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AI 제품 개발자 커티스
커티스는 카카오의 AI 제품을 개발하는 엔지니어입니다. 그의 일은 바로 인공지능을 이용해서 할 수 있는 일들, 또 앞으로 가능하게 될 것들을 생각하는 데에 있습니다. 바로 인공지능의 가능성이지요. 이 강의도 어떻게 보면 기술적으로 가장 현실성 있는 것들을 바라보는 시선들에 대한 해석입니다.
이미 인공지능 시대가 열렸다고들 합니다. 인공지능 기술이라고 하면 으레 사람을 닮은 모습에, 능숙하게 대화를 나누고, 스스로 알아서 많은 일을 해치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이용하는 인공지능 기술은 상상 속의 모습과는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커티스는 직접 개발한 인공지능 기반 서비스를 소개했습니다. 연예인의 얼굴을 인식하고 구분해서 이름을 알려주는 서비스입니다. 이 서비스는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이 프로젝트를 처음 만들 때는 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수 만장 모아서 누구인지 알려주고 컴퓨터가 학습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검색 기반으로 많은 웹데이터를 모아서 수 억 개의 이미지를 모읍니다. 그리고 비슷한 것들끼리 모아줍니다. 그리고 콘텐츠에서 이미지를 골라내고 분석해서 그 사람이 맞는지 확인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겁니다.”
커티스는 요소 기술을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연예인의 얼굴을 구분해주는 앱을 간단히 이용하지만 그 안에는 여러가지 인공지능 기반의 데이터 분류 기술들이 섞여 있습니다. 즉 전체 서비스의 일부가 되는 요소 기술입니다.
현재 ‘머신러닝’으로 불리는
대부분의 인공지능 기술들은
여러 기술을 뭉쳐서
하나의 서비스를 만드는 형태
자, 사진을 보고 이름을 맞춰주는 서비스가 그 자체로 ‘인공지능’일까요? 아마 얼굴을 알아보는 것 자체가 사람의 능력과 연결되기 때문에 지능이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이미지 분석에 인공지능의 기술 일부가 쓰이게 된 것이지요. 인공지능이 하나의 서비스로 만들어지려면 그에 따르는 엔지니어링, 즉 부가적인 개발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기술이 상품화되는 것은 전혀 다르다는 이야기지요.
커티스는 자율주행의 예도 듭니다. 현재 자율주행 차량은 인공지능일까요? 역시 운전하는 것 자체가 사람의 지능을 흉내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도로의 차선을 읽어들이고, 앞 차와 간격을 조정하는 데에 인공지능이 활용됩니다.
“차선을 읽어서 운전대를 돌리고, 페달을 밟아 앞차와 간격을 조정하는 것이 운전이기는 하지만 그 자체로 ‘자율주행'이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목적지만 입력하면 스스로 달려가는 완전 자율주행 차량이 완성되려면 더 많은 절차들이 필요합니다.”
도로에서는 생각지도 못하는 돌발 상황이 많습니다. 그 변수들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하고, 또 각 도시의 교통 관련 규칙, 법규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이 자율주행 기술이 상용화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비용, 노력이 필요하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세상은 이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이 더 큰 이익으로 돌아온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인공지능 기술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기술의 도입으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방법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모든 상황을 하나하나 프로그래밍하던 것에서 인공지능 스스로가 주어진 상황과 대응 방법을 파악하는 것으로 방법 자체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까지의 소프트웨어는 모든 규칙을 프로그램으로 입력했습니다. 의료의 예를 들면 방사선 촬영 이미지에서 읽을 수 있는 암세포의 모양, 색깔, 패턴 등을 규칙으로 만들어서 하나하나 조건에 걸리는 데이터를 골라내는 과정을 거치는 겁니다. 하지만 머신러닝 기반의 인공지능이 도입되면서 그 개발과정에는 데이터를 쏟아 붓는 과정이 가장 중요합니다. 바로 학습입니다.”
머신러닝은 사람처럼 전체 맥락을 읽는 기술이라기보다는 기존에 학습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데이터를 골라내고, 무엇인가 다르게 읽히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을 찾아냅니다. 데이터와 특정 업무를 잘 결합하면 엄청난 양의 데이터도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커티스는 “AI테크는 AI가 아니다”라는 조시 테넨바움(Josh Tenenbaum) MIT 인지과학 교수의 말을 인용합니다. 인공지능 관련 기술을 두고 기계가, 혹은 소프트웨어가, 서비스가 지능을 갖는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단순히 특정 문제에 대한 패턴 인식만으로, 지능이라고 규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세상에 대한 이해, 상상, 계획, 논리적 사고,
커뮤니케이션 등이 다 어우러져서
판단하는 기술이 완성되어야
진정한 '지능'이다
현재 상황의 인공지능 기술을 아주 현실적으로 바라보는 해석입니다. 그리고 이는 많은 인공지능 전문가들이 걱정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세상의 기대와 오해가 깊어지는 것이 기술 발전에 그리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역시 ‘이 기술이 세상을 지배한다’는 것이겠지요.
커티스의 인공지능 해석은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기술을 바로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는 알파고를 두고도 흥미로운 풀이를 내놓습니다.
