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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드 Aug 22. 2024

퇴사에 드는 비용은 얼마일까?


퇴사하면 포스트잇 같은 문구류까지
직접 사서 써야 돼.

퇴사와 관련해서 들었던 말 중 기억에 남는 말이다. 그동안 회사에서 얼마나 많은 기본 물품을 제공받으며 살아왔는지를 실감하게 된다. 나는 이제 회사 없는 삶을 꾸려나갈 생각이기에 기본적으로 구비해야 할 물품들이 있었다. 회사로부터의 독립은 사소한 물건들로부터 시작됐다. 그것을 준비하는 데 소요된 비용을 공유해 본다. 자립에 드는 비용이겠다.




자립에 관한 지출 카테고리와 비용은 각자가 꾸리려고 하는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달라진다. 내가 원하는 라이프 스타일은 건강하고 자유로운 삶이었다. 운동을 하고 싶었고 내 손으로 밥을 해 먹고 싶은 마음이 컸다.



1. 운동: 수영 (290,370원)


 건강과 자유를 위해 선택한 운동은 수영이었다. 그동안 많은 여행과 호캉스 때마다 수영을 할 줄 모르니 불편했다. 수영장에 가도 누워서 책을 읽으며 음료수만 홀짝일 뿐이었다. 아쉬웠다. 그래서 늘 수영을 배우고 싶었다. 그러나 회사원인 내게 쉽지 않았다. 신청도, 수강도 어려웠다. 그런데 퇴사를 하니 오후 1시 타임에 여유롭게 신청할 수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내려 마시고 이런저런 볼일을 보고 몸이 찌뿌둥해질 때쯤 산책 겸 나가는 일정이 내게 잘 맞았다.


 아래는 수영 강습을 위해 구매한 물품들이다. 처음 하는 운동이라 모든 것을 구비해야 했고 나이키에서 대부분 샀기 때문에 조금 비싸게 구입한 편일 수도 있다. 소비에 대한 내 가치관 때문이다. 나는 한번 살 때 좋은 것으로 산다. 맥시멀리스트도 아니고 물건을 자주 사는 편이 아니라 더 그렇다. 그래서 여행에 돈을 쓰기보다는 이런 물품 구비할 돈을 따로 남겨뒀다.



 수영복은 나이키 매장에 가서 직접 입어보고 샀다. 나는 옷은 웬만하면 꼭 입어보고 어울리는 것으로 산다. 그래야 후회가 덜하고 오래 입을 수 있다. 수영복도 내 피부에 가장 어울리는 색으로 샀다. 핫핑크라 튀어 보일 수도 있지만 피부가 어두운 편이라 형광색 계열이 잘 어울렸다. 수영복을 사기 전 유튜브에서 정보를 찾아봤는데 유교걸들을 위한 보수적인 수영복 추천이 많았다. 많이 가릴 수 있는 수영복, 튀지 않도록 검은색이나 컬러가 있더라도 어두운 색을 추천했다. 나도 그런 색을 사야 하나 싶었지만 그런 색들은 내 얼굴을 더 어둡게 만들었다. 튀어도 내게 잘 어울리는 쪽을 택했다.





2. 대낮 활보 용품: 선글라스 (531,000원)



의외의 지출이다. 퇴사를 하니 생각보다 낮에 돌아다닐 일이 많았다. 수영도, 친구들과의 약속도, 작업하러 카페에 가는 것도 해가 중천에 뜬 시간이었다. 그 시간에는 너무 눈이 부셨다. 길거리에는 양산을 쓴 사람도 많았다. 오피스가에서는 볼 수 없던 광경이었다.


그래서 서랍을 뒤적였다. 내가 가진 선글라스를 써보니 영 마음에 안 들었다. 선글라스 산지가 10년은 된 것 같다. 그동안은 선글라스 쓸 일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놀러 가서 잠깐의 불편함만 견디면 선글라스 낄 시간은 대부분 회사에 있었다.


