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적립식 펀드의 가입시기(매수 타이밍)가 크게 중요치 않은 이유
펀드에 투자할 때 자금을 불입하는 방식은 크게 2가지, 거치식과 적립식이 있습니다. 거치(据置)식은 가지고 있는 목돈을 한꺼번에 불입하는 방식이고, 적립(積立)식은 은행 적금처럼 매월 혹은 일정 주기로 적은 금액을 쌓아 큰 금액으로 늘려가는 방식입니다. 이 2가지 방식은 펀드별로 구분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펀드에 투자할 때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투자여건에 따라 목돈이 있는 경우는 거치식을, 그렇지 않은 경우는 적립식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동일한 펀드에 투자하기 때문에 거치식과 적립식에 대해 그저 단순히 자금불입 방식의 차이만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왜냐하면 실제 운용방식면에서 거치식과 적립식은 상당한 차이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죠. 때문에 투자를 위해서는 그 차이점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만 합니다.
아래의 표를 보며 거치식과 적립식의 차이점에 대해 보다 자세히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표. 거치식과 적립식의 차이점
먼저 거치식에 대해 알아보죠. 거치식 펀드는 투자자가 어느 정도의 목돈을 보유하고 있을 때 보유자금의 증식을 목적으로 예금처럼 펀드를 운영하는 것을 말합니다. 즉 목돈을 펀드에 가입한 후 본인이 생각하는 기대수익률에 도달될 때까지 기다리는 거죠. 이때 제일 중요한 포인트는 펀드 가입시기라 할 수 있습니다.
주식투자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해당 종목의 주가가 낮을 때 들어가야만 합니다. 그리고 일정 시간이 지나 그 종목의 주가가 상승했을 때 팔게 되면 그 차이만큼의 수익을 거두게 되죠. 펀드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주가지수와 거의 동일하게 움직이는 인덱스 펀드(Index Fund)에 가입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인덱스 펀드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주가지수가 낮을 때 들어갔다가 높아졌을 때 환매하면 됩니다. 이론상으로는 아주 쉽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어느 수준을 낮은 주가지수라 판단할 수 있느냐 하는 겁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촉발된 글로벌 경기불안으로 인해 국내 코스피 지수가 2,500대에서 2,300대까지 약 200포인트 정도 하락했습니다. 그렇다면 2,300대는 낮은 걸까요? 아니면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농후한 걸까요? 만약 이러한 하락원인이 일시적인 이벤트성이라 판단되고, 그로 인해 상승모드로 돌아서 원래의 주가를 회복할 것이라 자신한다면, 적극적으로 펀드 가입을 해도 좋을 것입니다. 예측대로만 된다면 약 8%([2500 – 2300] ÷ 2300 × 100)대의 수익을 거둘 수 있겠죠.
이처럼 거치식 펀드 투자를 위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매수 타이밍을 얼마나 잘 잡느냐에 달려 있다 할 수 있습니다. 위의 예처럼 단기적 사안으로 판단할 수 있지만, 만약 장기적으로 주가지수가 상승할 것으로 판단된다면, 장기적 투자를 염두에 두고 펀드에 가입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 될 겁니다. 이때 기대수익률을 정해놓고 투자하는 것이 중요한데, 너무 높게 책정할 경우 매도 타이밍을 놓칠 수 있기 때문에 약 7~10%+α 정도를 목표로 한다면 어느 정도 괜찮은 거치식 펀드 투자가 될 것입니다.
재테크를 시작함에 있어 많은 사람들이 강조하는 단어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종잣돈(Seed Money)인데요, 이 종잣돈을 모으기 위해 가장 많이 활용되는 방법이 적금(積金)과 적립식 펀드라 할 수 있습니다. 적금이 투자에 있어 상당히 보수적인 사람들이 선택하는 방식이라 한다면, 적립식 펀드는 적금보다는 공격적이지만, 거치식 펀드보다는 다소 안정적인 투자를 원하는 사람들이 선택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죠.
