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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종현 Jul 29. 2017

개인과 조직 : VII. 보고의 기술

직장 업무의 완성인 보고의 기술


나는 다른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
나 자신과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는 데 전체 준비시간의 1/3을 보내고, 상대방과 상대가 말하려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는 데 나머지 2/3를 보낸다.

_ 에이브러햄 링컨



보고를 받는 사람에 대한 이해

보고를 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보고를 받는 상대방 입장에서 모든 것을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다. 보고를 받는 상대방을 '상사'라고 칭하자. 상사는 하루에도 너무 많은 보고를 받기 때문에 당신이 만든 보고서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한다. 인지한다고 하더라도 보고서를 꼼꼼히 볼 시간이 부족하다. 시간이 있더라도 보고서에 있는 데이터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다. 파악을 한다고 해도 올바른 결정을 못할 수 있다. 상사는 당신만큼 그 보고를 위해서 생각하고 고민하고 수정하고 검토하는 시간을 갖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보고를 할 때는 ‘적절한 타이밍에, 쉽고, 간단하고, 짧게 한 문장으로 그리고 판단과 결정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보고는 ‘소통’이고 상호 ‘인터렉션’이어야 한다.


'본인이 얘기하고 싶은 내용을 보고 하는 것이 아니라 상사가 알고 싶어 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주로 실적에 대한 보고나 발표를 하게 되면 장황하게 무엇 무엇을 했다에 집중을 하는데 상사는 어떻게 해서 어떤 결과가 나왔고 문제는 뭐고 향후 어떻게 할 것이냐? 일 것이다. 특히 숫자가 많이 들어간 액셀 데이터를 설명할 때 그 작은 글씨로 어디에 적어 놨다고 그 뜻이 모두 전달되는 것이 아니다. 숫자는 보는 방법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고 감추거나 도드라 지게도 할 수 있다. 얼마든지 의도에 따라 다른 결과로 보이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하게 그 의미를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상사 중에 사업부장이나 대표이사와 같은 최고 결정권자에게 보고하는 것이라면 '무엇을 잘하고 있느냐' 보다 '무엇이 문제이고 대책은 무엇이냐'가 더 관심사항일 것이다.


진행을 하다 보면 막히기도 하고 상사의 지시 내용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않은 채 진행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제대로 된 보고를 위해선 지시한 상사에게 자주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 지적을 받아들이고 의견을 제시하면서 보고의 완성도를 높여간다.


형식보다는 쉽고 간단명료하게 전달

현대카드의 정태영 부회장은 사내 PPT(파워포인트) 금지령을 내리고 PPT 대신 모든 보고서를 손으로 적거나 간단한 액셀로 만들라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PPT금지 효과를 6가지로 요약했다. 보고서들이 대부분 한두 장으로 짧아지고 다 흑백이다. 회의 시간이 짧아졌다. 논의가 핵심에 집중한다. ‘다섯 가지 원칙’, ‘세 가지 구성요소’등 PPT 그림을 위해 억지로 만드는 말들이 없어졌다. 연간 5000만 장에 달하던 인쇄용지와 잉크 소모가 대폭 줄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더 지적으로 보인다. 제로 PPT 이후 워드, 액셀, 이메일로 PPT를 대체했고 회사 설문조사에서도 임직원의 만족감도 높였다고 한다. 모두 정태영 부회장과 같은 마인드는 아니고 오히려 형식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형식을 갖추지 않으면 일을 못한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적절한 타이밍에, 쉽고, 간단하고, 짧게 한 문장으로, 그리고 판단과 결정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리먼브라더스를 모델로 주요 투자 은행의 24시간을 무대로 한 영화 ‘마진콜’에 나오는 상사들은 부하직원에게 늘 "쉽게 말하라" 고 한다. 그래프와 숫자를 동원하는 애널리스트에게 "영어로 말하라"라고 하고 심지어 회장님은 "아이에게 설명하듯이 설명해 보라"라고 요구한다.


