 / 클로드

4주차. 미래 영역
- 영화속의 AI, 공존과 대결 / 김태훈
- AI로 할 수 있는 것들, 그리고 가능해질 것들 / 커티스

Outro
- 우리는 어떤 인공지능과 살아갈까
- 카카오스쿨 비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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