오랜만에 내게 어울리는 새로운 선글라스를 사기로 했다. 자유의 기분도 내는 것은 덤이었다. 원래는 30만 원대 젠틀몬스터를 사려고 했다. 그러나 매장에 가서 10개도 넘게 써봤지만 젠틀몬스터는 내게 어울리지 않았다,, 옆 매장의 셀린 선글라스가 내게 더 잘 어울렸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더 비싼 선글라스를 사게 됐다,, ㅎㅎㅎ 그래도 할인을 받았다. 장마철 때는 솔직히 괜히 비싸게 샀나 싶었는데 장마철이 지나고 이제는 대낮에 정말 잘 쓰고 있다.



3. 요리: 주방용품 구매 비용 (393,990원)



 나는 요리를 할 줄 모른다. 요리를 못하는 1인 가구가 회사에 다니면서 밥을 해 먹기는 쉽지 않았다. 배달도, 레토르트도, 밀키트도 너무 잘 되어 있는 세상인 데다가 요리를 하나도 못하는 사람에게 요리는 어려운 일이었다. 많이 해봐야 느는데 못하니 번거로워져서 시도를 안 했다. 악순환이었다. 그러다 보니 살도 찌고 건강도 안 좋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식품 대기업에 내 건강을 뺏기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퇴사를 하면 꼭 요리를 하고 싶었다.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던 조리도구나 조미료 외에 필요한 것들을 샀다.


 조금 특별한 것은 아래와 같이 부연을 해본다.


* 전기 압력 밥솥: 자취 생활 4년 차인데 이제야 밥솥을 샀다. 그동안은 햇반으로 연명했다. 이제 더 이상 햇반을 먹지 않기 위해 2인용 작은 밥솥을 샀다.

* 브리타 정수기: 원래는 생수를 주문해 먹었는데 이제는 그보다 물을 더 마셔야 할 것이다. 하루종일 집에서 물을 마셔야 하고, 커피도 내려 마셔야 하고, 요리도 해야 하기 때문에 브리타 정수기를 사보았다.

* 원목도마: 혹시 요리 유튜브를 시작할 수도 있으니 선물로 받아봄...ㅎ

* 스타우브 베이비웍(주물냄비): 솥밥을 해 먹기 위해 선물로 받아봄...ㅎ


브리타 정수기



4. 사무용품: 노트북 거치대 (22,541원)


퇴사 이후 나는 크리에이터의 삶을 꿈꿨다. 그래서 집에서도 노트북을 편히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했다. 오랜 시간 노트북 작업을 하려면 모니터가 내 눈높이로 올라와야 편했다. 그래서 부피를 크게 차지하지 않으면서 높이 조절이 자유로운 노트북 거치대를 샀다. 사실 포스트잇이나 펜 등은 아이패드와 애플펜슬을 쓰고 있어서 크게 필요하지 않았다.



* 퇴사에 든 비용 : 총 1,237,901원






퇴사에는 별도의 비용이 들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을 하기 쉽다. 그러나 라이프 스타일이 바뀌는 결정이기 때문에 이런 소소한 물건들이 필요하다. 꼭 아셨으면 하는 마음에 사소한 부분까지 공유해 본다. 이는 모두 퇴사 전에 생각했던 지출목록이었고 이 비용들을 고려했기에 당황하지 않았던 것 같다. 퇴사를 앞둔 분이 계시다면 이런 부분까지 잘 예측하고 대응하셔서 회사로부터 자립에 성공하시길 희망한다. 물론 나부터 그렇게 돼야 할 것이다..!



* 12년 차 직장인이 2024년 6월 무계획 퇴사를 하고 퇴사 전후의 생각과 회사로부터 자립하는 과정을 이야기합니다.


[퇴사자 일기]

https://brunch.co.kr/magazine/resigndiary


(매거진 수록글)


- 12년 차 직장인, 퇴사했습니다.

https://brunch.co.kr/@beibringen/126


- 대기업 이직 면접에 떨어진 날, 퇴사하기로 결심했다.

https://brunch.co.kr/@beibringen/127


- 조직개편 발령날은 대개 퇴사하고 싶었다.

https://brunch.co.kr/@beibringen/128


- OO 하기 싫어서 보다는 OO 하고 싶어서 퇴사했어요

https://brunch.co.kr/@beibringen/129


- 퇴사하면 건강보험료 폭탄 맞나요?

https://brunch.co.kr/@beibringen/130


- 퇴사 날짜, 인사팀 직원은 이렇게 정했습니다.

https://brunch.co.kr/@beibringen/131


- 퇴사하면 꼭 여행 가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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