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 이직을 위해 명심할 점 (9)
대기업 차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제 동기 중에도 지방으로 발령받거나 한직으로 좌천되어 회사를 그만둔 사람들이 몇몇 있습니다. 저 또한 언제 어떻게 될지 몰라서 헤드헌터에게 이력서를 보내 놨는데 이렇게 하는 게 맞는지 해서요. 왠지 '양다리를 걸치는 것' 같아서 죄책감이 드네요.
차장님 말씀에 충분히 공감합니다. 로열티가 강한 분일수록 그러한 죄책감은 더 크겠죠.
많은 분들이 직장생활을 연애 또는 결혼에 비유합니다. 결혼은 물론 연애를 할 때에도 양다리를 걸치는 행동을 해서는 절대 안 되겠죠. 만약 양다리를 걸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지금 사귀시는 분과의 관계를 먼저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이 현재 사귀시는 분은 물론 앞으로 사귀실 분에 대한 도리인 것 같습니다.
직장생활이 연애랑 많은 부분 비슷한 점은 맞습니다만... 이직의 경우에는 적절한 비유가 아닌 것 같습니다. 회사는 오매불망 나만을 기다리는 일편단심 남친이 아닙니다. 오히려 회사는 삼천궁녀를 거느린 의자왕과 비슷합니다. 따라서 무수리 한 명쯤 떠나는 것 같고는 간에 기별도 안 갑니다.
회사는 일편단심 남친이 아니라 삼천궁녀를 거느린 의자왕에 가깝다
반면 왕은 때로는 기분이 안 좋아서 무수리를 내칠 수도 있고, 그냥 인사를 깍듯이 안 했다고 무수리를 쫓아낼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동생 국가에 무수리를 조공으로 바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왕이 붕어하면 선왕을 모시던 후궁들은 모두 찬밥 신세가 됩니다.
죄송하지만 여러분은 '해바라기 남친을 둔 캔디'가 아니라 '의자왕의 삼천 명의 궁녀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죄책감일랑은 갖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혹시 오해할까 봐 말씀드리는데 '이직을 준비하는 것'과 '이직을 하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이슈입니다. '이직 준비'는 말 그대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보험을 들어둬라'는 의미이지 '당장 이직하라'는 말씀이 절대 아닙니다. 이직 준비를 해두는 것이 오히려 현재 회사 생활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이직 준비를 해두면 보다 당당하게 회사 생활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준비하는 과정은 자신의 커리어를 관리하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반면 회사 입장에서는 여러분이 배수진을 치고 회사에 목숨 걸기를 바라겠죠. 회사의 성공을 위해서는 친구관계는 물론 가정생활도 어느 정도는 희생할 것을 요구할 수도 있고요. 실제로 우리 아버지 삼촌 세대에는 그런 분들이 참 많았습니다. 주중에는 야근, 주말에는 골프 접대로 밤낮 휴일도 없이 일하신 분들이 그분 세대죠.
결국 아버지 삼촌 세대처럼 그런 길을 걸을지, 아니면 나의 사생활의 권리를 주장할지는 여러분의 판단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회사의 임원이나 고위 간부라면... 회사를 위해서 한번 목숨을 걸어보는 것도 좋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가정이나 건강을 내팽개치거나 죽마고우를 배신 때리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이 회사는 내 회사다'라는 오너십을 갖고 한번 커리어를 걸어봄직하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권한은 별로 없고 할 일만 대땅 많은 사원 대리급이라면... 하지만 여러분이 피땀 서린 노력의 결실을 챙겨봤자 코딱지만큼도 안 되는 역시 또 사원 대리급이라면...
이것은 여러분의 직업관과 직결되는 문제로 정말 심각하게 고민해서 판단할 일입니다. 부디 현명한 판단을 내리시기를 기원합니다.
by 찰리브라운 (charliebrownkorea@gmail.com)
1. 회사와 직원 간의 관계는 '1 대 1'이 아니라 '1 대 다수'의 관계이며, 회사는 언제든지 직원들을 내칠 수 있기 때문에 대안을 마련하는 것에 대해서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2. 이직 준비를 미리 해두면 당당하게 회사 생활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커리어를 돌아볼 수 있어서 현재 회사 생활에도 도움이 된다.
3. 회사 입장에서는 직원들이 배수진을 치고 회사에 목숨을 걸기를 요구할 수 있는데 그렇게 할지 여부는 본인의 판단이다. (임원이나 고위 간부라면 한번 해봄직하다.)
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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