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덕후의 탄생
어디서 기인한 생각인지 분명하지는 않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이 시간을 이길 수는 없다.
더불어 4년 간 사업을 하면 배운 사실은 우리가 시장을 이길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시간과 시장은 다른 뜻이지만, 합쳐서 문장을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는 충동이 들었습니다. 과연 그럴까 싶어서 두 단어의 바탕을 풀어봅니다.
먼저 사전 찾을 필요가 없다 싶은 단어지만, 시간에 대해 사전을 찾아봅니다.
「1」 어떤 시각에서 어떤 시각까지의 사이.
때 시(時)와 사이 간(間)을 씨말로 하는 단어입니다. 씨말의 바탕을 가늠하기 위해 한자 사전도 찾아보았습니다.
이번에는 시장의 풀이를 찾아봅니다.
「1」 여러 가지 상품을 사고파는 일정한 장소. ≒시상, 장.
시장 시(市)와 마당 장(場)을 씨말로 합니다. 이번에도 씨말의 바탕을 가늠하기 위해 한자 사전도 찾아보았습니다.
이제 제 충동을 담은 포기말을 보겠습니다.
사람이 시간과 시장을 이길 수는 없다.
명확하지는 않지만, 시공간이 교차하는 때와 곳에 사람이 사는 일이 사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회도 풀어볼까요?
「1」 같은 무리끼리 모여 이루는 집단.
모일 사(社)와 모일 회(會)를 씨말로 합니다. 중의적이네요. 어쩌면 한국말로 그냥 모임이라고 해도 될 뻔했습니다. 지금은 사회란 말에 다른 뜻이 덧붙여졌겠지만요. 마침 사전에 모임과는 다른 풀이가 있네요.
「3」 『사회 일반』 공동생활을 영위하는 모든 형태의 인간 집단. 가족, 마을, 조합, 교회, 계급, 국가, 정당, 회사 따위가 그 주요 형태이다.
사회 역시 한자 사전도 찾아봅니다. 모일 회(會) 풀이는 빈곤한 느낌입니다. 식구(食口)라는 말이 있듯이 음식을 함께 먹는 사피엔스의 특징을 포착했더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란 점에서 기인한 충동으로 결론을 내리고 멈춰야 할까요? 명쾌하지는 않습니다.
시간과 시장에 대해 더 생각해 보기로 합니다. 표현 형식에 의구심이 있지만, 일단 느낀 대로 빠르게 그림을 그려 봅니다.
새로운 어휘인 거래는 사전을 찾아봅니다.
「1」 주고받음. 또는 사고팖.
수도 없이 써 온 단어인데, 거래의 한자 구성은 모르고 있었네요. 去(갈 거)와 來(올 래)가 씨말이라니. 한자 사전도 찾아봅니다.
거래는 그저 '오고 가는 일'에서 비롯된 모양입니다. 뜻밖이네요. 각자 나름의 가치를 들고 오고 가다 보니 사고파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짐작해 볼 수도 있습니다.
삶으로 풀어 본 사람과 시간의 만남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일상은 단편이 아니라 선물처럼 주어지는 시간의 연속이다>를 쓸 때의 기억을 떠올립니다.
결론을 내리는 것이 어색하기도 하지만, 아무튼 문득 머릿속에 들어온 충동적 표현에 대해 스스로 묻고 따지고 풀었습니다. 최초의 충동을 담은 표현은 이렇습니다.
사람이 시간을 이길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사람이 시장을 이길 수는 없다.
그런데 둘을 묶는 무언가가 있을까 하고 풀다 보니 시간과 공간이라는 축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사람과 시간과 공간을 만나 벌이는 일이 거래와 일상이라고 할 수 있구나 하는 깨우침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1] <한국말 말차림법>에서 제안한 문장에 대한 토박이 말입니다. 왜 포기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