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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Aug 09. 2021

누이 좋고 매부 좋았던, 이자의 탄생

인천교육청 16차시 강의를 진행하며(8편)


☞ 인천교육청 16차시 강의를 진행하며(프롤로그)

☞ 밤 11시 59분 50초에 탄생한 인류(1편)

☞ 인류에게 상상의 능력이 없었다면(2편)

☞ 국민의 읍소로 만들어 낸 결혼제도!(3편)

☞ 남자는 여자가 길들인 마지막 동물이다(4편)

☞ 니들이 왕이면, 나는 황제야!(5편)

☞ 수백 개 학문의 숫자를 2개로 줄인다면(6편)

☞ 이익을 향한 탐욕은 죄악임을 알라(7편)



당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


영국이 낳은 세계 최고의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1616). 발표한 작품들의 면면만 훑어보더라도 그가 얼마나 대단한 작가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그의 천재성과 재능은 감히 비교조차 어려울 정도라 할 수 있습니다. <로미오와 줄리엣>, <햄릿>, <맥베스>, <리어왕>, <한 여름밤의 꿈>, <오셀로> 등 정말 주옥같은 작품들이라 할 수 있죠.(셰익스피어 작품의 진수는 개인적으로 비극이 아닐까 합니다. 수많은 관계와 관계들,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인간의 적나라한 욕망들이 암투를 벌임으로 인해 결국 모두가 파멸로 빠져들게 되는 안타까운 비극의 향연, 이것이 바로 셰익스피어 문학의 위대함 아닐까 싶네요)


그중에서도 〈베니스의 상인〉은 당시 중세시대의 풍경을 그대로 드러내 놓은 작품이라 할 수 있는데요, 인정사정없는 야비한 고리대금업자 샤일록과 부유하며 의리 빼면 시체라 할 수 있는 안토니오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안토니오가 절친인 친구 결혼식에 필요한 돈을 조달하기 위해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으로부터 대출을 받는데, 샤일록은 돈을 못 갚을 경우 그의 살 1파운드(약 450g)를 내놓다는 조건의 차용증을 쓰게 됩니다. 안토니오는 출항한 자신의 배가 돌아오면 얼마든지 돈을 갚을 수 있었기 때문에 별 고민 없이 사인을 하죠. 하지만 배가 돌아오던 중 사라졌다는 비보를 듣게 되며 결국 안토니오는 돈을 갚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자 당연히(!) 샤일록은 차용증에 쓰여있는 대로 그의 살 1파운드를 요구하게 되고요.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은 이야기의 재미도 대단하지만, 경제적 관점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샤일록의 직업인 ’고리대금업자‘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직업은 소위 돈놀이를 하는 것으로, 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대출해 준 후 일정 기간 이후 원금과 함께 높은 이자를 받는 그런 일을 의미합니다. 지금으로 보면 영화에서 많이 등장하는 ’사채업(자)‘이라 할 수 있죠. 베니스의 상인이 출간된 해는 1598년으로, 이 시기는 유럽의 중세 무역이 활발히 진행되던 때입니다. 더군다나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이탈리아의 베니스(베네치아)는 중세 무역의 중심지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무역과 함께 상인들의 활동이 왕성하던 곳이었죠.



국제무역, 금고 그리고 이자의 탄생


당시 무역은 국제무역이었습니다. 아메리카 대륙을 비롯한 인도, 중국으로부터 금, 은, 향신료 등 다양한 제품이 들어오고, 또한 유럽의 공산품들이 그곳으로 수출되고 있었죠. 물론 정상적인 무역이라 보긴 어려웠습니다. 왜냐하면 각종 무기로 무장한 상선이 강제적으로 그 나라들에 침입하고(더 나아가서는 식민지화했죠), 약탈하다시피 빼앗은 귀금속을 비롯한 고가, 진귀한 상품들을 유럽으로 가지고 왔기 때문이죠. 그 대가로 유럽의 공산품들을 나누어 준 것이고요. 당시 한번 출항했던 상선이 귀국하는 경우 어마어마한 차익을 남겼다고 하니, 이는 엄연한 약탈이라고 봐야 할 겁니다.


국제무역이 활발했던 베니스에서는 새로운 직업으로 환전업이 뜨고 있었습니다. 국제무역이 이루어지다 보니 상품뿐 아니라 각 나라의 화폐도 거래되고 있었고, 이를 자국의 화폐로 바꾸기 위해서는 환전을 해줄 사람 혹은 기관이 필요했던 겁니다. 환전업자는 이런 틈새시장을 활용해 생겨났고, 환전 시에 일정 수수료를 챙김으로써 자신의 수익을 가져갈 수 있었죠. 이들은 돈을 보관하기 위한 대형 금고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부유한 상인들은 자신들의 집에 도둑이 들 것을 우려해 일정 보관료를 내고 환전업자에게 자신의 돈을 맡겼죠.     

금고를 보유한 환전업자들은 우연한 기회에 새로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게 됩니다. 금고에 보관된 돈을 빌려줄 경우 그에 대한 보수(=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물론 자신의 돈이 아니었기 때문에 돈을 맡긴 고객에게는 비밀이었고요. 하지만 영원한 비밀은 없었습니다. 이 사실은 돌고 돌아 고객의 귀에 들어가게 되고, 흥분한 고객은 환전업자를 찾아와 강력한 항의를 하게 됩니다. 아니, 바로 돈을 찾아 다른 금고에 맡기겠다고 선언하죠.


그러자 환전업자는 전주(錢主, 돈주인)에게 기가 막힌 제안을 합니다. 보관료를 면제해 줄 뿐만 아니라 더불어 자신에게 돈을 보관할 경우 기간에 따라 약간의 이자를 제공하겠다고 말이죠. 전주 입장에서도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거래는 성립되고, 그때부터 돈을 예치하는 고객의 머릿속에는 당연히 이자라는 것이 자리 잡게 되었죠. 환전업자는 고객의 돈을 합법(!)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고요. 이것이 바로 예대마진(예금과 대출 이자의 차이로 생기는 이익)의 효시라 할 수 있습니다. 이후 이 거래는 계속 확장되었고, 이것이 바로 은행이 탄생하게 되는 계기라 할 수 있습니다.


이자의 탄생


은행을 영어로 Bank라고 하죠. 이탈리아어로 의자(bench)나 탁자(table)을 뜻하는 banco는 라틴어 bancus에서 유래되었는데, 이 banco는 환전업자들이 사용하던 의자나 탁자를 의미했고, 여기에서 시작하여 이자가 발생하고 더불어 은행까지 탄생했다는 의미에서 영어 Bank로까지 의미가 확장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자본주의,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9편)




차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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