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협동조합 컨설팅을 하고 있는데 잠깐 돌아보니 그간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소셜벤처 등 사회적 경제 조직을 대상으로만 100여개 이상의 회사를 컨설팅 한 것 같다. 다들 열심히 잘 하시지만 더 발전적 성장을 위해 이들이 공통적으로 개선되었으면 하는 보완점을 몇 가지 정리해보고자 한다.
1. 내가 만난 협동조합의 95% 이상은 굳이 협동조합이 아니어도 운영이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심지어 협동조합이 아니라 영리기업일때 보다 수익성이 높은 사업 아이템이 더 많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협동조합으로 하시려 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절반은 '사회적으로 좋은 일을 해서 기여하고 싶어서'라고 하시고 절반은 잘 모르겠다고 하신다.
3. 고객은 자신이 얻게 되는 경험의 가치를 비용으로 지불하지 그 수단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구멍을 잘 뚫는 드릴이 좋은 드릴이지 생산이나 유통은 어떻든 크게 상관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물론 공정무역이나 비건식단처럼 그 과정에 많은 가치를 두는 경우도 있으나 아직은 마이너하고, 파타고니아의 환경이슈나 탐스의 1+1 프로모션 같은 케이스도 있지만 이는 비즈니스 모델이라기 보다 마케팅 이벤트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즉, 고객은 협동조합이나 주식회사냐 다단계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어떤 benefit을 주느냐를 보고 결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고객의 관점에서는 협동조합만을 고집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나에게 좋은 제품을 위해 구매를 한다.
4. 협동조합은 우수한 인재들을 가능한 많이 조합원에 포함시키려고 한다. 이 지점이 영리회사와 부딪히는 부분인데 협동조합은 기본적으로 이익은 1/n로 나누기 때문에 모수가 늘어날수록 수익은 비례해서 줄어들기 마련이다. 만약 주식회사의 공동창업이라면 플레이어가 적을수록 인당 순이익은 늘어나기 때문에 최소한의 인력으로 효율성을 내어야 한다. 처음에는 어벤저스팀이 모였네 어쩌네 하지만 사람이 늘어날수록 생산성은 떨어진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러려면 최소인원으로 시작해야 한다.
5.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바로 협동조합원들은 기본적으로 이런 거버넌스의 시너지보다는 리스크를 분산하려는 니즈가 크기 때문이다. 조합원이 늘어날수록 이익은 줄어들지만 그에 비례해서 자신이 책임져야 할 리스크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는 최소한의 리소스만 투자하면서 '그러다 혹시 대박이 나면' 도움을 받으려는 체리 피커 마인드를 많이 보았다. 실제로 상근인력은 0~1명에 불과하고 대부분 본업을 가지면서 부업이나 취미처럼 조합을 만들어서 운영하는 곳도 상당하다.
6. 즉, 유감스럽지만, 풀타임으로 인생을 걸고 회사를 운영하는 곳도 성공 가능성이 될까 말까인데 발 하나만 담가 놓고 잘되면 더 잘해야지 하는 마인드로는 성공하는게 기적이다. 그래서 나는 사경조직들의 비즈니스 모델보다도 마인드셋이 더 선행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7. 한편 위의 4번의 이유로 조합원중에서도 운영위원회를 구성하여 상근으로 편성하여 돌리게 되는데, 이때 의사결정의 1/n 원칙으로는 속도가 생명인 비즈니스 현장에 대응하기가 어려우니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위계적 구조의 운영 위원회가 통용된다. 그 결과 말은 협동조합이지만 왠만한 대기업보다 더 수직적 의사결정 구조를 가지게 되는 곳도 허다하다.
8. 다시 돌아가서, 그렇다면 왜 협동조합을 해야만 하는 것인가?
내가 현장에서 느낀 결론은 (1)사회에 좋은 기여를 하고 싶다는 공명감 (2)협동조합이라는 이름으로 받게 되는 정부지원금과 혜택, 이 두 가지가 핵심이다.
8-1. 이 중 1번은 협동조합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사회적 기업이 선한 조직이면 일반 영리기업은 다 악독한가? 그렇지 않다. 오늘날 social impact가 없는 기업은 고객들이 외면한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사회공헌을 가장 많이 하는 기업이 삼성전자다. 되도 않는 사업모델로 세금 낭비하는 사경조직보다 삼성이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더 크다. CSV도 좋지만 일단은 지속 가능성이 있어야 사회에 기여를 하던지 한다. 영리기업으로도 사회에 선한 영향력은 얼마든지 미칠 수 있다. 인증이나 이런게 본질이 아니다.
8-2. 일반 정부지원금에 비해 사회적 경제조직은 경쟁률도 낮고 완성도가 낮아도 선정되기 쉽다. 지원사업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컨설팅하고 있는 사업도 예비 창업 단계에서 사업계획서만으로 5,000만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정책기관의 문제를 빼놓을 수 없겠다.
9. 협동조합 같은 사회적 경제조직을 '만드는 것'과 '지속가능하게 자생하는 것'중 무엇이 더 중요한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현장에서 느끼기엔 너무 낭비적인 예산이 많다.
추정해보건데 정책기관에서는 등록조합의 숫자, 지원금 총액, 교육 수료생 등의 숫자를 KPI로 하지 않나 생각되는데 이를 전향적으로 바꾸어서 생존율, 매출액, 고용지표, 플러스 사회적가치를 중심으로 재편해야 보다 효과적인 생태계가 구성되지 않을까.
결론은,
- 협동조합은 그 좋은 가치를 지속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영리기업보다 더 뛰어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어야 한다.
- 거버넌스에 초점이 맞춰진 협동조합 모델(inward)을 고객관점으로(outward) 바꾸어야 생존할 수 있다.
- 협동조합의 형태가 비즈니스 모델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형태가 아니라면 굳이 고집할 필요는 없다. 최대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모습으로 하는 것이 생존에도 유리하다.
- 정책은 이들의 숫자가 아니라 이들이 만들어낸 가치에 초첨을 맞추어야 한다. 그러려면 온실을 걷어내야 한다.
글 / 최효석 코치 (서울비즈니스스쿨 대표)
- 비즈니스 코치이며 기업교육회사인 서울비즈니스스쿨의 대표입니다.
- 주요 코칭 영역은 Co-Active Coaching, Entrepreneurial Leadership Coaching, Organization Development Coaching이며,
- 주요 강의 영역은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 경영전략(Business Strategy), 강의교수법(Teaching Methodology), 전략기획(Strategic Planning)입니다.
- 그 외 다수의 기업을 대상으로 임원코칭, 멘토링, 자문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습니다.
- 교육기업을 운영하면서 <마케팅 스터디>, <경영전략 스터디>, <브랜드 스터디>, <경영사례분석 스터디>, <비즈니스 북클럽>, <스마트물류 아카데미>등 다양한 학습 조직(Learning Community)를 성공적으로 운영한 풍부한 경험이 있으며,
- 세계 최고의 코칭 교육인 코액티브 코칭 과정을 수료하고, <AAA 코칭 워크샵>, <화코칭>, <교육사업전략특강>, <퍼스널브랜딩전략>, <시스템 경영> 등의 과정 운영 경험을 통해 개인과 조직의 성장을 돕는 일을 메인 비즈니스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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