어려운 데이터를 읽을 줄 몰라서가 아니고 그 많은 데이터를 읽고 파악하고 이해한다면 같은 내용을 만든 사람과 시간을 똑 같이 사용하는 것이므로 매우 비효율적인 것이다. 요약된 짧은 내용으로도 좋은 상사는 파악을 할 수 있고 결론을 내주거나 더 보강해 줄 수 있다. 준비하는 사람도 쉽고 짧게 요약을 할 수 없다면 일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못하는 것이다. 계속 요약하면서 본질에 다가간다. 특히 그런 와중에 보고서에 오자가 생기게 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보고서 내의 단순한 오자는 준비기간 동안의 전체 수준과 신뢰를 급격히 떨어뜨리는 것을 잊지 말자. 문서는 디테일하게 체크해야 한다.


스티브 잡스나 에릭 슈미트의 연설을 들으면 우리가 대부분 알 수 있는 영어 단어를 사용해서 의미를 쉽게 전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실력 없는 사람들이 어려운 용어를 사용해서 이해할 수 있는 극소수에게만 전달할 뿐이다.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것도 쉽게 설명하라고 하는 것도 진정한 프로들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 들이다. 실력이 없으면 어려운 용어를 쓰지 못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쉬운 용어를 쓰지 못한다.


보고는 프리젠테이션과는 구별된다. 그래서 광고주에게 제안 PT를 하듯이 호기심을 유발하게 하다가 빵 터트리는 것이 아니다. 제일 먼저 결론이나 요약부터 나와야 한다. 나머지는 그에 대한 부가적인 설명이고 보고서라면 별첨 자료일 뿐이다. 결론부터 얘기해야 서로 간의 시간 낭비를 없앨 수 있다. 상사는 결론을 듣고 불필요하다 싶은 내용이면 자체 ‘킬(Kill)’하고 곧장 다른 지시를 내릴 수 있다. 이럴 경우 부하는 해당 업무를 그만두고 다른 임무에 집중할 수 있다. 또 상사는 과정보다 결론을 듣기를 원할 것이다. 더 디테일한 설명을 요구할 때 그에 맞는 자료나 의견을 제시하며 설명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인터넷 서핑으로 찾을 수 있는 자료로는 충분하지 않다. 마치 인터넷에서 찾은 자료를 무조건 사실로 받아들이고 그대로 보고해선 안된다. 자료를 잘 찾는 능력이 일을 잘하는 필요조건일 수는 있지만 절대 충분조건이 될 수는 없다. 자료는 조합하고 분석해서 나름의 인사이트를 뽑아낼 수 있어야 하고 특히 객관적 사실과 개인 의견을 명확하게 구분해서 보고 해야 한다. 보고에 문제점만 정리하지 말고 해결에 대해서 당신이 고민한 해결책을 담아서 상사가 판단과 결정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보고의 생명은 타이밍

보고를 할 때는 상황에 맞는 전달 방법을 고르자. 상사가 바쁘면 적절한 보고의 시간을 맞춰야 할 것이다. 정말 급한 일이라면 형식을 갖추기보다는 전화나 문자메시지, 카톡, 구두라도 긴급보고가 필요할 것이다. 지시받은 내용이라면 당연히 궁금해서 물어보기 전에 하는 것이 필요하고 중간중간 간략히 진행상황을 알 수 있게 하는 것도 요령일 것이다. 문제는 일처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거나 손해가 발생할 수도 있는 문제라든지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할 때인데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고 허물이나 과오로 인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 더 큰 문제로 발생하는 것은 최악이며 아마추어나 그렇게 일을 한다.


여러분이 지도자로서 가장 들을 필요가 있는 것이 바로 나쁜 소식이다. 좋은 소식은 내일도 좋은 것이지만 나쁜 소식은 내일이면 더 나빠질 것이다. 바로 이것이 비록 사실이 가슴 아프더라도 언제나 까다로운 질문을 하고 사실을 말하는 것이 안전한 이유다.

- 에릭 슈미트(구글 회장)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몇 가지 우리 측 실수로 인해서 문제가 꼬이면서 일정이 늘어난다고 하자. 문제를 정확하게 오픈하고 현재 대처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도 중간중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문제를 큰 목소리로 오픈하지 않으면 모두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넘어갈 것이고 관심을 갖지 않게 된다. 문제는 담당자 차원에서 팀장 차원에서 임원 차원에서 대표이사 차원에서 대처하는 것은 매우 다를 수 있다. 즉 직급이 높을수록 회사의 자원을 최대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더 큰 문제로 발전하기 전에 상황을 유리하게 전환시킬 수 있다. 오히려 이런 문제를 혼이 날까 봐, 무능력해 보일까 봐 또는 자존심 문제로 스스로 판단하고 어떻게 되겠지 하면서 안이하게 대처했다가는 오히려 회사에 막심한 손해를 입히게 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계약을 기반으로 하는 프로젝트나 사업일 경우, 계약서는 작은 글자도 꼼꼼히 봐야 한다. 그것이 가격보다 더 중요한 것이다. 계약대로 이행이 안될 경우의 리스크는 전체 금액보다 몇 배 더 클 수 도 있다. 그래서 보고의 타이밍이 중요한 것이다.


