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제언
2017년의 출판시장은 새해 벽두부터 중견 출판 도매업체인 송인서적의 부도 소식으로 시작되었다. 더불어서 독서 인구의 감소, 경제 저성장에 따른 소비심리의 위축, 중고서점의 확장 등의 요인들로 출판산업의 어려움은 가중됐으며, 그 어느 해보다도 씁쓸한 한 해를 보내야만 했다. 하지만 출판 시장에서 약 2.5%~3%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전자출판 시장은 매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7년이 마무리된 시점에서 국내 전자출판 시장의 특징과 변화를 살펴본 뒤, 무술년(戊戌年)인 2018년의 전자출판 시장을 전망하고 조언해 보고자 한다.
(※ 해외 전자출판 시장 현황에 대한 내용은 <2017년 해외 전자출판 시장 분석>편을 읽어보기 바란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주요 기술들이 꾸준하게 회자되었으며, 기술이 산업과 융화되면서 큰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출판 시장도 다양한 신기술과의 결합을 시도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 전자책(eBook)이 있다. 전자책 산업은 IT 기반의 종합적인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기술 흐름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전자책에 대한 고객의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이용 경험도 늘어나고있는 추세이다. 그럼 2017년에 일어났던 국내 전자출판시장의 주요한 동향에 대해서 살펴보자.
첫째, 무섭게 타 들어가는 들판의 불길처럼 웹콘텐츠 시장은 요원지화(燎原之火)의 기세로 확장해 나갔다. 웹콘텐츠는 PC나모바일 등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모든 단말기를 통해 소비되는 콘텐츠를 의미한다. 따라서 글, 그림, 동영상 등 모든 콘텐츠가 웹콘텐츠가 된다. 이는 기존 출판물과는 달리 가벼운 성질을 가지고 있다. 독자는 모바일 중심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짧고, 단순하고, 재미있는 스낵콘텐츠를 선호하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국내 웹툰 매출은 약 7000억 원대, 웹소설 매출은 약 2000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웹콘텐츠 시장이 이미 레드오션으로 변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브릿지(2017.2)>, <톡소다(2017.4)>, <펀치라인(2017.4)>, <저스툰(2017.5)>, <차차코믹스(2017.8)>, <허니문(2017.8)>, <피크닉(2017.9)> 등 많은 신규 플랫폼들이 계속 오픈되고 있다. 매출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16 출판산업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전자책 매출에서 장르문학(판타지, 무협지, 로맨스 등)이 72%를 차지했으며, 그 중에서 웹소설 형태의 매출은 전년 대비 73%나 증가했다.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 글쓰기와 셀프퍼블리싱(self-publishing)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콘텐츠 창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웹의 사용성이 높아지면서 웹 기반에서 간편하게 글을 올릴 수 있는 글쓰기 플랫폼들이 속속 등장했다. 글쓰기 공간(환경)이 늘어나면서 단문의 글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글의 완성도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이제는 누구든지 작가가 되어 콘텐츠를 생성하고 전문 유통 플랫폼을 통해서 콘텐츠 판매까지 가능해지면서 셀프퍼블리싱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높아지고 있다. 2014년도에 다우인큐브에 인수되었던 유페이퍼는 2017년 11월에 기존 솔루션 사업을 재인수하며 셀프퍼블리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교보문고도 그 동안 운영해 오던 퍼플(Pubple) 서비스를 2015년에 종료했다가 2017년 4월에 이퍼플(ePubPle) 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새롭게 전자책 셀프퍼블리싱 서비스를 선보였다. 그 외에도 2017년 10월에는 출판 전문 스타트업인 코끼리코가 그림책 편집 에디터 기능을 가진 ‘작가의 탄생’ 이라는 셀프퍼블리싱 플랫폼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환경을 기반으로 최근에는 온리 전자책(only ebook) 콘텐츠 수량이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큰 매출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지만 독자들에게 읽을만한 콘텐츠 제공의 중요한 채널이 되고 전자출판의 영역을 확장시켜 나가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 셀프퍼블리싱과 관련한 내용은 <셀프퍼블리싱, 비상을 준비하다>편을 읽어보기 바란다.)
