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말을 걸어 글로 쓰는 이야기
<월말김어준>을 들으면서 박구용 교수님께 호감을 느꼈고 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요즘 유튜브는 호감까지 읽어다가 추천하는 듯합니다. 유튜브 추천 탓에 이름만 듣고 본 적 없던 매불쇼까지 보게 되었는데요. 아무튼 한 영상을 보다가 박구용 교수님께서 person과 시민(citizen)의 의미를 풀었는데, 모르던 내용이라 풀어 보려고 합니다.
영어 단어라고 여기면 그저 외우고 말던 습관을 돌아보는 동시에 <낱말의 뜻을 깊고 넓게 묻고 따지는 일의 소중함>을 쓴 이후 이를 실천하는 일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먼저, person은 사유 재산 소유권리와 관련해서 이해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경험상 기억에 남기려면 손때[1]를 묻혀야 합니다. 콜린스의 풀이는 대중적 쓰임에 맞춰진 듯합니다.[2]
A person is an individual human being.
물론, 여러 갈래의 풀이가 있긴 하지만 이를 단서로 바탕치를 풀기는 무리란 생각에 위키피디아로 갑니다. 습관적으로 한 다발말만 가져다가 훑어봅니다.
A person (pl.: people or persons, depending on context) is a being who has certain capacities or attributes such as reason, morality, consciousness or self-consciousness, and being a part of a culturally established form of social relations such as kinship, ownership of property, or legal responsibility. The defining features of personhood and, consequently, what makes a person count as a person, differ widely among cultures and contexts.
박구용 교수님의 설명처럼 개인의 소유권을 뜻하는 'ownership of property'란 표현이 나옵니다. 영상을 볼 때 짐작하기를 그 이전에는 노예 상태인 사람들이 동서를 막론하고 존재했다는 사실을 떠올렸습니다. 그래서, 배경 지식 없어 받아들여온 '인권'이란 말은 사실 긴 인류 역사에서 성취한 보편적 재산권을 포함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한편, 지난 일요일 역시 유튜브 추천으로 본 영상에서 본 문구와 장면이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이름은 들어 보았지만 백낙청 교수님이란 분의 말씀을 처음 들었는데요. 그분은 명확하게 촛불시민정부란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은유인가 싶었는데, 실존하는 개체로 지칭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지칭하기를 '민주 진영에서 드디어 한 사람 건졌다'라고 표현했습니다. 사실 저는 조국 전 장관님이 정치인으로 나서는 과정을 보지 않았다면 '한 사람 건졌다'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을 듯합니다.
앞선 이야기에서 너무 건너뛴 이야기일 수 있는데요. 저는 제가 경험한 최근 몇 년 그러니까 촛불시위 이후에 문정부가 만들어지고 윤석열에 의해 정권이 바뀌는 과정 그리고 검찰정권의 연성 쿠데타와 같은 집권 과정에서의 시민들의 움직임과 정치권의 변화를 보면서 인권이 만들어지는 서양의 역사를 유추하게 되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민주주의라는 능동적으로 쟁취해야 할 사회적 산물을 불특정 다수가 어떻게 만들어 내는지에 대해 느낌으로 알게 되었다는 말이겠네요.
다시 위키피디아 내용으로 돌아갑니다. DeepL 결과도 인용합니다.
사람은 이성, 도덕성, 의식 또는 자의식과 같은 특정 능력이나 속성을 가지고 있으며 친족 관계, 재산 소유권 또는 법적 책임과 같이 문화적으로 확립된 형태의 사회적 관계의 일부인 존재입니다. 사람됨의 정의와 그에 따라 사람을 사람으로 간주하는 것은 문화와 상황에 따라 크게 다릅니다.
아직 제사가 존재하는 것을 보면 친족 관계는 어쩌면 우리 민족의 전통이 어느 정도는 유지되면서 현대화했겠지만, '재산 소유권 또는 법적 책임'은 해방 이후 미군정이 시작되면서 급작스럽게 절차적으로 이식되었다고 보입니다. 이런 부분은 제도를 서구 민주사회에서 가져왔다고 바로 우리가 시행할 수는 없었을 테고, '재산 소유권 또는 법적 책임'을 놓고 보면 이번 총선에서도 거대 양당의 입장이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걸 대결국면으로 부정적으로 볼 수도 있지만,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가는 과정으로 볼 수도 있을 듯합니다.
이번에는 제가 좋아하는 클래스도 표현으로 말로 정의된 내용으로 도식화해 봅니다.
사람과 구분할 수 없는 능력이나 속성을 진하게(composition) 속한 사회에 따라 바뀔 수 있는 사회적 관계는 연하게(aggregation)으로 표현합니다. 뿌리가 같은데 따로 그린 것을 하나로 합쳐 봅니다. 다만 역량과 사회적 관계란 말 대신에 최봉영 선생님께 배운 <온인 나와 쪽인 나라는 관점>으로 봅니다. 최봉영 선생님은 이 둘을 한국말과 영국말 특징을 표현하는 데 사용하셨지만, 저는 이 개념을 차용하면서 '인간 개체로서 보는 관점'은 '온인 나'로 문화적으로 확립된 '사회적 관계로 보는 관점'을 '쪽인 나'로 사용합니다. 이를 반영하여 클래스도를 고칩니다.
사람을 Inteface(실체가 없는 개념)로 놓고, '온인나'와 '쪽인나'로 구현(implement) 혹은 구체화(realize)된다고 표현했습니다. 재밌네요. 혼자만 즐겼나요?
긴 글이 되어 가고 있는데 아직 Person을 다 풀어내지 못했습니다. 백낙청 교수님의 말씀을 통해 깨달은 민주주의 과정이 Person 정의에 어떻게 들어있는지 표현해 보겠습니다.
재산 소유권이 제도적으로 보장한다고 해도 개인의 의식이 이를 수용해야 합니다. 이런 부분은 어쩌면 시민(citizen)의 정의라고 할 수 있겠죠. 저는 촛불집회에 나왔거나 이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대한민국의 시민의 본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함께 사는 사회에 대한 인식 부족이나 금권이 장악한 언론환경에 대한 문해력이 없어 이해관계에 배치되는 지도자나 정당을 뽑는 이들은 관련 의식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이 공존하는 과정을 민주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역사적 관점에서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이죠.
아무튼 그렇게 의식을 갖춘 이들이 다수가 있어야 민주주의가 활성화될 것이고, 이들이 자신의 의식에 따라 말과 행동을 표출하는 이성을 갖춰야 작동합니다. 이렇게 정의하고 보니 서양의 Person 정의에는 이미 민주주의가 녹아들어 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1] <학습법과 창의성 모두 기억이 핵심이다>에서 인용한 박문호 박사님의 말, '내 감정의 손때를 묻히라는 겁니다'에서 유래합니다. 검색 결과와 상호작용하는 일도 손때를 묻히는 일이라는 사실을 그간 브런치를 하면서 배웠습니다.
[2] 그런 점에서는 표준국어대사전과 별 차이가 없는 듯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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