특히 미수금이 발생하는 것을 상대방 고객의 얘기만 믿고 직접 확인하지 않은 채 전달만 하다가는 본인의 조직뿐만 아니고 회사를 캐시플로우에 위험한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모든 문제는 사전에 많은 시그널이 존재한다. 일을 잘 한다는 것은 사람 관계만 좋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고객사가 망하거나 지불 불가 선언을 해버리면 단순히 그 금액의 피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5억의 프로젝트 비용을 못 받았다고 하자. 그러면 평균 수익률이 10%라면 50억 매출, 5%라면 100억 매출, 1%라면 500억의 매출에 대한 수익이 날아가는 것이다. 나가야 할 매체나 외주비용은 물론 그 기간 동안의 기회비용까지 따진다고 하면 그 두배가 넘을 수 있다. 또 이후에 채권을 받기 위한 노력은 어떻게 따질 것인가? 예전 IMF 금융위기 시절에 많은 큰 기업들이 넘어졌고 당시 광고대행사 AE들의 업무는 하루 종일 그 회사에 가서 채권 추심에 관련된 업무였던 시절이 바로 20년 전 일이다.


보고는 결국 나의 발전을 위한 일

보고의 목적과 의미를 잘 생각해 보자. 보고를 위해 관련된 업무를 추진하고 자료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현재의 문제점과 위험 요소를 발견하게 된다. 경험과 노하우를 갖춘 상사에게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깨닫게 되고 실질적인 해결책도 얻을 수 있다. 바로 이런 과정을 통해 업무의 퀄리티가 높아지고 자신의 발전을 이루게 된다. 상사를 위한 일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일이기 때문에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요코하마 노부하루는 그의 저서에서 회사에서 실력을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전에 ‘사람’을 얻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사람의 마음을 얻겠다고 결심했다면 가장 가까이에서 당신을 지켜보는 ‘상사’의 마음부터 얻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당신을 평가하는 것은 당신의 실적보다도, 상사가 먼저다. 당신이 아무리 뛰어난 업적을 거뒀다 하더라도 우선은 상사의 평가를 거친 후 회사에 보고되기 때문이다.


직장 내 업무의 완성은 보고에 있다. 상사에게 인정받고 상사의 마음을 얻으려면 보고의 기술을 항상 명심하자. 보고를 잘할 수 있어야지 부하에게 지시도 잘할 수 있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보고의 기술은 따로 있다.




참고 및 인용

여준영 페이스북

현대글로비스 블로그 : [직장인 공감] 스트레스에서 필살기로, 보고의 기술

신대리의 비즈니스 정글 생존기 - 보고의 기술 : 서두에 꺼낼 말은 실은 결론이다.

실력으로 승부하는 당신이 놓치고 있는 것들, 요코하마 노부하루 지음, 위즈덤하우스, 2014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 에릭 슈미트 지음, 김영사, 2014 

고수의 보고법, 박종필 지음, 옥당, 2015

보고를 잘 하기 위한 방법 - 강석태


목 차

개인과 조직 : 작지만 강한 기업 만들기 네 번째 주제

I.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신입사원의 자세

II. 회사의 핵심적인 인재인 팀 리더의 조건

III. 경영의 책임자인 임원과 대표이사의 자격

IV. 창업자이며 회사의 일인자인 사장의 무게

V. 조직에서 더 나은 발전을 위한 성공 습관

VI. 기회를 만드는 비즈니스 네트워킹

VII. 직장 업무의 완성인 보고의 기술

VIII. 조직문화에 대한 여러 단상

IX. 목적과 목표의 재조명 

X. 위기에 따른 대처와 그에 따른 책임





'작지만 강한 기업 만들기'는 디지털 에이전시인 디지털다임의  뉴스레터에 연재하고 있는 내용을 브런치에 맞게 재편집한 내용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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