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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종현 Mar 23. 2017

개인과 조직 : III. 임원의 자격

경영의 책임자인 임원과 대표이사의 자격

‘개인과 조직’ 세 번째 이야기는 경영의 책임을 맡고 있는 ‘임원과 대표이사의 자격’이다. 조직의 운영과 경영의 책임을 지고 있는 임원이나 대표이사는 어떤 역할이고 어떤 자격이 필요한지 정리해 본다.


직장인으로서 본인이 다니는 회사에서 성장의 목표를 잡는다면 그 최고치는 임원이 되는 것이거나 더 나아가 대표이사가 되는 것일 것이다. 삼성과 같은 대기업에선 임원이 된다는 것은 마치 별을 따는 것과 같아서 출신성분이 바뀐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임원 전과 후를 비교하면 급여와 대우가 파격적으로 달라지기 때문일 것이다. 임원이 되면 많은 혜택과 돈을 받는 만큼 회사에 더 많은 충성도 요구된다. 대기업 임원이 된 후 주말도 없이 한 번도 집에 일찍 가본 적이 없고 휴가 한번 써보지 못하고 매일 6시 30까지 출근하는 슈퍼맨이 되어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사실 대기업 임원은 소위 임시직원으로 임기는 기본적으로 1년이다. 실적이 좋지 않다면 1년 만에 짐을 싸서 나와야 하는 계약직 신분이다. 임원이 되지 못하고 ‘만년 부장'만 하다가 후배에 치여서 회사를 그만두기 전에 한번 목숨 걸고 해볼 만한 자리일지도 모르지만 아인스파트너가 2010년에 조사한 ‘국내 100대 기업 퇴직임원 현황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체 임원의 30% 이상이 임원 승진 뒤 3년을 못 버틴다고 한다.


개인적인 이야기 하나 해보면, 과거 대기업에 다녔을 때 내가 임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신입 사원부터 5년 정도 직장 생활을 한 어느 순간 라인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출세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느 줄을 서야 하는지 보이기 시작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 보인만큼 할 자신도 없었다고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하지만 더 웃지 못할 사실은 본사 핵심부서에서 근무하지 못하는 훨씬 많은 직원들이 이런 사실을 인지하지도 못하고 그냥 본인의 일만 열심히 할 뿐이라는 사실이었다. 지금도 에이전시 업계에서도 많은 인력들이 대기업 인하우스 에이전시로 옮기지만 경력직으로 대기업에 이직을 하여 임원으로 승진하는 것은 그 기업의 신입 공채로 입사한 사람들과도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것이므로 당연히 더 어려운 것일 수밖에 없다. 특히 45세가 대기업에서 정년이 될 수밖에 없다는 공공연한 이야기도 슬픈 현실이다. 대기업에 다니는 많은 고급 인력들이 아파트 하나 마련하고 자녀 교육에 올인한 후 결국 회사를 45세 전 후 나이에 나와서 F&B (food and beverage) 프랜차이즈나 알아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한국 사회의 커다란 손실이며 동시에 심각한 문제점이다.   

  

중소기업이라면 조금 상황은 달라진다. 특히 대부분의 에이전시들은 중소기업 규모에 일반직군보다는 전문직군에 가까워서 점점 선진국과 같이 평균 연령이 고령화로 변화하고 있는 중이다. 미국, 유럽, 일본을 보면 카피라이터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프로그래머로서 본인의 전문영역에 종사하는 은발의 나이가 많은 전문가들을 많이 보아오지 않았는가? 다시 본론으로 들어와서 대기업과는 상황이 다르겠지만 역시 중소기업인 에이전시 임원의 자리는 분명히 권한과 책임이 많은 자리 임에는 틀림없다. 에이전시 경영의 책임자인 임원과 대표이사(여기서는 오너 경영인이 아닌 전문 경영인으로 한정한다)의 자격은 무엇이 필요한 것일까?



