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방 늙은이로 남을 수는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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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교수되기-탈출의 서막 https://brunch.co.kr/@cnam/42/
미국 교수되기-탈출기의 시작 https://brunch.co.kr/@cnam/46
미국 교수되기-첫 전화 인터뷰 https://brunch.co.kr/@cnam/47
미국 교수되기-전화 인터뷰 https://brunch.co.kr/@cnam/48
미국 교수되기-첫 초대 https://brunch.co.kr/@cnam/49
미국 교수되기-온캠퍼스 https://brunch.co.kr/@cnam/51
미국 교수되기-기다림 https://brunch.co.kr/@cnam/52
미국 교수되기-오퍼 https://brunch.co.kr/@cnam/53
미국 교수되기-엔딩 https://brunch.co.kr/@cnam/56
에필로그 : 대학 교수의 길
질문 받습니다 : https://brunch.co.kr/@cnam/80
(상단 이미지 출처 : hojae.net)
오랜만에 포닥 관련 글을 이어갑니다.
지난 글 까지는 포닥을 준비하고 오퍼를 받을 때 까지 어떻게 준비하고 대처해나가야하는지에 대한 저의 경험을 나눴습니다. 사실 바쁜 와중에 글 빚을 지는 것이 (물론 아무도 요청한 적이 없는 글들 이었기에 저 스스로에게 진 빚입니다만...) 마음 한 켠에 짐으로 남아있게 되는지라 당분간 글을 쓰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잠시 글 광고를 하자면 지난 연재의 시작은 다음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글을 보시면 연재 글들의 링크가 다 있으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참고하세요. (포닥으로 살아가기-프롤로그)
그런데 글을 계속 써나가야만 하는 이유가 생겼습니다.
본디 저는 자아성찰을 잘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초중고 시절 항상 성적으로 탑클래스는 못되고 중상위권의 위쪽 언저리를 배회하던 실력이었고 뛰어난 두뇌를 가진 아이들을 보면 (매년 같은 반엔 쉬는 시간마다 수2 정석 응용문제를 술술 해설해주던 실력자들이 한 명 씩은 있었죠) 전혀 경쟁심 느끼지 않고 되려 경외심을 느끼며 let them go 했던 평범한 아이였습니다. 그러다 고등학교 2학년이 끝나가던 어느 날, 화장실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보고 문득 못생김을 느꼈습니다내가오징어였다니!!. 제가 해야할 것은 공부 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백 번 잘한 일입니다.
이렇게 냉철하던 자아비판이 무뎌지는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물론 살아오면서 객관성을 잃었던오징어의정체성을잊었던 순간들이 종종 있었지만 인생에 크게 영향을 준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공부하는 과정에서 잠시 나태해졌다가 다시 정신이 돌아오는오징어의정체성을되찾은 일들은 인생의 진로에 큰 영향을 미칠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다 작년 봄 박사학위 디펜스를 마치고 몸과 마음의 오랜 고생 끝에 이 포닥 자리를 구하게 되었는데 마음고생이 심해서였는지 아니면 명성 있는 곳에 자리를 잡게되어서였는지 나름 큰 성취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독이 되어 버렸습니다. 나태함이 길어지게 된 것이지요. 근성이 사라졌습니다. 박사과정때는 며칠 밤을 새서라도 해야할 일은 쌓아두지 않고 끝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무리하지 말아야하는 핑계가 너무 많아져버렸습니다. 밤을 새면 다음날 출근을 못하니 적당히 하고 자야한다, 아이의 정서적 발달을 위해 퇴근 후와 주말엔 아들하고 노는 시간을 가져야한다, 아내의 자유시간 보장을 위해 집안일을 도와야한다 등등.. 그래서 예전같이 악착같이 연구를 하는 시간들이 줄고 집중력이 떨어졌습니다. 사실 기저에는 그 큰 성취감으로 인해, '그 동안 고생했고 큰 성과를 얻었으니 난 이만큼만 해도 충분해'라는 말도 안되는 생각이 깔려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매번 보스가 시키는 일들이 제 우선순위 리스트의 최상위에 올라가다보니 제 진로를 위해 해야할 일들은 계속 후순위로 밀려버리고 말았습니다. 시킨 일은 그래도 빠릿하게 해가다보니 일은 계속 끝임없이 밀려오는 반면, 포닥생활을 빨리 끝내기 위해 준비해야할 일들은 손도 못대고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보스가 시키는 일이 논문과 직결되는 일이라면 그 역시 진로를 위한 일이겠지만 대부분의 업무는 제안서에 관련된 것들이라 크게 영양가가 없었습니다. 포닥이 저 말고 한 명이라도 더 있었으면 상황이 좀 나았을 텐데 모든 잡무가 다 저에게 날아오다보니 그 일들 처리하는 데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써버렸습니다.
박사과정 때 연구한 것들을 정리해서 저널에 내기로 했는데, 퇴고 한두번만 더 하면 되는데 그것도 아직 하드디스크에 방치되어 있고 research statement, teaching statement, job talk 등등도 미뤄만 두고 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7월이 된 것을 깨달았고 가을이 시작하기 전까지는 이것들을 준비해둬야만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포닥을 1년 더 하고 싶지 않다면요. (제가 포닥을 하고 싶은 만큼 여기 남아있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사실도 나태함에 한 몫했습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요는, 그래서 다시 새로운 연재를 시작하겠다는 것 입니다. 지난 연재는 포닥을 준비하는 그 모든 과정이 끝난 시점에서 과거를 돌아보며 정리하고 새로 시작하는 분들께 경험을 공유하며 팁을 드리는 목적이었던 반면, 이번 연재는 현재진행형의 이야기들을 적게 될 것 입니다. 주로 미국에서 교수직을 잡기 위한 지원과정에 대해서 글을 쓰게 될 것 입니다포닥(노비)탈출기. 글을 쓰면서 스스로 정리해나가는 기회도 얻을 것이고, 이 연재를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를 불특정 다수의 독자들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 계속해서 제 자신을 채찍질 할 수도 있을 것이구요. 나이를 먹고 결혼도 하고 이제 외모는 포기해버린 30대 아저씨가 되고 나니 못생김은 더 이상 새로운 자극제가 되지 못하네요오징어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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