셋째, 모든 도서형태(종이책, 전자책)에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는 현행 도서정가제의 3년 유지가 합의되었다. 국내의 도서정가제는 2003년부터 시행되었으며, 2014년에는 모든 도서의 할인율을 정가의 15%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으로 개정되어 3년마다 재검토하는 형태로 유지되어 왔다. 2017년 8월에 출판계와 서점 및 소비자단체가현행 도서정가제도를 앞으로 3년간 더 유지하기로 합의를 하였다. 이슈가 되었던 편법 할인(제휴카드 할인, 무료 배송 등), 전자책 대여서비스 포함 여부, 중고책 유통 규제 등에 대한 사항들은 이해관계자의 자율적 협약으로 남겨놓았다. 다만 도서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구간 도서의 재정가 소요 기간을 현행 60일에서 15~30일로 단축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전히 도서정가제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가격할인 경쟁이 사라지고, 독립서점이 증가되고, 도서의 평균 가격이소폭 감소하기는 했지만 소비자들은 도서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인식이 있어 매출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향후 소비자를 위한 개선책이 필요하며, 콘텐츠에 대한 질적 강화에도 집중해야 제도가 안정화될 것이다.
넷째, 오디오북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이제 모바일을 넘어 인공지능(AI)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모든 주변의 사물들이 더욱 스마트해지면서 이에 맞는 콘텐츠 요구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영미권 지역에서 매년 20% 이상씩 성장하고 있는 오디오북이 국내에서도 큰 관심을 받았다. 팟케스트나 인공지능(AI) 스피커의 성장 속에서 출판 콘텐츠도 오디오북을 통해 새롭게 각광을 받기 시작하고 있다. 아직까지는비싼 제작비용이나 유통채널의 부족 등의 이유로 오디오북이 전자도서관(B2B) 시장 중심으로만 형성되어 있었지만, 채널과 콘텐츠가 확장되고 있는 추세이다. 2017년 1월에는 네이버가 오디오 콘텐츠를 위한 <오디오클립> 플랫폼을 출시했으며, 향후 300억원 규모의 오디오 펀드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창비에서는근거리무선통신(NFC) 기술을 활용한 ‘더책’ 오디오북 서비스를, 커뮤니케이션북스에서는 ‘100인의 배우, 우리 문학을 읽다’등 다양한 음성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2017년 11월에는 엔씨소프트에서 버프(BUFF)라는 웹툰 서비스에 오디오북 ‘귀로받는 버프’를 공개하기도 했다. 버프의 콘텐츠를 전문 성우가 읽어주는 서비스이다.
(※ 국내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 현황은 <국내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분석>편을 읽어보기 바란다.)
(※ 해외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 현황은 <해외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 분석>편을 읽어보기 바란다.)
(※ 오디오북에 대한 내용은 <소리로 읽는 오디오북의 부상>편을 읽어보기 바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 콘텐츠의 원천인 출판 산업을 키우고자 4대 전략과 16개 과제로 구성된 <출판문화산업 진흥 5개년 계획(2017~2021)> 발표와 함께 2018년을 ‘책의 해’로 지정하여 책으로 도약하는 문화강국을 실현해 나갈 계획이다. 2018년의 전자출판 시장은 2017년 보다는 더 나은 분위기 속에서 출발하는 만큼 더 발전된 성과들이 나타나길 희망하며 흐름의 변화에 대한 몇 가지 전망을 해 보고자 한다.
첫째, 웹소설과 웹툰 서비스의 거품이 사라지고 해외 시장으로의 진출과 IP 확장이 활발해질 것이다. 매년 지속적인 성장을 보이고는 있지만 거대 기업들의 치열한 마케팅 속에서 수익성 악화로 인한 서비스 종료 사례들이 늘어날 것이다. 한정적인 작가의 인력풀은 플랫폼에 종속적인 현상을 보이며 제도적인 이슈들이 나타날 것이다. 그러면서 국내의 웹소설과 웹툰 시장은 서서히 안정기에 접어들고 대신 IP를 통한 매출 확장과 함께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이 늘어날것이다. 웹소설은 중국 중심으로 확장이 이뤄질 것이며, 웹툰은 일본과 미국 중심으로 확장되어 나갈 것으로 보여진다.