첫째. 문제에 대한 전달자가 아닌 해결사가 되어야 한다.


조직, 영업, 마케팅, 프로젝트 등 어디에도 문제는 존재한다. 문제를 정확히 전달하는 것만이 임원의 역할이 아니다. 그 문제를 해결하는 설루션(solution)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해결할 수 없는 이유 열 가지를 찾는 것이 아니라 해결할 수 있는 한 가지를 실행해야 한다. 문제는 해결하라고 있는 법이다. 설루션은 반복적인 회의나 데스크(desk)에서 나오지 않는다. 답은 현장에 있다. 지속적으로 소비자를 관찰하고 정보를 수집하고 고객사와 협력사, 심지어 경쟁사의 이야기를 항상 수시로 직접 찾아가 듣는데서 출발한다. 임원에게 지원이 되는 차량이 출퇴근용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부하직원의 이야기만 전해 들으며 데스크만 지키고 있다면 본인만 바보가 될 뿐이다.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이미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문제를 해결하는 힘은 새로운 정보를 얻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것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데서 온다"라고 하였다. 이렇게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을 프로세스라고 볼 수 있다. 바로 문제 해결을 임원 개인역량을 넘어 조직역량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바로 조직역량이다. 이 조직역량을 계속 키워나가는 것도 임원의 중요한 역할이다.



둘째. 말에 대한 책임은 숫자로 증명해야 한다.


임원이 팀을 맡고 있던 사업을 맡고 있던 계획을 세워 말한 것에 대한 책임은 항상 숫자, 즉 실적으로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계획만 거창하고 실적을 만들지 못한다면 임원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다. 항상 실적에 대한 결과는 숫자로 나와야 한다. 정성적인 결과도 중요하지만 정량적인 결과로 나와야 의미가 있다. 실적은 평가 가능하도록 측정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정량적인 계획대로 나온 성과는 결국 조직의 비전과 연결된다. 임원이라면 맡고 있는 팀과 사업에 비전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러지 못하고 있다면 임원의 타이틀만 가진 회사의 잉여인력일 뿐이다. 단지 회사에 오래 다녔다고 임원이 먼저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급여나 인센티브를 더 많이 가져간다면 누가 동의를 할 것인가?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있는 것이다. 임원이 잉여인력이 된다는 것은 회사나 개인으로서도 손해이다. 하지만 왜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유는 분명하다. ‘열심히 했다’는 기본인 것이고 ‘성과를 냈다’가 중요한 것이다.



셋째. 사내 정치가 아닌 경쟁을 즐겨야 한다.


사내 정치에만 몰입하는 임원치고 진짜 실력 있는 임원은 없다. 실력이 없으니 정치만 하려고 하고 유능한 부하직원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 줄을 세우기만 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본인을 포함한 팀 핵심 멤버들을 이끌고 다른 회사로 단체로 이직까지 한다. 당장은 이직한 회사와 협상을 잘하고 가서 실적을 낼지 모르겠지만 업계는 생각만큼 그리 크지 않고 소문도 빠르다. 그리고 결국 본인도 같은 독배를 마시게 된다. 그렇게 받아준 회사가 그 임원과 한 몸인 팀을 언제까지 또 어디까지 신뢰를 줄 수 있을지는 뻔한 이치인 것이다. 배신은 절대 한 번만 일어나지 않는다. 창업을 한다고 해도 마인드가 변하지 않으니 똑같은 배신을 내부에서 당할 것이다. 임원이라면 사내 정치가 아닌 경쟁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본인이 맡고 있는 팀이나 사업의 일차 경쟁상대는 회사 내부이다. 긍정적인 자극을 받기도 하고 때론 주기도 하면서 어느 해에 실적이 못 미쳤다면 다음 해엔 오기와 끈기로 더 나은 실적이 나오게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임원 아래에서 유능한 직원들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진다. 긍정적인 자극을 통한 경쟁은 결국 그 팀과 사업에 실적으로 돌아오게 되어 있다. 그것이 바로 회사의 경쟁력과 성장을 만드는 연료가 되는 것이다.