거치식 펀드의 투자 포인트는 매수 타이밍이라고 말씀드렸는데, 그렇다면 적립식 펀드 또한 가입시기가 중요할까요? 물론 영향은 있습니다. 하지만 거치식 펀드에 비해서는 거의 없는 편이라 할 수 있는데요, 혹시 그 이유에 대해 아시나요? 그 답은 바로 적립식 펀드가 가지고 있는 코스트 애버리징 효과(Cost Averaging Effect, 평균 매입단가 인하 효과) 때문이라 할 수 있는데요, 여기서 잠깐! 그 효과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뜬금 없는(?) 문제 하나 풀고 가겠습니다.
아래에 주가지수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3개의 차트가 있습니다. (A)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주가지수가 우상향 45도의 각도로 상승함을 보여주는 차트이고, (B)는 초반엔 약간 하강했다가 이후 우상향의 상승을 보여주는 차트입니다. 마지막으로 (C)는 (A)와 비슷하지만 상승각도가 다소 낮은 차트라 할 수 있습니다.
자, 문제 드립니다. 아래의 세 차트 중에서 적립식 펀드(매월 일정시기에 일정 금액을 불입한다고 가정)에 투자한다고 할 때, 가장 수익률이 높게 나올 차트를 순서대로 고른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 순서를 맞춰 보시기 바랍니다.
어떤가요, 쉬운 편인가요?
정답은 (A) > (B) > (C) 인데, 맞추셨나요? 수익률을 그림으로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각 차트에 있는 빨간점이 바로 그 펀드의 수익률이라 할 수 있습니다. (A)와 (C) 차트는 이해하시는데 별 무리가 없을 겁니다. 왜냐하면 적립식 펀드의 경우 매월 일정금액을 정해진 시기에 불입하기 때문에 그래프가 우상향으로 꾸준히 움직일 경우 수익률은 거의 중간에 위치하게 되죠.
하지만 (B) 차트는 조금 다릅니다. 불입을 시작하는 시점부터 주가지수가 떨어지기 시작하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부터 상승흐름을 타기 시작합니다. 즉 한번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가는 거죠. 주가지수가 하락했었음에도 (B) 차트의 수익률이 (C)보다 높네요. 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요? 여기에 바로 적립식 펀드의 매력이자 장점이 숨어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8편에서 펀드의 좌수에 대해 설명드렸었는데요, 좌수란 그 펀드가 보유한 수량, 즉 참외 개수와 같다고 이야기했었습니다. 만약 같은 금액으로 참외를 살 때 가격이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요? 더 많은 참외를 살 수 있겠죠. 반대로 가격이 높으면 보다 적은 수량의 참외를 살 수 밖에 없을 겁니다. (B) 차트를 보게 되면 초반에 주가지수(=참외가격)가 하락하기 때문에, 그 기간동안에는 같은 금액으로 더 많은 참외를 살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C)에 비해 더 많은 참외를 보유(=많은 좌수, 높은 수익률)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즉 주가지수가 비슷하게 오를 경우 쭉 상승하는 것보다 초반에 하락했다 다시 오르는 것이 수익률 측면에 있어 보다 더 유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주가지수가 낮을 때는 보다 많은 주식(=좌수)을 매입(참외가격이 싸기 때문에)하고, 반대로 주가지수가 높을 때는 주식을 적게(참외가격이 비싸졌으므로) 사게 됨으로써 매입단가가 낮아지는 효과를 바로 코스트 애버리징 효과, 다른 말로 평균 매입단가 인하 효과라고 부릅니다. 이 효과는 적립식 펀드를 설명함에 있어 가장 유용하고 중요한 내용이니 꼭 알고 계시기 바랍니다.
* 이 글은 핀테크 기업 '레이니스트'의 온라인 매거진 <뱅크샐러드>에 수록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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