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스틱 Oct 11. 2021

억지로 산다. 날아가는 마음을 억지로 당겨와......

#눈꺼풀이 무거운 날 #인생의 바닥 #상처 #아픔 #나의 아저씨

억지로 산다. 날아가는 마음을 억지로 당겨와, 억지로 산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 동훈의 대사 중에서)

아내가 직장상사와 불륜을 저지른 사실을 알아버린 동훈(이선균)이 지하철 역사에서 내뱉은 대사가 정말 공감이 되었다. 삶이 얼마나 바닥이고, 절망적이고, 지옥이면 그런 말을 했을까? 천근만근인 몸, 아니 천근만근의 마음을 끌고 아무 일 없이 태연하게 일상생활을 해야만 하는 그에게 삶은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 동훈처럼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배신했거나 원하지 않은 삶을 살아야 하거나 아니면 삶의 희망이 갑자기 사라졌을 때 우리들은 간혹 살아가야 할 이유를 잃고 절망에 빠지기도 한다.

 



나도 요즘 억지로 산다. 날아가는 마음 잡아당겨서 억지로 살고 있다. 아마 원하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열심히 살아왔는데 딱히 이뤄놓은 것 없고, 늘 주어진 시간에 충실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왔는데 젊었을 때 질풍노도의 시기처럼 갑자기 인생이 참 부질없고, 덧없이 느껴지고, 우울하고 무기력해지기까지 한다.


뭘 해도 재미가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다. 눈꺼풀 조차도 무거운 날이 있다. 아마 오십 대 갱년기가 나도 모르게 온 것은 아닐까? 여태껏 문제없이 잘 살아왔는데 어느 순간 삶의 기로에서 서서 방향을 전혀 찾지 못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완벽주의와 모범답안처럼 사는 것은 어쩌면 너와 어울리지 않아', '이제는 약간 흐트러지고, 틈도 만들어야 해', '그냥 뻔뻔하게 살아도 돼. 그렇게 사는 거야'라는 말조차도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다. 이런 날은 만사 제쳐두고 최소한의 움직임과 에너지만 쓰면서 세상 가장 편한 자세로 누워 있고 싶다.


밤새도록 잠을 설치다 겨우 선잠이 들면 현실의 내 심리를 반영하듯이 꿈마저도 요란하다. 알람 소리에 맞춰 억지로 눈을 뜨면 영화 <바닐라 스카이>처럼 무거운 하루가 무한하게 재생된다. 일해도, 쉬어도 맘이 편치 않은 것은 아마 생각의 늪에 빠진 것임에 틀림이 없다. 수학 공식처럼 정답이 있으면 좋겠지만 인생의 문제는 답이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그냥 시간이 약이다는 속담처럼 마냥 기다리는 수밖에는 없다. 



삶의 여유와 느림의 미학이 필요하다


아프고, 상처받고, 넘어지고, 힘들고, 무기력하고, 우울한 것은 어쩌면 내가 열심히 살고 있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열심히 했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지친 몸을 쉬게 하고,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그런 곳이 있으면 좋겠다. 자본주의가 발달하기 전 농경시대에는 가족끼리 많은 시간을 보냈다. 벼농사의 특성상 바쁜 농번기가 지나 농한기가 오면 일손을 멈추고 지친 심신을 휴식으로 달랬다. 농경사회에서는 농사를 할 때만 일을 하면 되는데 요즘은 생게를 위해 끊임없이 일에 파묻혀 지내야 한다. 예전과 같은 삶의 여유와 느림의 미학이 사라졌다. 



사랑의 영혼은 행동에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일을 하는 이유는 바로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서다. 혼자인 사람도 마찬가지로 미래의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을 위해서 일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랑의 영혼은 행동에 있다'라고 한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말이다. 그래서 우리들은 피곤하고, 힘들어도 일터로 나가게 된다. 퇴근 길이 출근길보다 행복한 것은 사랑하는 가족들을 보러 가기 때문이다. 지친 심신을 쉬게 하고, 잠시 내려놓을 곳이기 때문이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찰리 채플린은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라고 말했다. 이보다 더 삶을 잘 표현한 말은 없는 것 같다. 당장은 비극처럼 보일지 몰라도 가까운 미래에서 보면 희극일 수도 있는 것이 인생이다. 로또에 당첨된 사람이 얼마 지나지 않아 부랑자가 되거나, 어릴 때 지독한 가난을 경험한 아이가 시련을 극복하고 훗날 성공을 거둘 때 인생의 희극과 비극은 교차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픔과 상처, 절망과 시련은 훗날 삶의 희극을 맞이하기 위한 성장과 깨달음의 씨앗이 아닐까?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과 상처를 통해 그 존재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고, 아프고 수술을 받아야 건강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듯이 우리가 겪는 수많은 아픔과 상처들은 어쩌면 내 삶의 성장과 깨달음을 위한 자양분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당시에는 그것을 알 수 없다. 아프고 힘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이유