넷째. 언젠가는 홀로서기, 정글에서 살아남을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


임원이 되었다고 관리만 주력을 하고 전문성을 소홀히 한다면 언젠가는 문제가 된다. 회사의 백그라운드가 없어도 본인이 실력 발휘를 할 수 있는 것인가를 냉정히 봐야 하는 것이다. 대기업 대리나 과장급 정도의 실무급 사원으로 있다가 창업을 해서 성공한 CEO 이야기는 많지만 임원으로 있다가 회사를 나와 창업에 성공한 사람들을 주변에서 볼 수가 없다. 왜 그런 것일까? 대기업에서 임원으로서 아무리 큰 사업을 관할하고 실적을 내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대기업이라는 백그라운드에서의 실적일 뿐이고 거대한 식물원에서 자란 열대나무였을 뿐이다. 중소기업도 마찬가지이다. 회사의 백그라운드 없이 계급장 때고 정글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 그것은 바로 본업에서 발휘할 수 있는 전문성이다. 너무 제너럴 한 관리업무만 하다가는 본인의 경쟁력은 제로가 되어간다. 전문성을 유지하고 더 키우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다시 학교로 가서 새로운 것을 공부하고 네트워크를 넓혀야 할지 모른다. 직장인을 위한 특수대학원, AMP과정이 아니더라도 온라인 강의도 많고 읽을만한 도서는 넘쳐난다. 아모레퍼시픽의 서경배 회장은 책에서 답을 찾는다고 한다. 그는 “책 속에는 기업경영뿐 아니라 인생 철학 등 모든 답이 들어 있고 중국 사업이 잘 풀리지 않을 때도 그는 중국 역사책을 읽으며 전략을 짰다.” 고 한다. 세상은 너무 빨리 변화해 가는데 그만큼 가지고 있던 전문적 지식도 점점 더 빨리 사라져 가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발란스를 맞출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자기계발서는 그만 읽도록 하자. 당신이 임원이라면 후배들을 위해 자기계발서를 써야 할 나이다.


임원이라면 언젠가는 홀로서기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특히 에이전시의 창업 시기 때부터 같이 한 임원이라면 본인이 가지고 있던 전문성이 고갈되었을 수 있다. 하지만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 임원이라면 어느 새로운 사업이라도 맡을 수 있어야 한다. 전문성이라는 것이 절대 본인이 잘할 수 있는 일만 잘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노하우의 독점도 아니다. 노하우의 독점은 점점 더 본인만 고립될 뿐이다. 또한 전문성은 분야가 바뀔 수도 있고 확장될 수도 있다. 어느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고 추가해야 할지는 이미 스스로 잘 알고 있다. 본인의 전문성이 탄탄할수록 계속 새로운 사업에도 실력을 더욱 발휘할 수 있는 것임을 잊지 말자.





참고 및 인용

대기업 임원 되면 필요 없어지는 3가지는?

당신도 회사 내 잉여가 될 수 있다

'서경배 님'의 미(美) 완성 20년


목 차

개인과 조직 : 작지만 강한 기업 만들기 네 번째 주제

I.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신입사원의 자세

II. 회사의 핵심적인 인재인 팀 리더의 조건

III. 경영의 책임자인 임원과 대표이사의 자격

IV. 창업자이며 회사의 일인자인 사장의 무게

V. 조직에서 더 나은 발전을 위한 성공 습관

VI. 기회를 만드는 비즈니스 네트워킹

VII. 직장 업무의 완성인 보고의 기술

VIII. 조직문화에 대한 여러 단상

IX. 목적과 목표의 재조명

X. 위기에 따른 대처와 그에 따른 책임






'작지만 강한 기업 만들기'는 디지털 에이전시인 디지털다임의  뉴스레터에 연재하고 있는 내용을 브런치에 맞게 재편집한 내용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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