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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Apr 08. 2024

한국말에서 무엇이 어떤 것으로 되는 일의 세 갈래

묻따풀 2024: 함께 말 차리기

지난 글에 이어서 계속 최봉영 선생님의《한국말에서 ‘되다’와 '되는 것'》을 묻고 따지고 풀어 봅니다.


어떻게 되었냐는 물음을 다시 보다

여덟 번째 다발말[1]입니다.

08.
한국사람은 “얼음이 녹아서 물이 되는 것”을 “얼음이 열기로/열기에 녹아서 물이 된다.”, “얼음이 열기로/열기에 녹으면 물이 된다.”, “얼음이 열기로/열기에 녹으니까 물이 된다.”와 같이 여러 가지로 말할 수 있다. 이때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하는 것은 한국말이 얼음의 쪽과 열기의 쪽이 함께 하고 있음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차려져 있다는 것이다. 이는 영국말이나 중국말과 매우 다른 점이다.

하지만, 우리말의 바탕이 그러한지 알고 있지 못하면 설사 한국말이 그렇게 되어 있다고 해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는 못합니다.


다음 다발말에 드러난 내용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마지막 포기말을 읽을 때 떠오르는 내용이 있습니다.

09.
한국사람은 무엇이 어떠한 것으로 되는 일에서 무엇과 다른 것이 언제나 늘 이쪽과 저쪽으로서 함께 하고 있음을 바탕으로 삼아서 누리에 널려 있는 모든 것을 언제나 늘 이쪽과 저쪽으로서 함께 하는 것으로 바라본다. 모든 것은 쪽과 쪽의 만남에 바탕을 두고서 언제나 늘 끊임없이 어떤 것으로 되어간다.  

많은 사람들의 말 습관 속에 있는 것인데, 바로 이런 물음이죠.

어떻게 되었어?

우리가 상대에 대해 궁금한 일을 대할 때, 그를 만나면 우리는 종종 이렇게 묻고는 하죠.


일됨을 다시 떠올린다

대개는 상대가 내가 기다리는 답에 대해서 경과를 말해 줄 것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내 인식과 다르게 일됨을 인지해서 엉뚱한 이야기나 기대하지 않은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다시 일됨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리고 지난 글에서 만들었던 전제도 다시 불러 봅니다.

그렇다면, 일됨이란 내가 인식한 내용을 말에 담은 상태에 도달했음을 뜻하는가?

우리의 인식의 바탕에 있는 꼴, 까닭, 흐름 따위를 따져 물어야 할 필요성을 알 수 있습니다.


되어가는 것은 세 가지로 알아본다

열 번째 다발말을 봅니다.

10.
한국사람이 무엇이 다른 것과 이쪽과 저쪽으로서 함께 하여, 무엇이 어떤 것으로 되어가는 것을 알아보는 것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되어가는 것의 하나는 '꼴됨'이구나 깨닫게 되는 다발말입니다.

첫째로 무엇이 다른 것을 만나서 어떤 꼴로 ‘~게 되어가는 것’이 있다. 이를테면 “꽃의 빛깔이 붉어지게 되었다.”, “꽃의 크기가 작아지게 되었다.”, “그의 성질이 좋아지게 되었다 ”, “바닥이 깨끗해지게 되었다.”와 같은 것이다. 누리에 꼴로 드러나 있는 모든 것은 이와 같이 되어가는 과정을 거쳐서 나타난 것이다.  

두 번째가 일됨이네요.

둘째로 무엇이 다른 것을 만나서 어떤 일로 ‘~게 되어가는 것’이 있다. 이를테면 “나는 집에 가게 되었다.”, “나는 소리가 들리게 되었다.”, “나는 물고기를 잡게 되었다.”, “나는 밥을 먹게 되었다‘와 같은 것이다. 누리에 일로 벌어지는 모든 것은 이와 같이 되어가는 과정을 거쳐서 나타난 것이다.   

마지막은 이됨입니다.

셋째로 무엇이 다른 것을 만나서 어찌함으로 ‘~이 되어가는 것’이 있다. 이를테면 “올챙이가 자라서 개구리가 되었다.”, “그는 힘써 착한 사람이 되었다.”, “그는 본분을 지켜서 군인다운 군인이 되었다.”와 같은 것이다. 누리에 어떤 것으로서 자리해 있는 모든 것은 이와 같이 되어가는 과정을 거쳐서 나타난 것이다.

다른 정체성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들 세 가지 갈래에 대해서 최봉영 선생님이 도표로 만들어 공유하고 있습니다.


주석

[1] <한국말 말차림법>에서 제안한 문단에 대한 토박이 말입니다. 왜 다발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지난 묻따풀 2024: 함께 말 차리기 연재

(41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41. 고양이와 사람이 무엇을 알아보는 단계 비교

42. 시공간과 순간 그리고 임자와 일됨이라는 인식

43. 지각(느낌 알음)과 생각(녀김 알음)으로 알아보기

44. 말은 느낌을 저장하여 지식을 축적하게 한다

45. 보는 것과 아는 것의 상호작용 그리고 알음것과 알음알이

46. 되다: 무엇이 어떤 것이 되어서 온전히 끝맺음에 이름

47. 생태계적 사고를 깨닫게 하는 '되다'란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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