오토 다카시가 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이유》라는 책을 보면 누구나 살아가면서 절망하는 순간이 있다고 말한다. 절망의 크기는 누구나 다르지만 절망과 마주하면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를 조언해주고 있다. 이 책에는 죽음을 떠올릴 정도로 위기를 맞은 사람들이 어떻게 그 위기를 극복했는지를 보여준다. 


세계적인 사회철학자 호퍼는 일곱 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동시에 시력을 잃었다. 15살에 시력을 되찾는 기적을 얻었지만 아버지를 잃고 말았다. 그의 나이 20살 때 부모 없이 노동자로 살아가는 자신의 삶에 회의를 느끼고 자살을 결심하고, 인적이 드문 장소를 찾아가 수산염을 마셨다. 백만 개의 바늘이 입안을 찔러대는 고통을 느끼고 그는 수산염을 뱉어냈다. 그때 그는 비로소 '살고 싶다'라고 말했고, 그 후 그는 산다는 것에 대한 기쁨을 삶으로 승화시켜 위대한 사회철학자가 되었다. 당신의 절망 그다음엔 진정한 삶의 의미가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호퍼처럼 말이다. 



[동훈]
망했어.... 이번 생은.... 어떻게 살아야 될지 모르겠다. 그냥.... 나하나 희생하면 인생 그런대로 흘러가겠다 싶었는데.

[겸덕 스님]
희생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열심히 산 것 같은데 이뤄놓은 것 하나 없고, 행복하지도 않고, 희생했다 치고 싶겠지. 아니 그렇게 포장하고 싶겠지. 지석이(아들)에게 말해봐라. 널 위해서 희생했다고? 욕 나오지. 기분 더럽지. 누가 희생을 원해? 어떤 자식이, 어떤 부모가? 아니 누가 누구한테. 거지 같은 인생들의 자기 합리화. 쩐다 인마.

[동훈]
다들 그렇게들 살아.

[겸덕 스님]
그럼 지석이(아들)에게도 그렇게 살라고 그래. 그 소리에는 눈에 불나지? 지석이에게는 절대 강요하지 않을 인생. 너한테는 왜 강요하냐? 너부터 제발 행복해라. 제발!!! 희생이란 단어는 집어치우고 뻔뻔하게 너만 생각해. 그래도 돼.


동훈의 소울메이트인 겸덕 스님이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을 넋두리하듯 말하는 동훈에게 희생이란 말로 자기 합리화하지 말고, 너부터 행복하라는 따끔한 말로 진심 어린 충고를 해주던 명장면이다. 어떻게 보면 인생이란 자신이 행복해야 타인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가끔 잊고 산다. 그래서 난 요즘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이전보다 노력을 하고 있다. 내가 먹고 싶은 것을 사 먹거나, 내가 가고 싶은 것을 가거나, 내가 쉬고 싶을 때 쉬는 것 등 나를 위한 소소한 이벤트를 자주 한다. 혼자 있을 때만이라도 이기적이고 싶다. 시간이 지나면 이 순간들조차도 아마 삶의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멀리서 보면 희극이기 때문이다.

 


https://brunch.co.kr/@ddc8fafd53894cb/121


https://brunch.co.kr/@ddc8fafd53894cb/136


https://brunch.co.kr/@ddc8fafd53894cb/123


https://brunch.co.kr/@ddc8fafd53894cb/126


https://brunch.co.kr/@ddc8fafd53894cb/122


https://brunch.co.kr/@ddc8fafd53894cb/106


https://brunch.co.kr/@ddc8fafd53894cb/95


https://brunch.co.kr/@ddc8fafd53894cb/91



작가의 이전글 (YJ)퇴직 후의 삶을 생각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