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호學의 시작
<우리 머릿속 세계상은 어떻게 형성되는가>에 이어서 다시 <제정신이라는 착각> 프롤로그 내용으로 묻고 따지고 풀어봅니다.
그간 박문호 박사님에게 배운 과학 지식들이 조금 명확해지는 다발말[1]이었습니다. 그래서 강렬한 자극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당시 서로 다른 리듬을 동시에 '느끼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하지만 여기서 '느낀다'는 것은 감정과는 별 상관이 없는 것이었다. 같은 것을 들으면서 서로 다르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다른 것을 '듣고 있었다'. 위리 뇌는 동일한 재료, 동일한 음으로 서로 다른 지각을 만들어냈다. 같은 세상에 대한 개인적으로 서로 다른 (청각적) 이미지를 만들어냈던 것이다.
감각 기관으로 향하는 데이터가 다르다고 생각하니 매력적인 느낌이 들었습니다. 알고 나선 도리어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 당연하게 여겨졌습니다. 그리고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어딘지 모르게 '하이델베르크 불확정성 원리'와 관련이 있을 듯도 했습니다.
한편, 우리가 두 개의 안정된 서로 다른 지각 상태를 왔다 갔다 한다는 설명은 꽤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그 주제는 학문 용어로 '쌍안정 지각Bistable Perception'이라는 분야였다. 쌍안정 지각이란 자극(예: 리듬)이 서로 다른 두 가지 지각(예: 4분의 3박자 또는 4분의 4박자)과 결합할 수 있는 현상을 칭하는 전문용어다. 우리는 지각이 때때로 두 개의 안정된 지각 상태 사이를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한다는 것이다.
경험적으로 느끼던 인지적 모순을 설명해 주는 듯했기 때문이죠. 인터넷에서 찾은 기사에도 책과 유사한 착시 그림이 있었습니다.
빅데이터 현상 초기에 많은 사업체들이 겪은 혼란이 떠오릅니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사이 우리의 뇌는 시종일관 주어지는 감각 데이터로부터 지각을 구성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대부분 명확하게 안정된 해답에 이른다.
그리고 인공 지능 기술을 잘 모르지만, 감각 데이터에서 지각을 구성하는 일이 인공 지능 기술의 근간과 꽤 닮아 있을 듯하다는 추정을 하게 됩니다.
최근의 다양한 묻따풀 활동과 섞여 굉장히 매력적으로 읽히는 다발말입니다.
우리의 뇌는 발달 과정에서 바깥의 사건 중 어떤 것이 이런 신호를 유발하는지 학습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지각을 만들어내고, 이런 지각을 세상이 어떠하며, 이 세상에서 사건이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한 이론, 생각, 아이디어, 예감, 의견, 신념, 확신으로 분류할 수 있다.
먼저 <우리 머릿속 세계상은 어떻게 형성되는가>에서 인용한 그림을 다시 떠올려봅니다. 인식(녀김) 과정으로 우리는 느낌을 그대로 두지 않고, 체계적으로 학습을 합니다. 우리가 만든 데이터로 기계가 학습하는 방식과 꽤 닮은 듯한 방법 그대로 우리도 학습하죠.
여기에 <말은 느낌을 저장하여 지식을 축적하게 한다>을 쓰며 배운 내용을 더할 수 있습니다. 말을 활용하여 아래와 같이 느낌과 녀김을 지식으로 만들고 축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모습을 인공 지능으로 만들어 이제는 분야에 따라서는 인간을 능가하는 Linguistic Self를 만들어내기까지 했습니다.
[1] <한국말 말차림법>에서 제안한 문단에 대한 토박이 말입니다. 왜 다발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