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덕후의 탄생
페북을 하는 이상 제 일상은 인공지능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지난 열흘 사이에 저에게 영향을 준 인공지능 관련 생각들 중에서 지금 저에게 의미가 있다고 여겨지는 것들에 대한 기록을 남깁니다. 다른 생각들이 엮여 있기 때문에 짧은 글이지만, 목차를 둡니다.
소비하지 않는 기계를 고용하기
질문하는 능력을 잃게 하는 생각의 자동화
AI보다 인간이 AI를 다루는 태도가 더 중요
페벗 이순석 님의 글이 관심을 끌어 생각을 하게 만든 날이 있습니다. 특히 '고용'이라는 단어가 포기말[1]에 포함되지 않았더라면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할 뿐 생각을 붙잡아 글까지 쓰게 되지는 않았을 듯합니다.
요즘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우려[2]가 넘치기 때문에 테슬라 운전자가 AI를 바탕으로 움직이는 디지털 운전기사를 고용한다는 생각은 적어도 사람들의 주된 관심사와는 다른 방향에서 본 관점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서 잠시 고용의 뜻을 찾아보겠습니다. 雇(품팔 고)와 用(쓸 용)이 합쳐진 말로 다음 뜻을 가집니다.
삯을 주고 사람을 부림.
고용이란 말의 풀이에는 '사람'만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머지않아 사전에 AI가 탑재된 기계나 로봇도 포용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재는 그런 방식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에 지불하니 바로 기계와 고용 관계로 쓰지는 않을 테지요.
한편 페북에서 '기계는 소비하지 않는다.'는 글을 읽은 탓에 떠오르는 생각도 있지만, 여기서는 그저 그렇게 고용된 기계는 소비를 해서 경제를 활성화시키지는 못한다는 생각만 남겨 두고 마칩니다.
어느 날 최봉영 선생님께서 전화를 주셨습니다. 생성형 AI에서 널리 쓰이는 표현을 차용해 묻따풀과 프롬프트는 본질적으로 같은 기능이라 설명하시면서 세 가지 프롬프트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내가 나를 프롬프트 하기
내가 남을 프롬프트 하기
내가 컴퓨터를 프롬프트 하기
흥미로운 갈래입니다. 한편, 최봉영 선생님은 프롬프트 혹은 묻따풀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합니다.
내가 나를 프롬프트 하는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내가 컴퓨터를 프롬프트 해서 컴퓨터가 생성하는 것에 기대어서 살아간다면 내가 바보가 될 수밖에 없음.
여기서 놀라운 우연이 발생합니다. 다수의 페벗님들이 소개한 기사에서 본 내용과 연결 지을 수 있게 된 것이죠.
이장선 교수는 AI를 사용하는 인간에 주목하고 있다. AI는 빠르게 똑똑해지고 있는 데 반해, 인간은 더 똑똑해지기 위한 생각과 훈련을 되려 게을리하고 있다는 우려다. 이른바 ‘생각의 자동화’다. 교육 현장에서 과제는 이미 무의미해졌다. 이장선 교수는 “교육 현장에서 이미 느낀다. 미국에서는 챗GPT가 대중에 공개된 이후 학교에서 숙제가 의미가 없어졌다”라면서 “학교에 있으니 문제를 체감하는데 학생들이 AI를 써서 학습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생각의 자동화하고 표현하는 개념입니다. 또 다른 기사에 따르면 아직도 40%에 달하는 한국 사람들만 생성형 AI 서비스를 쓰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기사를 보고 하신 말씀인지는 모르겠으나 최봉영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나를 프롬프트 해서 내가 딥러닝을 잘하도록 만들면 나는 뛰어난 잣대와 줏대를 가진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다. 컴퓨터가 아무리 뛰어나도 나를 돕는 도구에 지나지 않게 되다.
그리고 기사에서 이장선 교수님이 'AI보다 인간이 AI를 다루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 내용들은 자연스럽게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 AGI의 등장을 위해 필요한 기술 혁신을 설명하는 부분에 눈길이 갔습니다.
AGI가 가능해지려면 기억하고(long term memory), 계획하는(planning) 능력이 향상돼야 한다. 그는 “지금은 AI가 주어진 질문에만 답할 뿐, 스스로 생각하는 계획하는 능력이 없다"면서 "이게 되면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장기 기억과 계획에 대한 부분은 박문호 박사님을 통해 배운 뇌과학 지식과 뒤엉켜서 AGI는 마치 인간이 뇌과학을 통해 알아낸 진화 과정을 빠르게 따라가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그리고, 다음 다발말[3]은 AI를 다루는 태도의 중요성을 다시 부각해 주는 내용입니다.
지적인 존재, AGI가 생기면 모두가 자신을 지지해 주는 ‘컴패니언 AI’를 가져 사람이 더 이상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AI로 검진이 자동화되면 의료서비스 접근이 어렵거나 비싼 지역에서 건강검진이 쉬워지거나 의사의 오진율을 줄일 가능성도 있다.
[1] <한국말 말차림법>에서 제안한 문장에 대한 토박이 말입니다. 왜 포기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2] 마침 최근에 눈에 띈 산업연구원의 'AI시대 본격화에 대비한 산업인력양성 과제 -인공지능 시대 일자리 미래와 인재양성 전략'에 따르면 2022년 기준 327만 개는 대체가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일자리는 327만 개(총일자리의 13.1%)로 제조업 내 주요 산업 및 전문가 직종에 일자리 소멸 위험이 클 것으로 전망, 일자리 소멸 대안 마련이 시급한 과제
[3] <한국말 말차림법>에서 제안한 구절에 대한 토박이 말입니다. 왜 다발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