“알파고의 충격으로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세상을 지배할까 두려워했습니다. 그리고 인공지능이 업무에 적용되면 내 직업이 어떻게 될지 걱정합니다. 인공지능에 대해서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인지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과 대결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알파고는 그저 바둑이라는 패턴을 잘 이해하는 하나의 커다란 함수 덩어리입니다.”
인공지능이 사람처럼 생각하는 것은 아직 불가능한 일입니다. 알파고는 바둑을 둘 수 있지만 바둑을 이해하지는 못합니다. ‘승패를 떠나 여전히 바둑의 아름다움은 사람만이 알 수 있다’는 이세돌 9단의 이야기도 비슷한 맥락이겠지요.
인공지능이 실제로 구현되기 시작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고, 당연히 지금은 발전 초기 단계입니다. 하지만 그 초기 기술로도 우리는 삶에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인공지능이 사람과 비슷한 지능과 의식을 갖게 될 지도 모를 일이지요. 그게 결국 이 인공지능 기술 개발의 마지막 단계가 될 테고요. 하지만 아직 아주 먼 미래의 이야기일 겁니다. 그럼 현재 수준에서 인공지능은 어떻게 발전하게 될까요? 그의 해석은 결국 인공지능의 역할은 ‘도구’라는 이야기로 정리됩니다.
“우리는 앞으로 ‘수퍼 휴먼’이 될 겁니다. 인류가 일을 하는 역사상 노동을 하는 사람들의 생산성 그 자체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몸은 신체적으로는 예전에 비해 크게 발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돌아보면 실제 생산성은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우리가 강력해질 수 있는
또 하나의 도구가 될 겁니다
컴퓨터가 그랬던 것처럼 인공지능은 적어도 지금은 도구일 뿐입니다. 사람이 더 효율적으로 본질에 맞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컴퓨터의 한 응용 분야지요. 제 이야기를 조금 덧붙이자면 20년 전만 해도 컴퓨터로 문서를 만드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었고, 그만큼 가치가 높은 일이었습니다. 워드프로세서 자격증은 취업의 필수품이기도 했지요. 하지만 지금 누구도 ‘워드프로세서 쓸 수 있어요?’라고 묻지 않습니다.
컴퓨터가 우리 생활에 밀접해지면서, 모두가 스스로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담아내기 위해 워드프로세서와 파워포인트 같은 발표 도구를 직접 다룰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은 더 풍부해졌지요. 엑셀 같은 스프레드시트가 익숙해지면서는 숫자와 데이터를 누구나 직접 관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생산성이 높아졌다는 이야기지요. 그리고 우리는 이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들을 도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누구도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는 괴물로 해석하지 않습니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입니다.
“도구를 하나 더 갖게 되는 겁니다. 저명한 의사가 스스로의 경험에 암을 진단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더하면 그 사람의 권위가 떨어질까요? 분명 그 의사는 실수할 확률이 줄어들고, 의사로서의 역량이 크게 증가하게 될 겁니다. 그게 바로 ‘수퍼 휴먼’입니다.”
커티스는 인공지능을 통해 개발자로서 기존에 풀어내기 어려운 문제들이 하나씩 풀려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 서비스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지요. 일자리에 대한 이야기는 조심스럽지만 적어도 사람들이 원치 않는 단순 반복적인 작업들이 사라지면서 효율성도 따라서 높아지게 될 겁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사람의 생각을 더 잘 이해하는 인공지능 기술이 세상에 자리잡고, 우리 역시 인공지능과 융합해서 더 폭넓은 지적 활동을 할 수 있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요. 커티스의 현실적인 인공지능 바라보기는 어쩌면 그래서 더 미래의 인공지능을 읽을 수 있는 이야기로 연결 되는 것 같습니다.
“미래에는 인공지능이 우리의 가장 좋은 도구 중 하나로써 사람의 능력과 생산성을 높여서 기존에 할 수 없던 일들을 할 수 있게 해줄 겁니다. 그리고 원치 않는 반복적이고 노동 집약적인 일 대신 본질적인 능력을 키워주는 중요한 도구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글 : IT컬럼리스트 최호섭 (work.hs.choi@gmail.com)
카카오톡 개발로 시작해 현재는 카카오가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많은 AI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는 중.
카카오스쿨 AI학기 목차
Intro
- 안녕! 카카오스쿨
- 인공지능과 함께 사는 방법, 사람다움
1주차. 사회 영역
- 인공지능 시대의 창의성 / 김영하 소설가
- AI 시대의 직업, 그리고 교육 / 라이언
2주차. 말하기 듣기 영역
- AI 시대, 언어를 알면 인간이 보인다 / 조승연 작가
- AI 시대에 컴퓨터와 대화하는 방법 / 조디악
3주차. 인간 생활 영역
- AI와 인간의 연결 / 김경일 교수
- AI와 생활의 연결 / 클로드
4주차. 미래 영역
- 영화속의 AI, 공존과 대결 / 김태훈
- AI로 할 수 있는 것들, 그리고 가능해질 것들 / 커티스
Outro
- 우리는 어떤 인공지능과 살아갈까
- 카카오스쿨 비긴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