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사랑만 생각하세요 ㅊ

ㅊ. 차분함에 대하여

by 클레멘타인

ㅊ. 차분함에 대하여



나는 언제나 급한 사람.

만든 자리에 서서 밥을 먹기도 하고 먹는 속도도 빨랐다. 지금이 아니면 죽을 것 같았고 지금이 지나가면 허탈했다. 매 순간 욕망을 채우기에 급급하며 살아왔다. 그렇게 자극과 반응 사이에 생각이라는 간격이 없어 마치 누르는 대로 뱉어내는 음료 자판기처럼 살았다.



욕망이라는 괴물은 급속 충전되는 만큼 소진되는 시간도 빠르다.


연애하는 동안 작은 감정의 물결에도 이리저리 휘둘릴 때가 많았다. 마음이 빨리 닳아서 변덕이 심한 사람으로 비치는 경우가 많았고 나 역시 스스로 그런 인간이라 단정하며 살았다.

화가 나면 바로 감정 처리를 해야 했고 감정이 풀어질 때까지 계속 이야기해야 했다. 그냥 그게 옳다고 생각했다. 나쁜 감정이든 좋은 감정이든 오래 끌고 가는 게 무슨 소용이냐고 생각했으니까.





스스로에게 마이너스 점수를 주는 사람. 사람들의 평가가 두려운 사람. 세상은 빠르게 바뀌는 데 혼자만 흙더미에 깔린 화석 같은 사람. 지구본에 앉아 있는 것 처럼 주위는 빙글빙글 도는 데 내릴 수 없다. 쏟아지는 정보들에 휘둘리고 휘둘리다 너덜너덜해져 갔다. 홧김에 얇은 실이 툭 하고 끊어져 버릴 때면 펑. 언제나 잠재적 지뢰로 살아가고 있는 나.

숨어있는 폭발. 이 슬픔, 외로움.




시작과 끝 사이에는 과정'이라는 터널이 있다. 나는 그 터널이 싫었다. 터널이 길어질수록 어디로 이어질지 모르니까. 터널에선 누구나 철저히 혼자가 된다. 늘 조급하게 빠져나왔고, 그 때문에 멀리 가지 못했다. 제 자리를 맴도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아직도 나는 나에 대해 잘 모르겠다. 뭘 잘하고 뭘 좋아하는지. 주위를 보면 젊고 매력적인 사람들이 제 나름대로 잘 살아가고 있는 게 보인다. 그럴 때마다 밀려드는 상대적 박탈감. 그러나 차분하게 생각해보면 난 그들이 했던 노력의 1000분의 1도 하지 않고 내 삶을 비교하고 있었다. 도둑놈 심보 같으니라고. 어차피 처음부터 그들과 나는 살아온 생이 다르기에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나는 다만 어제의 나와 비교할 수 있다.


지금 나는 또다시 터널 안에 있다.

누구나 자신에 대해 천천히 알아봐야 하는 시간이 온다. 이 시기를 대충 넘어가면 계속 같은 질문에 시달리게 되겠지. 좌절하고 포기하면 모든 걸 잃고 나는 또 다시 익숙한 처음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동안 좀 더 진지하게 생각했어야 했다. 마음이 복잡해지는 일이나 어려운 일에 부딪혔을 때 차분함은 우리를 버틸 수 있게 해준다. 그렇게 시간이 덮어 주는 일들이 있다. 나는 지금 시간을 천천히 걷는 방법을 배우는 중이다.


@클레멘타인


ㄱ. 감각에 대하여

ㄴ. 나약함에 대하여

ㄷ. 다정함에 대하여

ㄹ. 리을에 대하여

ㅁ. 모멸감에 대하여

ㅂ. 불안에 대하여

ㅅ. 사랑에 대하여

ㅇ. 이해에 대하여

ㅈ. 자존감에 대하여

ㅊ. 차분함에 대하여

ㅋ. 크기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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