(※ 웹콘텐츠와 불법복제에 대한 내용은 <불법 복제로 신음하는 웹콘텐츠 시장>편을 읽어보기 바란다.)
둘째, 정액제나 대여제 중심의 다양한 서비스가 나타날 것이다. 도서정가제의 우회 방안이기는 하지만 최근 소비자들의 구매형태 변화에 따라 소비 중심의 서비스들이 많이 시도될 것으로 본다. 대여제의 기간은 짧아지고 정액제는 완전정액제 형태로 근접해 나갈 것으로 예상한다.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출판사들의 D2C(Direct to Consumer) 서비스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전자도서관 시장에서의 비즈니스모델도 소비 중심으로 많은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셀프퍼블리싱 시장의 확장이 시작될 것이다. 네트워크의 발달과 개인화 현상은 소비자가 더 이상 소비로만 그치지 않고 생산자가 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자기 인생의 기록을 위한 현상들이 늘어나고 있다. 전자책의 가장 큰 불만 중 하나였던 읽을만한 콘텐츠의 부재는 이제 셀프퍼블리싱 플랫폼을 통해서 해소되어 나갈것이다. 콘텐츠 자체가 중요한 시대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넷째, 디지털교과서를 포함한 에듀테크 시장이 성장할 것이다. 독서를 하는 이유는 지식의 습득도 있지만 사고의 확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종이책에 담지 못하는 다양한 멀티미디어 정보들을 기반으로 학습한다면 이해력과 자율적 사고능력을 더욱 높여줄 것이다. 이에 대한 시작이 디지털교과서이다. 교육부는 2018년에 약 188억원의 예산으로 21개의 교과서를 디지털로 제작한 뒤 학교에 배포 하는 등 디지털교과서 사업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아직 여러 가지 보완해야 될 요소들이 많은 상황이지만, 국가경쟁력을강화하고 창의적 인재 개발을 위해서는 교육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투자를 계속해야만 한다.
(※ 에듀테크 대한 내용은 <에듀테크로 교육혁명을 이끌다>편을 읽어보기 바란다.)
다섯째, 전자출판의 영역 확장에 따른 디지털콘텐츠의 다양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종이책과 전자책의 연계 뿐만 아니라 전자출판의 개념 확장에 따른 디지털콘텐츠의 포멧은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다. 텍스트 중심이 아닌 영상이나 음원 등의 요소들이 조합된 새로운 디지털콘텐츠가 나타날 것이다. 웹툰에 오디오 서비스를 적용되기도 하고, 영상이 포함된 웹소설이 나타나기도 하고,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의 기술들이 도서 속으로 들어오기도 한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맞게 스마트한 사물인터넷(IoT) 속으로 디지털콘텐츠는 계속해서 확장해 나갈 것이다.
(※ 종이책과 전자책의 경계에 대한 내용은 <경계의 파괴로부터 시작하라>편을 읽어보기 바란다.)
(※ 사물인터넷과 출판과의 관계성에 대한 내용은 <사물디바이스에서 희망을 찾아>편을 읽어보기 바란다.)
'벽암록(碧巖錄)'에 <啐啄同時(줄탁동시)>라는 말이 있다. 새가 알에서 깨어날 때 새끼는 안에서 껍질을 쪼아대고(이것을啐(줄)이라고 함), 어미새는 바깥에서 쪼아대서(이것을 탁(啄)이라고 함) 알에서 나오게 된다는 의미이다. 작금(昨今)의 전자출판 시장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줄탁(啐啄)'이 잘 안되고 있는 느낌이다. 2018년에는 출판사의 콘텐츠 질적 강화와 다양한 시도 및 참여, 유통사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과 플랫폼 개발, 정부기관의 현실적인 규제 마련과 예산 지원, 교육기관의 창의적/사고적인 교육방식 전환, 사용자들의 독서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모두 함께 모아지길 희망한다.
글 이은호 교보문고, 이학박사
[페이스북]: http://www.facebook.com/eholee
[트 위 터]: http://www.twitter.com/viper_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