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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baD Aug 03. 2021

논스, 드디어 졸업합니다!

논스살이27개월 회고

1. 민족 국가 모델은 끝났다

는 생각이 나의 시작점이었습니다. 랜덤한 장소에서 태어나 그 나라 사람이 되고, '새로운 정치'를 외치는 오래된 정치인에 투표하고, 세금 내라니 내고 돌려준다니 환급받고, 저 말도 안되는 법안은 누구 머리에서 나온 건지 내가 왜 따라야 하는지, 이런 것들은 나부터가 싫었고 별로 지속 가능해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국가'라는 걸 내가 선택할 수만 있다면, 새롭게 등장한 국가 비스무꾸리 한 하룻강아지들에 밀려 한국 중국 미국 모든 기성 국가들은 100전 100패 할 것 같았습니다. '소속감'이라는 건 더 이상 민족 국가(nation state)가 주기엔 뭐랄까... 말랑말랑하고 변화무쌍하고 재밌는 게 제일 중요하고 그런 것으로 바뀌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2. 우리가 같이 국가를 만들자

는 또라이들과 일하고 있습니다. 보다 현실적으로는 '메타버스에 Layer2(한국 같은 기성 국가가 layer1, 그 위에 크레이프 케익처럼 한 층 더 쌓이는 게 layer 2) 국가를 만들자'가 되겠습니다. 


당 떨어져서 그림을 넣어봤습니다. 별 의미는 없습니다


바야흐로 2021년, 논스는 제가 아는 한 '마을'에 가장 가까운 무언가입니다. 총 5개 건물, 코워킹 1채 코리빙 4채의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강남구 국기원 언덕에서 100여 명이 옹기종기 모여 살고 일하고 있습니다. 강남을 돌아다니다 보면 포켓몬처럼 논스 사람들을 호잇 호잇 마주치게 됩니다.

이상 3개월만 살려고 들어왔다가 2년 살고 결국 입사까지 한 썰이었습니다. (네 들어오기 전에는 간만 볼 생각이었습니다. 부대끼며 사는 건 피곤하니까요^^) 


3. 마을이 모여 도시가 되고, 도시가 모여 국가가 된다

는 단순한 말과 함께, 2021년 2월, 얼렁뚱땅 (주)논스 직원이 되었습니다. 당시 (주)논스는 팀원을 찾고 있었고, 저는 마침 다니던 회사가 짱 재미없었습니다. 

참고로 이제 논스의 비전은 국가 -> 종족(신인류)으로 바뀌었지만, 이런 종족이 바로 그 '국가 비스무꾸리 한 것', 국가 위에 올라가는 Layer2 가 되지 않을까요? 종족 국가! 

이상 논스 운영팀의 희망회로였습니다. (주식회사 논스 임직원이 논스 운영팀입니다)



참 쉽죠?



4. 처음 들은 논스 이야기는 '동화 속 엘프 마을' 같았습니다.

시간을 빨리감기 해서 2018년 말, 저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뭔가를 만들어보려는 스타트업'을 엑셀러레이팅 하고 투자도 하는 스타트업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그 이름 FoundationX (당시 논숙터뷰) 당시 같은 팀 사람이 논스에 살고 있었는데, 그가 들려주는 논스 얘기가 침대맡 동화책 얘기 같았습니다. 

블록체인 하는 사람들이 강남 한복판에 모여 사는데(지금은 블록체인 정체성은 옅어졌고, '용기'라는 공통점만 남았습니다. '용기'를 기준으로 새로운 논스 멤버를 찾습니다), 가려면 가파른 언덕을 엄청 올라야 하고, 중앙 냉난방이 너무 거지 같아서 누군가가 라즈베리 파이로 뚝딱뚝딱 방마다 온도 센서를 설치해서 냉난방 조절 장치를 만들었는데, 그마저도 거지 같아서 어느 방은 너무 춥고 어느 방은 너무 덥고, 그래서 사람들이 자기 방을 탈출해서 그냥 라운지 소파에서 잔다고 했습니다. 


5. 동화 이야기지 내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하던 와중에, 

꼭 하고 싶은 블록체인 스터디가 논스에서 한다고 해서 참관했습니다. 듣던 대로 언덕이 가팔랐습니다. 스터디 끝나고 다시 내려갈 엄두가 나질 않았으니, 올라오는 건 얼마나 힘들었게요? 

스터디는 하고 싶은데 이걸 위해 매번 등산하기는 어렵고, 아예 스터디가 열리는 곳에 살아야겠다 싶었습니다. 같이 스터디 구경갔던 친구에게 '나 논스 입주할라고' 했는데 '오 나도'라고 하더니 저보다 먼저 입주했습니다. 그렇게 2019년 3월, 얼렁뚱땅 논스 살이를 시작했고, 둘 다 간만 볼 생각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그 친구도 아직 논스 살고 있습니다.


6. 논스 사람들은 각자 버전의 논스를 꿈꿉니다.

아마 논스가 좋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논스 '다크 모드' 만들어서 밤새 트레이딩 하겠다는 사람도 있고, 크리에이터들 모아서 예술가 논스를 하고 싶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베이비부머'였습니다. 

논스에 온 이후 제 삶의 만족도가 엄청나게 올라갔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어? 왜 이렇게 내 삶이 만족스럽지?' 했는데 달라진 게 논스밖에 없었습니다. 이거 정말 너무 좋은데 어떻게 표현을 못 하겠네. 나 개인이 스스로를 위해 어떤 짓을 해도 이 정도 행복감은 불가능했습니다. 이건 커뮤니티의 힘이었습니다.


7.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되고,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된다

는 말이 있습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어떤 경우에도 더불어 사는 게 개이득 아닌가요? 한국에 논스같은게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저보다도 제 부모님 세대에 이런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는 지각 변동이지만, 개인도 사회도 국가도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습니다. 블록체인이 시시각각 변하는 거대한 파도라면, 고령화는 절벽처럼 그냥 주어진, 빤히 보이는 지형의 변화인데, 모두가 눈뜨고 다 함께 손잡고 그쪽으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8. 그래서 논스 베이비부머 버전을 만들기 위해 창업을 했습니다!

이름하여 <더 클럽하우스>! 골프밖에 모르는 중장년을 위한 새로운 아지트!! 

은퇴하면 시간 많고 갈 곳 없고 같이 놀 사람도 없다는데! 논스는 블랙홀처럼 시간을 빨아들이는 곳이니까!! 재밌는 사람들 다 모아놓은 부머들의 아지트 공간을 만들면!!!

(..중략..) 시원하게 접고 다시 백수가 되어 논스에서 빈둥빈둥하다가 <도돌이표> 다시 재밌어 보이는 일을 찾아서 불태우다가 재미 없어져서 때려치고 다시 빈둥빈둥하다가 <도돌이표로 가시오 1번만> 논스 운영팀 일이 재밌어 보여서 한때 빈둥거리던 장소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9.  한때 논스의 KPI는 구성원의 퇴사율이었습니다.

지금은 KPI 없어요. KPI는 그 조직의 핵심이 무엇인지 한큐에 설명하는 지표라고 생각합니다. 논스는 왜 사람들이 퇴사하길 바랐을까요? 각자마다 해석이 다르겠지만, 아무튼 덕분에 저는 실컷 퇴사하고, 서핑하고, 알바하고, 시간 죽이고, '논스 밖에 나가면 별난 사람 취급받았을' 일들,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들로 둘러싸여 있지 않았다면 감히 시작하지 못하거나, 시작하고 매일매일이 불안했을'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논스가 그만큼 커다란 소속감과 안정감을 줬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논스는, 남들이 좋다고 해서 시작한 일 그만두고, 네가 뭘 좋아하는지 찾아보길 바랐던 게 아닐까요? 그렇게 찾은 게 논스 운영ㅌ..


그리고 이 글이 바로 그 <직접 쓴 이야기> 매거진 기고글입니다


10. '운영팀 왜 들어갔어?'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주)논스의 인센티브와 저 개인의 인센티브가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논스가 영속하길 바랍니다. 하지만 얼핏 본 (주)논스의 Business Model, 가치를 만들어내고, 그 가치를 돈으로 환산해서 인정받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았습니다. 강남 부동산 전대 얘기를 하면 끝도 없기 때문에, 나와는 평생 상관없을 것 같았던 '젠트리피케이션'은 다음 주제로 다뤄보겠습니다. 아무튼 논스의 지속 가능성은 고민해보기에 재밌는 주제였습니다. 저 개인의 이익과도 상관이 있고요. 저는 부동산을 빚내서 소유할 생각도, 외롭지 않기 위해 혹은 부동산을 사기 위해 결혼할 생각도 없습니다. 그래서 제게는 약간의 부동산과 좋은 커뮤니티, 즉 논스가 필요합니다.


11. 논스의 대체제는 '없다'와 '결혼'과 '가족'입니다.

논스 멤버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논스의 대체제는 '없다'라는 답변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내가 만들 코리빙 타운이라는 답변도 있었습니다. Basecamp for Future Rebels!) 솔직히 말해서, 논스의 대체제가 있었다면 저는 진작에 그곳으로 이사했을 겁니다. 저는 환경에 변화를 주는 걸 좋아합니다. 제일 좋아하는 포켓몬은 메타몽입니다. 

분명히 졸업 얘기하려고 글을 시작했는데 최애포켓몬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다시 돌아오자면, 


12. 이제 논스를 졸업합니다.

28개월이면 제가 자발적으로 속한 어느 조직보다 오래 몸담은 곳입니다. 용기 내어 졸업합니다! 

논스는 제게 용기를 가르쳐줬고, 이제는 논스가 없어도 용기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졸업합니다!


무한한 논스, 저 너머로!


나의 후임(?)분이 그려주신 나와 오호라(논스 5호점) 졸업 케익


사랑해요 논스!
논스 드디어 졸업합니다!!





크레이프 사진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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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쿠키 글

저는 논스를 졸업하고 인근 셰어하우스에서 살고 있습니다. 일은 계속 논스에서 하니까요. 자고로 출퇴근은 짧아야 제맛입니다.

비교 대상이 생긴 덕분에 논스는 셰어하우스가 아니라 '커뮤니티 하우스'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같은 공간 안에 사람들을 모아 놓고 같이 살게 한다고 해서 커뮤니티가 생기는 건 아니더라고요? 퇴근하고 집에 왔는데 아무도 나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는 게 어색합니다. 셰어하우스도 이렇게 적적한데 원룸엔 어떻게 사는 걸까요? @.@


14. 쿠키쿠키 글

지난 7월에 오픈한 맹그로브 신설점에 염탐을 다녀왔습니다. 호텔을 리모델링한, 한국 최대 규모의 코리빙 공간입니다. 300여 객실을 채우려면 혼자 사는 대중을 타깃 할 텐데, '공동체 생활'을 어떻게 팔지 궁금합니다. 부대끼며 산다는 것은 막상 해보면 혼자 살 엄두가 나질 않지만, 밖에서 보면 단점만 보이는 것 같습니다. 


15. 홍보 글

맹그로브 홈페이지는 https://mangrove.city/ 라고, 도메인을'city'로 씁니다. 하지만 도시를 혼자 만들 순 없겠죠? 오픈소스 커뮤니티 빌딩에 관심 있는 커뮤니티들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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